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차일드호더> by 프리다 맥파든. 폭풍 속의 오두막, 선명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

2025. 12. 28. 18:26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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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끝까지 읽히는 힘

밀리의 서재라는 광활한 책의 바다를 유영하다 보면, 첫 장의 설렘이 무색하게 '읽다 만 책'의 무덤이 쌓여가곤 합니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라는 산만한 환경 속에서 마지막 페이지에 닿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달랐습니다. 분절된 시간 속에서도 서사의 중력은 단단했고, 단순한 스토리라인 위에 촘촘하게 박힌 구성은 독자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완독'이라는 귀한 경험을 선사하는, 보기 드문 압도적 흡인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전문의의 메스처럼 날카로운 권선징악의 메시지

작가의 이력은 작품의 성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뇌손상 전문의라는 냉철한 이성을 가진 저자는, 작품 속에서도 폭력이라는 인류의 고질적인 병폐를 향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댑니다.

  • 직설적인 정의: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작가는 일말의 타협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 단호한 심판: 가해자가 부모든 친구든, '폭력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선과 악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투사합니다.
  • 밀도 높은 필력: 몇 안 되는 에피소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거대한 서사로 부풀리는 솜씨는, 왜 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지를 증명합니다.

폭풍우 치는 오두막, 그 서늘한 긴장감

공간적 배경은 스릴러의 고전적 장치를 충실히 따릅니다. 외부와 단절된 숲속 오두막, 세차게 몰아치는 폭풍우, 그리고 그 정적을 깨고 나타난 피투성이 소녀.

"손에는 칼을 쥐고, 배낭에선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녀의 등장은 독자의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해고된 교사 '케이시'는 아이를 구원하려 하지만, 아이는 오히려 케이시를 사지로 몰아넣으며 고문과 살해의 위협을 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아이의 광기는 피해자라는 설정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파괴적이며, 스릴러적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개연성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듭니다.

휘발되지만 강렬한, '팝콘 스릴러'의 정수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물들은 입체적인 내면보다는 '기능적인 전형성'에 갇혀 있고, 일부 극적인 장면에서의 개연성은 서사의 편의를 위해 희생된 느낌을 줍니다. 문학적 깊이나 묵직한 철학적 여운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가벼운 '오락물'로 비춰질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재미'라는 본질에 충실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전개, 그리고 악인을 응징할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합니다.


총평: 철학적 사유보다는 장르적 쾌감을, 모호한 열린 결말보다는 명확한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최적의 선택지입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서사는 신기루처럼 휘발될지 몰라도, 읽는 동안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채 오로지 이야기의 힘에 매몰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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