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비평] '확신의 늪'에 빠진 사람들: 귀를 닫은 시대의 성자들

2026. 1. 14. 14:47시사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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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보의 홍수'를 넘어 '정보의 쓰나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지식을 탐할 수 있고, 수만 명의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분석을 내놓습니다. 안타깝게도 전문가를 빙자하는 얼뜨기들도 잘난체 하며 섞여있게 마련입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풍요로운 정보의 시대에 가장 희귀해진 자원이 하나 있으니, 바로 '타인의 말을 듣는 귀'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이런 이들을 목격합니다. 대화의 형식을 빌려 자기주장만을 배설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들에게 대화란 상호 교류의 장이 아니라, 내가 이미 내린 결론을 상대에게 확인시키는 '선포식'에 가깝습니다. 그들이 가진 지식의 지평은 광활해 보이지만,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단단한 '편향의 콘크리트'로 타설된 외딴섬과 다를 바 없습니다.

 

1. '유튜브 대학교'가 배출한 무결점의 지성인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지식이 '절대적 진리'라는 무서운 확신입니다. 보통 이 확신의 근거는 알고리즘이 선별해준 편식된 정보들입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은 이들에게 일종의 신탁(Oracle)과 같습니다. 내가 믿고 싶은 바를 뒷받침하는 정보는 '세상의 진실'이 되고, 나의 신념에 반하는 정보는 '선동'이나 '가짜 뉴스'로 치부됩니다.

이들에게 논리적 비판을 가하는 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입니다. 아니, 바위는 가만히라도 있지요. 이들은 자신의 논리가 막힐 때면 "당신이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렇다"라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식의 전매특허 인신공격을 꺼내 듭니다. 타인의 전문성은 '기득권의 횡포'로 폄훼하면서, 본인의 얕은 지식은 '깨어있는 시민의 통찰'로 포장하는 그 기막힌 정신승리를 보고 있노라면,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2.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선택적 청력'의 신비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분명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데, 내 말의 절반은 허공에서 분해되는 느낌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이라 부르지만, 시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민주주의적 소통의 자살'이라 부를 만합니다.

이들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말을 멈추는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장전'하는 데 시간을 씁니다. 상대의 논거에서 허점을 찾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보니, 맥락은 사라지고 꼬투리만 남습니다. 이들에게 타인의 입은 그저 내 주장을 더욱 돋보이게 할 '배경 소음'에 불과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부류일수록 본인을 매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굳게 믿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나는 팩트만 본다"는 말은 그들이 가장 애용하는 서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팩트'는 이미 자신의 편향이라는 필터에 의해 90% 이상 여과된 찌꺼기에 가깝습니다.

 

3. 고집이라는 이름의 성벽, 그 안의 고립

자신만의 지식에 갇힌 이들은 결국 고립됩니다. 처음에는 열정적인 토론자로 보일지 모르나,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사람들은 입을 닫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논리에 설득되어서가 아니라, 벽과 대화하는 피로감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 침묵을 자신의 '승리'로 오해합니다. "역시 내 논리가 완벽하니 반박을 못 하는군"이라며 흐뭇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희극적이면서도 서글픕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모여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안에서, 그들의 고집은 더욱 단단해지고 지성은 더욱 퇴화합니다.

성숙한 인간의 징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있습니다. 지식은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귀를 닫고 입만 열어둔 이들에게 지식은 성장을 위한 양분이 아니라, 타인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에 불과합니다.

 

혹시 당신 안에도 이런 '확신의 괴물'이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믿는 바를 부정하는 기사를 읽었을 때, 화부터 치민다면 우리 역시 그 위험한 성벽의 벽돌을 쌓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진정으로 지적인 사람은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말속에서 자신의 무지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당신의 편향된 지식보다 훨씬 크고 복잡합니다.

오늘 하루, 내 입을 닫고 타인의 목소리에 온전히 주파수를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이 글을 읽으면서도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옆집 철수 이야기네"라고 생각하고 계신 당신이라면, 이미 그 성벽은 무너뜨리기엔 너무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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