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비평] '3분의 도둑들'과 인내라는 이름의 사회적 비용

2026. 1. 12. 15:07시사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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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쯤이야"라는 오만이 빼앗는 타인의 삶

매일 아침, 우리는 도로 위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릅니다. 좌회전이 금지된 차선에서 뻔뻔하게 깜빡이를 켜고 밀고 들어오는 차량,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수십 대의 흐름을 끊어먹는 '얼치기' 운전자들. 그들이 아낀 '나만의 수초'는 뒤에 선 누군가의 '소중한 3분'을 약탈한 결과물입니다.

 

1. 시간은 공공재인가, 사유재인가

경제학적으로 볼 때, 도로는 한정된 자원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새치기'는 단순한 얌체 운전을 넘어선 '시간의 약탈'입니다. 내가 1분을 빨리 가기 위해 타인 3명의 시간을 3분씩 뺏었다면, 그것은 산술적으로 9분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셈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효율'에만 도취되어 타인의 손실에는 눈을 감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이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나의 이득은 나의 능력이고, 그로 인한 타인의 피해는 어쩔 수 없는 부수기재"라는 천민자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2. '착한 사람만 손해'라는 지독한 역설

"왜 세상은 늘 이런 인간들에게 유리할까?"라는 질문은 뼈아픕니다. 실제로 법과 제도의 빈틈을 타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단기적으로는 승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사회과학에서는 '무임승차자의 문제(Free-rider problem)'라고 부릅니다.

질서를 지키는 다수가 존재하기에 시스템이 유지되고, 그 시스템이 유지되기에 무임승차자들이 활개를 칠 공간이 생깁니다. 결국 이 세상은 '울분을 터뜨리면서도 차마 핸들을 꺾지 못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인내라는 기초 위에 간신히 서 있는 셈입니다.

 

3. 정의에 대한 알량한 믿음, 지켜낼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의 정의는 자동으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정의는 '기록'과 '비용'을 통해 완성됩니다. 일본에 불법주정차가 드문 이유는 어디선가 칼같이 나타나서 물리는 과태료가 거의 1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불법주차를 하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제도적 보완: 상습적인 위반 구역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비용의 현실화).
  • 사회적 기록: 블랙박스 신고와 같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망.

 

결국 "정의가 살아있다"는 믿음은 운 좋은 누군가의 선의가 아니라, 무임승차자가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느끼는 그 울분은 지극히 정당합니다. 우리가 질서를 지키는 이유는 내가 바보라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난장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최소한의 품격 때문입니다.

비록 당장은 새치기 차량이 먼저 목적지에 도착할지 몰라도, 그들이 무너뜨린 사회적 신뢰는 결국 본인들의 자녀와 가족이 살아가야 할 미래의 비용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정의는 실현되는가"라는 물음에 우리 사회가 '그렇다'고 답하기 위해서는, 이제 인내하는 다수의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더 촘촘한 시스템의 응답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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