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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풍경. 김형경 회사 건물 중앙복도에 있는 6대의 승강기는 다른 고층 건물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싣고 오르내린다. 승강기를 탈 때면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우연(偶然). ​일단 타고나면, 어떤 사람들과 만나게 될지에 대해 내 의지는 1도 관여할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라는 넓지 않은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내릴 때까지는 온전히 우연한 만남만이 있을 뿐이다. 짧은 순간, 좁은 공간에서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하기야, 이런 만남이 어디 엘리베이터 안 뿐이겠는가? ​건물 10층에서 지하 2층까지 오르내리면서 거치게 되는 층수는 매번 다르며 만나는 사람이나 싣게 되는 물건도 가지각색이다. 걸리는 시간 또한 수 십초에서 수분까지, 상황에 따라 크다면 큰 차이가 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승강기가 오는 호텔.. 더보기
혼자 있기 좋은 방. 우지헌 짬만 나면 만지작거리게 되는 스마트폰은 새로운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내겐 시간도둑이나 마찬가지다. 경박단소(輕薄短小)의 인스턴트 시대임을 반영하듯, 실시간 쏟아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디지털 폭포수 속에서 건져 올린 것들 대부분이 뇌리에 머물고 있는 시간이 짧은 휘발성 정보들뿐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보다는 별 생각 없이 엇비슷한 일상을 보내는데 일조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선 자신의 지나다닌 길목보다 진한 흔적을 남긴다는 찝찝함을 알면서도 거의 중독수준으로 빠져 있게 된다. ​사용하지 않으면 말라버리는 근육처럼 내면세계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정신없이 바쁘건 하루 종일 빈둥대건 내면의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느 틈엔가 삶이 황폐해 진 느낌이 찾.. 더보기
면역의 의미론. 타다 토미오 예전에 유행하던 썰렁한 농담 하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답은 "냉장고를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그리고 문을 닫는다."였다. 개그 프로에서도 이를 풍자한 코너가 있었다... "그까이꺼, 대~충 ....하면 되쥬~" 하며 어려운 일을 마치 손바닥 뒤집듯 쉽게 할 수 있는 것 처럼 말하는 것이다. 근데 실제로 주변에 이런 사람이 정말 있다. 요즘엔 이 농담에서 해결책들이 직업 분야별로 다르게 진화되었다. 대학원 사회에서는 "조교를 시킨다.", 방송가에서는 "방송작가에게 맡긴다.", 대학병원에서는? 당연 "인턴에게 시킨다!"이다. 물론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갑을 관계로 시끄러운 세태를 반영하기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개개인이 세상만사를 모두 경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더보기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뫼비우스 그림/이세욱 역 베르나르 베르베르하면 떠오르는 불세출의 명작 . 그 엄청난 작품 속에 빼곡히 들어차 있던 개미들에 관한 온갖 자잘한 정보들. 흥미로움과 재미는 기본으로 장착하고 때론 경이롭기까지 했던 그의 디테일한 관찰력에 책 절반도 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세계에 입덕하게 되었다. 1961년 프랑스 툴루즈 태생이고, 대학 졸업 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과학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던 것을 1991년 퇴고를 거쳐 발표한 책이 였고, 이 작품을 통해 프랑스의 천재작가로 전 세계에 애독자를 확보하였다. 그의 여러작품들을 관통하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각은 독창적인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며, 인간과 사회체계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높이는데 단초를 제공하곤 했다. 세계밖에서 세계를 들여다 보는 시선에서 .. 더보기
상실의 시간들. 최지월 43년을 함께 살았던 배우자가 죽었을 때, 남겨진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정상일까? 당연히,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실감의 무게는 당사자들에겐 일상적인 것에서 많이 벗어난것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둘째 딸의 시각에서 바라본 엄마의 장례와 그 후의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담담히 묘사한 책이다. 아니, 담담한 척 한 것일뿐 매우 격정적인 얘기인지도 모른다. 제 19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가족구성원의 상실이 발생했을때, 평범한 가정내에서 이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로써 소설을 채우고 있다. 읽는 동안 가슴이 뻐근해질 때가 많았다. 때론 고통스러웠다.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상실은 결코 녹녹한 주제가 아니다. 관혼상제의 유교 전통의식 중 아직도 전 국민적으로 중시되고.. 더보기
Wild. 셰릴 스트레이드 저/ 우진하 역 4,285 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거친 산정의 등산로에서 등산화 한 짝이 벼랑으로 굴러 떨어진다. 큼직한 배낭을 짊어 맨 금발의 여성은 어쩔 수 없이 반대쪽 신발까지 집어 던진다. 그리고는, 슬리퍼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 만신창이가 된 발로 터벅터벅 트래킹을 계속한다. 트래킹 코스 한 가운데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는... 어마어마하게 무거워 보이는 배낭은 지친 여성여행자의 몸을 짓눌러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태롭다. 그녀는 거친 여정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담백하고 세심한 묘사력을 지닌 그녀의 글 솜씨가 독자로 하여금 PCT 전 과정을 같이 여행하도록 안내한다. ​PCT (Pacific Crest Trail).. 더보기
천년의 질문. 조정래 대한민국 현대사 대하소설 ,,으로 이어지는 3부작을 통해 우리역사의 모습을 소설로 알린 조정래 작가의 신간이다. 작가는 순천 선암사 태생이고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이다. 본인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말하듯, 하루 11시간 이상을 매일 집필에 몰두해온 세월이 49년이라고 한다. 그로 인한 직업병으로 양쪽 번갈아 가며 탈장으로 수술을 해야 했고, 을 집필할 때는 오른쪽 팔이 마비가 왔었다고 한다. ​다양한 수상내역과 1천 5백만 부라는 독보적인 책 판매량이 입증하듯 작가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져놓은 그는 거의 3년마다 결과물을 세상에 내 놓는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중국의 비즈니스 현장을 묘사한 , 온갖 사교육의 실태를 고발하는 등 그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큰 기대감을 갖고 조정래 작가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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