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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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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냄. 예스 24>. 2019년 출간

 

     대한민국 현대사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으로 이어지는 3부작을 통해 우리역사의 모습을 소설로 알린 조정래 작가의 신간이다. 작가는 순천 선암사 태생이고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이다. 본인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말하듯, 하루 11시간 이상을 매일 집필에 몰두해온 세월이 49년이라고 한다. 그로 인한 직업병으로 양쪽 번갈아 가며 탈장으로 수술을 해야 했고, <아리랑>을 집필할 때는 오른쪽 팔이 마비가 왔었다고 한다.

     ​다양한 수상내역과 1천 5백만 부라는 독보적인 책 판매량이 입증하듯 작가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져놓은 그는 거의 3년마다 결과물을 세상에 내 놓는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중국의 비즈니스 현장을 묘사<정글만리>, 온갖 사교육의 실태를 고발하는 <풀꽃도 꽃이다> 등 그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큰 기대감을 갖고 조정래 작가의 신간을 기다린다.

​     출판사의 광고 지원은 든든하다. 각종 매체에 노출되는 횟수도 그의 유명세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컴퓨터로 글을 쓰는 이 시대, 만년필로 글을 쓰는 그는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영혼의 소리를 새기는 고전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연필로 쓰기를 고집하는 김훈 작가와 결이 같다.

      작가는 이 책에서 "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서, 사법, 입법, 행정, 언론 그리고 재벌의 5대 권력에 의해 현재의 대한민국은 심하게 망가져 있다고 진단하고 그 해결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믿었던 '국민의 힘'을 대한민국이라는 좌초 직전의 배를 구해낼 키워드로 제시한 작가는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의 한 예를 상당 페이지에 할애해 설명하였다. 3권에서는 인터뷰 내용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까지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글을 펼쳐 나가는 동안,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한 인물들이 여기 저기 등장한다. 대충 짐작이 가는 인물이 나오면 검색을 해 보면 예상했던 사람의 이력이다. 작가가 밝혔듯이, 주인공 기자는 주진우이다.

​     삼성을 떠올리게 하는 재벌 비자금 사건을 중심으로 얽혀진 각계각층의 뒷거래를 현실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실감나게 묘사해 나간다. 130여권의 취재노트가 입증하듯, 아마도 작가가 인터뷰했던 현실의 인물들을 통해 나온 얘기들이 고스란히 책 속에 스며든 때문일 것 같다. 주진우 기자는 2004년 조용기 목사의 탈세와 횡령 의혹을 고발하는 기사를 써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 교인들로부터는 '사탄 기자'라 지탄을 받았었다. 2006년 시사저널 파업사태로 기자생활을 잠시 쉬다가, 2007년 시사IN 창립 멤버로 일하면서 기획탐사취재를 많이 하였다.

      이명박 정권 때 김어준과 함께 팟캐스트를 통해 끊임없이 직격탄을 날려 권력자의 미움을 샀던 그는 많은 고소고발을 민변의 도움으로 헤쳐 나갔다고 한다. 바뀐 현 정권하에서는 비교적 유명세를 누리는 편인데, 유명작가의 소설까지 본인을 모티브로 하여 출간되어 나왔으니 인기는 더욱 더 오를 듯하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기레기들의 쓰레기 기사들만 넘쳐나는 언론계에 소금 같은 존재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시인인 아내가 ‘문학적 향기를 채워 넣으라.’고 지적한다는 조정래 작가의 글들은 이 책에서도 군데군데 투박한 문장인 채로 많이 박혀있지만, 책 속에 담고 있는 탐욕으로 뒤범벅된 우리사회 자화상에 대한 성찰은 모두가 되새김해야 할 묵직한 화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느낌은 아리랑, 한강을 지나오면서 많은 체력소모와 함께 추진력이 많이 둔화된 것 아닌가 하는거였다...취재노트의 내용을 짜집기하느라 급급한 느낌? 하긴 죽기살기로 글을 써 온 시간이 얼마인데...^^

 

 

<출처 ; 해냄. 예스24>. 2019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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