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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옥과 정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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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다루는 인간관계와 인간사의 시시콜콜한 문제부터 제법 담론화시킬 법한 굵직한 화두까지 적지 않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우리들의 블루스>를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게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

<영옥과 정준 그리고...>편은 장애인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가슴답답한 현실적 문제이지요...

 

 

위 사진에서도 보여지듯이, 매 에피소드의 주 조연들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건만 '그리고...'로 생략되어 있는 영옥의 쌍둥이 언니이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영희'라는 캐릭터(드라마에서는 실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은혜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합니다.)는 빠져있습니다. 게다가, 에피소드 제목을 '그리고...'로 정한 의도(다른 캐릭터 이름은 다 명시하면서 왜...)가 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마치 '앓는 이'처럼 여기고 극구 감추려고만 하는 후진적인 마인드가 있음을 꼬집는 것 아닌가 싶구요.

드라마 속에서도 영옥은 '영희'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자라오면서 세상으로부터 받은 온갖 모욕과 홀대를 힘겹게 참아내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오직 착한 사람만이 장애인들을 감싸 안을수 있다(부모님이 쌍둥이 동생 영옥에게 언니를 챙겨주도록 은연중에 계속 세뇌시킨듯 합니다만...당사자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겠지요.)는 대사를 몇 번에 걸쳐 강조할 정도로 작가 또한 장애인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보입니다.

 

사실 인생 살아가다보면 온갖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고, 멀쩡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장애인이 되면서 겪게되는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제약은 어느 누구에게나 현실화될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고,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장애인을 내 몸처럼 대해줘야 하는 게(굳이 보험같은 얘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타당성있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후진국 마인드를 가진 사회(출혈경쟁이 치열한...)에서는, 장애인들은 공동체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결점 정도로 여겨집니다. 극악무도했던 독일나치세력들이 했던 비인간적인 만행들을 반추해보면 여실히 드러나는 점이지요.


 

영국에 있을 때의 경험담을 얘기할까 합니다. 아침에 방영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내용면에서는 한국의 어린이 프로그램과 여러가지 면에서 닮아있기는 한데요,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아마 출연진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요, 진행자들이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 흑인과 거의 일반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예쁘고 화려한 외모의 사람들이 출연하는 한국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시각의 소유자로서 솔직히 거부감이 조금 생기긴 했습니다.

장애인의 몸짓을 보는 것도 불편하고,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다양한 피부색의 진행자 모습이나 작은 키에 넉넉한 몸매의 소유자들이 왁자지껄 진행하는 모습도 낯선 곳에 떨구어진 이방인처럼 여간 적응하기 쉽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시일 뿐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진행자들의 모습이 더 이상 이상하게도 낯설게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놀라운 변화였지요. 이상하게 바라보던 아이들도 금방 익숙해지고 말이죠.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며 함께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예쁜 모습만 화면에 담으려고 하는 사회의 모습이 비교되며 사회문화의 힘을 실감했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타인의 약점을 비웃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어느 사회나 반드시 있지만, 그런 사람을 비지성인(혹은 아직 덜 성숙한 아이들 같은...)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지 않은 사회는 덜 떨어진 공동체임에 틀림없습니다.

런던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다운증후군 장애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흔히 볼수 있습니다. 유독 런던에만 다운증후군 장애인이 몰려 살리는 없는 바, 이들이 자연스레 공동체 안에서 같이 생활한다는 얘기지요. 세인들의 시선이 힘들어 감추고 숨어버리는 사회가 아니란 얘기기도 하구요.

 

 

저 또한 드라마 속 푸릉마을 사람들이 애써 '영희'에게 오버스럽게 잘해주는 모습 식당에서 '영희'와 영옥 정준일행에게 모욕적인 언사로 함부로 대하는 어느 가족의 모습(간만에 가족끼리 외식 나왔다가 기분 잡쳤다는 말을 들리게 내 뱉는...)을 극적으로 대비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직 한국의 장애인 인식수준은 '할많하않'임을 느꼈고 내 자신 또한 별로 예외는 아님을 부끄럽게 느낄수 밖에 없더군요.

그런 문화에 길들여 자라다보면, 장애인들에게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마치 선행이라도 하는양 느낄수 밖에 없겠지요. 다른 인간관계의 트러블은 그럭저럭 수긍이 가는 솔루션을 제시하다가, <영옥과 정준 그리고...>편에서는 너무 안일하게 해결책을 그려낸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나고 자란 곳의 문화환경은 크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겠죠. 하지만, 사회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작가정신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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