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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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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생활체육 탁구는 처음 탁구장에서 접했을 때 느꼈던 것과는 달리 첩첩산중처럼 많은 넘어야 할 산들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차츰 생활체육의 세계에 젖어들면서 생긴 욕심 때문이었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꾸준히 할수 있는 운동, 그것도 유산소 운동의 필요성을 실감하던 차였다. 먼저 생활체육 탁구에 입문했던 친구가 자기가 다니던 탁구장으로 나를 불러냈고, 학창시절 한 때 좋아했던 기억으로 그렇게 생활체육 탁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다녔던 탁구장 안에는 동호회가 2개가 있었는데, 초보에서 중급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 팀을 이루고 있었고 다른 팀은 중상급 이상의 실력자들이 몰려있었는데 주로 시합을 나가는 동호회였다.

처음 시작했을 그 당시만 해도 생활체육대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줄도 몰랐었고, 수 많은 동호회가 있는 줄도 잘 몰랐던 때였다.

생활체육 배드민턴, 테니스 등 도 아마 탁구와 거의 비슷한 환경일 것 같았다. 가장 활성화된 생활체육이 아마 조기 축구회를 비롯한 축구인 듯 하지만, 여성 생활체육인들이 같이 활동하기엔 축구보다는 탁구나 배드민턴이 더 접근성이 좋을 것이다.

@shannedrummondphoto/unsplash ​

 

연습용 기계를 이용해서 혼자서 탁구를 연습 할 수는 있겠지만, 어찌 됐든 탁구는 상대해 줄 다른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탁구장의 기존 동호회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초짜들인 친구와 나는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자기들의 영역안으로 들이려 하지 않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한 두달 하다 재미를 못 느끼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인 기술을 어느 정도 익히는 시간을 버텨내지 못하면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초보시절에는 시간을 맞추어 친구와 주로 치곤 했지만, 어쩌다 시간이 어긋나거나 다른 약속으로 인해 혼자 가게되는 경우 같이 칠 상대를 구하기 힘들었다.

자리에 앉아 있길래 같이 쳐 달라고 하면 금방 가야한다고 거부했던 사람이 다른 동호회원이 오니까 신나게 그 사람하고 운동을 하는 경우도 수 없이 많았다.

거부 당한다는 건 기분 나쁜 일 중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매너없는 사람들이 많은 동호회였다.

물론 초보랑 쳐주는 일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재능기부(?)에 속하는 일이다.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공 주으러 가는 시간이 더 많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초보들은 음료수를 상납(?)하거나 비윗장 좋은 사람은 술 한잔 대접(?)하면서 잘 치는 사람에게 잘 보임으로써 간간히 상대해주는 혜택을 보기도 했다.

내가 처음 다니던 탁구장의 주인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분이었는데, 본인이 올렸던 건물에서 탁구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분은 초보에게 한 게임씩 탁구를 쳐 주면서 내기를 하곤 했는데, 탁구장에서 판매하는 음료수를 주로 내기 대상으로 했다.

대부분의 게임을 구장 주인이 이겼는데, 그럴 경우 자신의 몫인 음료수는 먹지도 않고 값만 계산했었다. 초보탈출 때까진 한달 등록비만큼의 음료수 값이 들었던 것 같다.

음료수 값도 열 받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열 받는 건 게임 한 번 할려면 참 구차한 텃세를 참아야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여러가지 이유로 옮겼던 4번째 탁구장은 주차문제가 어려웠지만, 동호회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초보들에게도 참 친절하게 상대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2년 남짓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추천받은 탁구장이었는데, 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이 구장 주인은 회원 관리를 잘 하는 편이었다.

처음부터 이곳에서 시작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훨씬 좋은 운동 자세가 몸에 익혀졌을 것이고, 그에 따라 실력도 월등히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으로 반 년정도 다녔을 때 건물주가 나가달라는 바람에 탁구장을 문 닫을 형편이 되었으니 이 선수출신 탁구장 주인과의 인연이 그리 깊지는 못할 운명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생활체육대회에 나가면 간간히 만나며 서로 안부를 묻곤 하는데, 때론 시합 때 뒤에서 응원도 해주고 끝나고 나면 이런 저런 격려와 충고도 해준다. 좋은 인연을 너무 늦게 만난 게 내 생활체육 탁구사에서 보자면 안타까운 점인 듯 하다.

@daanstevens/unsplash ​

 

내가 처음 다녔던 탁구장의 동호회원들은 평균 연령이 50대 정도일 만큼 높았는데, 비 인기 체육활동이었던 만큼 지역사회내에 탁구장 자체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몇 군데 더 들러봤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동호회원들은 보통 7~8년 이상 시합도 같이 나가고 함께 운동해 온 사람들로, 그들만의 울타리는 꽤나 공고했다. 또한, 탁구장마다 주 수입원이 동호회원들이다보니 탁구장 주인들은 동호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동호회원이 아닌 일반 회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구장마다 레슨코치를 한 사람씩 들여 운영하고 있었는데, 내가 배운 코치는 되게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운동 감각이 떨어지는 나를 가르치다가 포기했는지 나중에 건성건성 가르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위에서 언급했던 선수출신 코치와는 완전히 달랐다.

동호회에 반 강제적으로 편입되어 주말에 벌어지는 동호회 시합 및 회식에 처음으로 참가했을 때,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던 느낌이 지금도 기억난다. 탁구동호회에서는 탁구 잘 치는 사람이 갑이다.

난 그저 땀 흘리고 운동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탁구였는데, 친구는 목표가 생활체육 탁구에서의 승급이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생활체육 탁구에서는 희망부라는 7부에서부터 1부까지 등급을 나누어 놓고 자신이 이룬 대회성적을 토대로 한 단계씩 승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무슨 무슨 배 하고 시합이 공지가 되면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도시의 사람들까지 함께 참여하는 꽤나 큰 탁구행사가 되었고, 거의 한 달에 1번 꼴로 이런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매니아들도 제법 많아서 열심히 대회를 쫓아다니며 참가하는 사람들은 1 년여가 지나면 거의 대부분의 대회참가자들과 어느정도 안면을 익힐 정도였다.

@eyefull/unsplash ​

 

몇 번만 대회에 참가해 보면, 근방의 최고 실력자들은 자연스럽게 눈에 익히게 되는데 4강전 이상의 시합에서는 늘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시합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대회는 개인전, 복식, 단체전 등을 모두 치루면 밤10시까지 소요되는 경우도 흔했다.

심한 경우는 한 경기를 이기고 다음 경기를 치루기까지 4~5시간을 대기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왠만한 체력아니면 결승에 가기 전에 체력 고갈로 지쳐버릴 지경이었다.

초보단계인 6부와 중하위부수인 5부 단계에서는 천자만별의 자세와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실력자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반면, 4부이상의 상급부수에서는 흔히 국가대표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자세로 탁구를 치는 모습을 보인다.

정식레슨을 받지 않고 혼자서 익힌 탁구 실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어 상위부수로의 진입이 힘들어 보였다.

하여간 6부에서는 독학으로 탁구를 배운 수 많은 탁구인들이 다양한 실력을 가지고 포진해 있었으니, 5부로 승급하는 것도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감각있고 체력이 강인한 젊은 친구들은 예외이다. 젊은 친구들은 확실히 모든 면에서 빨리 배우고 쉽게 익혔다. 승급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 새로 시작한 사람들은 대개가 4부 정도가 최고의 목표치인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속칭 "뽕"이라 불리는 핌플탁구채가 있는데 탁구러버의 표면이 돌기처럼 우둘투툴 튀어나와 있어 탁구공의 회전 구질을 반대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탁구채는 상위부수로 올라가기 힘든 남성이나 힘으로 이겨내기 힘든 여성들이 선호하는 탁구채인데, 이런 탁구채를 쓰는 사람과 자주 시합을 해 보지 않은 탁구인에겐 몹시 난감한 탁구채였다.

@callmefred/unsplash ​

 

5부로 승급할 때도, 제일 힘든 점이 이런 핌플러버를 쓰는 사람과의 시합이었다.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나가서 번번히 떨어지는 것도 핌플러버와의 경기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내게 미소 짓던 어느 시합 날... 나는 핌플사용자를 제압하고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5부로 승급하게 되었다. 그 시합날 이후, 3일간 몸살로 고생 꽤나 했었다.

"이게 도데체 뭐라고..." 싶지만, 시합이 주는 긴장감과 승리에서 오는 쾌감은 꽤나 중독성이 강하다. 요즘은 엘보우 부상으로 주춤하지만 회복되는 대로 다시 시합에 참가하고 싶은 욕망이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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