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뒤 흔드는 두려움, 가려진 진실을 마주할 자신이 있는가?
2025. 11. 9. 22:12ㆍ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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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은 한번 보려고 했다가 중도 포기했던 작품입니다.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불편해서 말이죠. 아마 영화관에서 봤다면 도중에 나가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못다한 숙제처럼 넷플릭스를 켤때마다 눈에 밟히는 이 작품을 주말을 통해 다시 정주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봤을때의 감정이입이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는지 이번엔 완주가 가능했지요.
개인적인 감상평으로 역시나 처음 볼때의 불편함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여간 찝찝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 않을수 없네요. 뭐가 그리도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까요? 그건, 인간관계의 불완전함과 인간 본성의 미지성 그리고 감춰진 야만성과 폭력성에 대한 두려움 등 대인관계시 우리가 겪게되는 무의식 깊은 곳에 뿌리를 둔 인간본연의 두려움을 자극하기 때문일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때 악수를 하곤 합니다. 내 손에 당신을 해칠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회화의 전형이라고 하죠. 잘은 모르지만, 아주 오래 전 인류의 조상들은 만나는 누군가를 무작정 때려 죽이던 시대가 있을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에게 죽임을 당했을테니까요. 그런 야만의 본능이 뿌리깊이 남아 있기에, 이 만큼 진화되었다고 여겨지는 시기에도 인간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입니다.

<소년의 시간>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글을 올렸더군요. 저 또한 웰메이드임을 부인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디선가 본 얘기인데, 드라마의 전 장면이 한 시퀀스로 촬영됐다는 것도 대단해 보였고 연기자들의 부침없이 고른 역할과 탄탄한 심리묘사도 인상적인데다 무엇보다 과장되지 않고 얼마든지 우리주변에서 볼수 있음직한 인물묘사들로 현실감 쩌는 내용들이 펼쳐져 몰입감이 엄청났던거 같네요.
딱 봐도 찌질하고 왜소한 소년이 과연 무려 6군데를 칼로 찌르며 소녀를 살해한 강력범일까? 드라마는 소년이 흥분하여 소녀를 때려눕혀 마구잡이로 폭력을 행사하는 CCTV 장면을 보여주며 그 가능성을 한껏 시사한 뒤,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소년과 그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내 아들이 절대 그럴리가 없어..."라고 믿고 싶었던 아빠가 아들의 폭력장면이 찍힌 CCTV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후 보인 절망적인 모습과 가족이라는 끈끈한 힘에 얽매여 끝까지 소년의 무죄를 믿고 있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도 대조적이죠. 거기에, 주변사람들의 가식적인 모습들과 변해버린 세태로 인한 세대간의 단절 등 어쩌면 전 세계 어디서나 볼수 있는 사회현상인 듯한 장면들이 공감대를 이끌어 냈던 거 같네요.
상담사가 소년과의 심리상담을 통해 리포트를 판사에게 제출하여 판사의 판결을 돕게하는 제도도 굉장히 이채로웠어요. 저런 정도의 시스템을 우린 과연 언제쯤 체계적으로 갖출수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80%의 여성들이 20%의 남성들에게 끌린다>는 전제하에, 평생토록 여성과 사귈 기회를 갖지 못하는 남성과 여성들이 비혼시대를 맞이해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 또한 인간의 본성과 정반대로 대치되는 극렬한 상황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해요?"라며 상담사에게 줄기차게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려 드는 소년의 영악한 모습을 통해 선택받은 알파남이 되지 못한 잉여남들의 가슴아픈 절규를 들을수 있기도 했죠.

4부작으로 구성된 <소년의 시간>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2부에서 묘사한 영국 학교의 모습이었죠. 물론 <말죽거리 잔혹사>를 외국인들이 본다면 한국 학교의 폭력성과 야만성에 충격을 받겠지만, <소년의 시간>속 영국학교도 상상을 초월하게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과 불성실한 일부 교사들 그리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각종 사이버폭력 등 이미 학교가 가진 순기능들이 소실되어 버린 모습이 아연실색하게 만들어 버리죠.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며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인정에는 이성에게서의 선택 또한 포함되지요. 외모지상주의와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현실세계는 어쩌면 잉여인간들에겐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비극적인 곳일지도 모릅니다. 3부에서 상담사와 소년과의 대화장면을 통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철 지난 "남성성" 혹은 "여성성" 논쟁이 다시 SNS 공간속에서 부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붙들고 사는 스마트폰 속의 SNS 세상. 태어날때부터 온라인과 SNS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세대들을 과연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고 소통할수 있을까? 온라인을 통해 퍼지는 혐오와 폭력 그리고 왜곡된 가치관들이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스며들어갈때 기성세대들은 과연 무엇을 할수 있을까...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을 명멸하게 하는 뛰어난 작품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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