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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아침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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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는 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있습니다. 정상까지 대략 500미터가 안되니,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데 대략 1시간 반도 안 걸려서 운동하기에는 딱 좋은 거리이죠. 도심의 주변부에 산이 있게 마련이지만, 신 시가지가 산을 넘어서 형성되면서

 

이 곳으로 내려 온 20년 전부터 주말이면 오르곤 했던 곳인데, 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는 뜸했죠. 올라가봐야 뿌연 미세먼지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기 보다는 씁쓸해지곤 했기 때문이었죠..

 

코로나가 일상을 뒤 바꾸어놓은 지금, 간만에 산에 오릅니다.

중턱에서 신 시내를 바라보면, 신 시가지 너머로 한 뼘 쯤 뒤에 남해안의 바닷가가 보입니다. 그나마, 미세먼지가 그리 심하지 않았던지 오늘은 바닷가와 시내의 경계가 분명하게 보이는 군요. 산에 올랐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 가는 날은 정말 괜히 올라왔다 싶거든요...

 

 

저 멀리 경관을 바라보고 있자면, 불과 20여년도 안되어 심하게 망가져 버린 주변 환경이 실감납니다.

 

우리는 다시는 예전의 깨끗했던 대기를 갖지 못할까요?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차를 갖고, 삶의 행복을 찾아 주말이면 도로가 여행을 떠나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현실 속에서는 깨끗한 대기를 회복한다는 건 아마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죠.

 

당장 나만 해도 자가용의 편리함을 포기하라면 할 수 있을까요? 전국민적인 합의나 국가적인 정책이 있지 않는 한, 선행적으로 먼저 할 부지런함은 아직 용기가 안 나는 군요.

 

 

살다보니, 눈 앞에 보이는 작은 호수와 작지만 조성해놓은 공원시설은 산책하기에도 좋고 저녁시간때 조명과 함께 공연하는 분수쇼는 작은 눈요기를 선사해주는 공간이더군요.

하지만, 어느 새 저렇게 스멀스멀 아파트들이 번식을 했을까요... 참으로 왕성한 번식력입니다...

늘지 않는 시 인구에 아파트만 주구장창 새로 지어대니, 오래된 아파트들에는 공동화 현상이 번지고 있더군요...한 밤중에 돌아다녀보면 아파트 단지의 절반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아요...

 

 

필요에 의해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건물을 올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게다가 이곳에도 투기열풍이 불어 외지인들까지 분양에 가세하고 있다는 풍문도 무성하더군요.

 

당첨되고나서 누구는 몇 천을 프레미엄을 받고 팔았느니 하는 얘기들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의 아파트 청약 열풍에 불을 질렀나 봐요.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 앉은 탐욕들이 전염병처럼 들끓고 있는 것 같아요.

 

정상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아파트를 쳐다보며 이런 류의 얘기들을 하고 있네요... 자연 속으로 찾아 들어와 산 꼭대기에 서서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아파트를 쳐다보자니, 마음이 좀 그렇더군요...

 

 

 

간만에 올라본 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 시내권의 모습도 새로 지어졌거나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로 인해 많이 변해 있네요.

 

아파트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 정상적인 사랑은 아마도 일반주택에 비해 사고 팔기 용이하고 그 차액을 쉽게 취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이겠지요.

 

도시의 특색을 지워버리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빼곡하게 채워 가는 성냥곽 같은 아파트 빌딩의 모습은 환경을 파괴하며 지구를 훼손해 가는 인류의 모습... 바로 그 축소판인듯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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