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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될때. 폴 칼라티니 저/이종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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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흐름출판. 예스 24>. 2016년

 

서른 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뉴욕 타임즈 12주 연속 1위, 아마존 종합 1위, 2016년도 상반기 미국 최고의 책, 전 세계 38개국 판권 수출...

책이 그리 크지 않은데다 부피도 얇아 몇 시간이면 다 읽겠다 싶었는데, 좀처럼 빨리 읽어 나갈 수가 없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사색의 시간들이 걸림돌처럼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없이 충만한 느낌의 독서 시간들이었다. 저자 폴 칼라티니는 신경외과 의사로써 폐암말기 판정을 받고, 삶의 마지막 2년여를 글을 쓰고 기록하며 지냈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허위 과장 정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넘쳐나는 출판서적들 속에서 온갖 화장으로 범벅되어 좋은 책인양 기만전을 펴는 틈새에서 양서를 찾아 내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다. 게임,영화, SNS, 각종 재미있는 동영상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물에 밀려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 한국 서적판매 시장인데도, 온갖 종류의 책들은 참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때론 명사들의 추천도서를 읽어보는데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책이면 '왜 이런 책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적도 많다.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인 것이다.

<숨결이 바람될 때> 이 책은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다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에필로그에 아내의 글이 덧 붙여져 완성된 이 책은, 서른여섯의 촉망받는 신경외과 의사가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세상을 뜨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빚어낸 역작이다.

'죽어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삶에 대하여 가장 많이 가르쳐 준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던 아툴 가완디의 말처럼, 죽음에 직면하여 설득력 있고 강력한 인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고, 약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글을 쓰고 싶고, 5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신경외과 의사로써의 삶을 살고 싶었다"

- 폴 칼라티니

그는 폐암 말기의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마지막 삶의 불꽃을 태웠다.

지인들과의 만남 도중, 응급수술이 있다며 자리를 뜰 때와 글을 써야한다며 자리를 뜰 때 지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 일치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를 잘 아는 지인은 작가가 글을 쓰고 싶었다면 아마 응급수술이 있다고 말하고 자리를 뜬 후 글을 쓰고 있을 거라 추정한다. 그만큼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고 한다.

작가가 세상을 뜨기 8개월 전 딸 케이디가 태어난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져 갈 때 또 다른 생명을 낳아 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인생을 살만한 가치가 있게 하는 걸까?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걸까?

성숙한 저자의 정신세계를 접하다 보면 숭고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책에 몰입하다보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비록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갔지만, 남겨진 가족들에게 비참함과 후회 한 자락 없이 아니 오히려 더욱 그립고 존경스럽게 만드는 마무리를 한 저자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읽다보면 우리의 마무리 또한 그에 준하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가르침을 얻게 된다.

호스피스 병원 에 가 보면, 삶의 끝자락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 떠 있는 환자들을 접하게 된다. 그들의 말라가는 육체와 멍한 눈길, 지친 듯 미동도 없는 손과 발을 주무르는 간병인의 손길, 웃음기 사라진 보호자의 얼굴.

어차피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할 운명의 한 인간으로서 당장은 외면하고 싶은 모습이고 두려운 미래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 에 대한 숙고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좋은 책만 골라 읽으시려는 사려 깊은 분들에게 꼭 추천 드리고 싶은 엄지척 올라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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