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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보다.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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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학동네. 예스24

 

발표하는 작품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이에요.

김영하란 작가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지금도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긴 하지만...)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요즘 유명세에 관심이 생기면서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온 거였지요.

읽다보니 언젠가 읽었던 글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도 참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긴 한데... 두번 째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네요.

 

그의 글들에는 영화가 자주 등장합니다.

아니, 영화가 주로 등장합니다. 그가 바라보는 영화에 대한 시각은 꽤나 특이하면서도 분석적이지요.

글을 쓰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작가적 시점에서 바라본 여러 영화에 대한 분석들은 그가 시나리오 작가로도 애쓰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목차

[보다]

 

"1부

시간 도둑

자유 아닌 자유

진짜 부자는 소유하지 않는다

머리칸과 꼬리칸

숙련 노동자 미스 김

부자 아빠의 죽음

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할 용기

 

2부

부다페스트의 여인

잘 모르겠지만 네가 필요해

나쁜 부모 사랑하기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

어차피 죽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

 

3부

샤워부스에서 노래하기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것

2차원과 3차원

미래의 영화를 표절하다

죄와 인간, 무엇을 미워할 것인가

앞에서 날아오는 돌

 

4부

패스트패션 시대의 책

아버지의 미래

택시라는 연옥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

홈쇼핑과 택배의 명절, 추석

탁심 광장

나는 왜 부산에 사는 것일까?

 

작가의 말"

 

출처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4397714


 

이 책 중에서, 부다페스트의 연인' 편은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하며 읽었던 글입니다.

 

어떤 경로로 뇌리에 이식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 머리 속에도 젊은 시절엔 여행에 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어디론가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운명적인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하지만, 현실의 모습은 이와는 전혀 다를 때가 많죠.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요, 혼자 여행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쉰내나는 고독과 싸워야 할테니까요.

 

@philippcamera/unsplash

 

 

여행기를 펼쳐 낸 많은 남녀 여행가들의 책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오지랖과 사교성에 박수를 보내게 되지만 보통의 평범한 남녀들이 책을 낼 정도의 에피소드를 여행 중에 경험하기란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것으로 추정합니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치이니...

 

여행을 의미하는 단어 트레블(Travel)은 'travail' 이라는 프랑스 고대 단어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이 단어가 의미하는 건 고생, 고역, 산고에 몸부림치다등등의 뜻을 나타낸다고 해요. 요즘처럼, 즐거운 추억거리를 위해 여행하는 건 오래되지 않은 일이라는 얘기이지요.

 

하긴, 오래 전 사람들은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요. 타지를 전전하며 사는 삶 자체를 객사한다느니 방랑벽이 있다느니 하며 별로 좋지 않은 뉘앙스로 표현하곤 했었지요.

 

해외여행 자유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 세계를 여행하게 된 것도 실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닙니다.

세계 각지의 휴양지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위해 재단장을 하고 온갖 여행 상품들이 개발하여 시판하게 된 것도 불과 몇 십년밖에 되지 않았구요. 그 전에 여행을 간다는 건, 어찌보면 정든 고향을 떠나 물 설고 사람들 설은 타지에 피치 못한 사연으로 고생하러 간다는 의미가 더 컸었죠.

 

4부에 나누어져 <보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시선들은 꽤나 신선하고 특이합니다.

매 편마다 스며들어 있는 독특한 작가적 시각들이 글을 쓰는 연습하는 입장에서 부럽고 멋져보입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초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짤막한 콩트들이 인기를 끄는 것을 계기로 작가적 재능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이후로, 밥벌이를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책을 펴낸 수입으로 해외여행을 보내드렸다는 그는 그래도 한국에서는 잘 나가는 인기작가가 됩니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그의 모습을 접했었는데요,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그의 말들 속에서 꽤나 깊이감이 느껴지더군요.

출처 : 네이버 이미지

 

 

허투루 흘려보낼 수 있는 것들을 뒤집어서 생각해 볼줄 아는 능력, 행간에 숨겨진 것들을 예리하게 파헤쳐 볼 수 있는 재능은 재미있고 유용한 글을 쓰는 작가들이 갖추어야 할 재능 중 하나이겠지요.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볼 것들 속에서, 본 것들을 글이라는 시각적 흔적으로 잡아놓지 않으면 결국은 휘발되어 흔적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글로 남기기 위한 자연스러운 사유의 과정 또한 좋은 글쟁이들의 필수요소일터이구요.

 

같은 영화를 보았지만 전혀 다른 각도로 그것도 무릎을 탁 칠 정도의 기발한 생각으로 바라보는 그의 작가적 시선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흔히 익숙하게 부딪히는 풍경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계급, 계층에 따라 불균등하게 형성되어가는 시간을 발견해 내는 것 또한 부러웠구요.

아니, 그 보다도 그런 생각들을 맛깔나게 글로 표현해 낼수 있는 능력이 더 부러웠지요.

 

@paulgilmore_/unsplash

 

 

"제가 늘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일들을 실제로 하고 있는 가 하는 것이에요. 실제로 어떤 일들이 사회에서 또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고, 알아보려고 해요."

 

- 김영하. 연합뉴스 인터뷰. 2014. 9. 4.

 

이 책은 <보다-읽다-말하다> 3부작 중 그 첫번째 책이에요. 석달 간격으로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읽다>와 공개 강연을 풀어 쓴 <말하다>를 출간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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