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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석(이병헌 분)과 선아(신민아 분)는 두 사람 모두 어린 시절에 가슴아픈 트라우마를 입고 방황하는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남기 힘든 어린 시절엔 누군가에게 의탁하여 생존할 수 밖에 없고, 그 시기의 경험은 평생을 좌우하는 어마어마한 각인이 되고 맙니다. 물론 그 이후의 시기라해도,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충격이 가해진다면 이 역시 지울수 없는 흔적이 남겨지겠지만요.
선아의 얘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대개의 우울증 환자가 그러하듯이, 모든 비난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려놓고 끊임없이 자기안으로 무너져 침잠해 버리기 때문이죠. 요즘같은 내로남불 세상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사고방식이죠. 뻔뻔스레 남 탓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판국에 스스로 자기탓을 하면 어찌 험한 세파를 버텨낼 수 있을까요(그리하여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불행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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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빠진 선아는 아이를 방치해두고, 남편과 스스로를 신경도 쓰지 않은채 자기안에 갇혀 허우적댑니다. 드라마에선 마치 물에 적셔진 솜뭉치 같다며 온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선아를 묘사합니다. 우울증 환자의 증상을 시의적절하게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온통 주변이 캄캄한 어둠으로 바뀌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리는 장면도 우울증의 또 다른 표현으로 참 적절하게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선아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어린 시절에 연을 맺었던 동석(두 사람 모두 마음의 상처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봤죠.)은 여러가지 솔루션을 주지요. 어느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 못지않은 현명하고 기발한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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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얘기야. 아버지 배타다 죽고, 누나는 물질하다 죽고, 엄만 매일 바다만 봤어.
바로 등만 돌리면 한라산이 저렇게 턱하니 있는데... 이렇게 등만 돌리면 아버지, 동이 누나 죽은 바다도 안 볼수 있는데...
그저 매일 바다를 미워하면서 바다만...
- 드라마속 동석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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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 가볍게 지나갈 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심각해지면 드라마에서 묘사한 것이상으로 괴롭고 힘든 상태로 진행될 수도 있을겁니다.
선아에겐 구세주와 같았던 동석 또한 어린 시절부터 커다란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친구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른 후(아마 생활이 막막하여 첩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졌는데요...), 본처 자식들(?)에게 갖은 모욕과 구타를 일상으로 당했었지요. 동석은 본처 자식들을 한 주먹에 때려눕힐 수 있는 힘이 있었지만, 일부러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고통을 주려고 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동석 엄마 강옥동(김혜자 분)은 맴찢이겠지만 유구무언의 세월을 보냅니다. 그 아픈 감정의 시간들이 당사자들에겐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그런 비슷한 것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격하게 공감할 거 같네요.) ...
감정의 골이 깊어져 제 엄마를 작은엄마(친구나 동네 형들은 '작은' 빼고 부르라고 야단치곤 합니다만...)라고 부를 지경까지 악감정을 지니게 된 동석은, 같은 시장판에서 장사를 하면서도 옥동을 소 닭보듯 합니다. 시장통 사람들이 아무리 말리고 비난해도 더욱더 모질게 엄마에게 행패를 부리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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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석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건 제가 아는 지인 중 한 분이 조금은 경우가 다르지만 거의 엇비슷한 환경속에서 살아온 분이 계셨기 때문이죠. 그 분도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쌓여있어 술에 취하기만 하면 엄마에게 행패를 부리곤 했다고 합니다.
<동석과 선아>편은 3회 이상의 분량으로 다른 에피소드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다른 어떤 에피소드보다도 마음아프고 속상했어요.
아무 힘 없는 어린시절에 험악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고통스런 경험들... 이로 인해 회복하기 힘든 상처받은 영혼들... 방황하고 무너지는 가련한 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적극적인 동석과 많이 소극적인 선아의 모습으로 드라마 속에선 조금은 세련되고 깔끔하게 묘사(두 분의 빛나는 외모가 한몫 했겠지요?...^^)되었지만, 진짜 삶속에서의 그 칙칙하고 음울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겁니다.
어쩌면 해결책이란 게 언제 어디서건 변함없이 믿을수 있고 기댈수 있는 누군가에 의해서만 주어질 수 있다고 작가는 생각했던 걸까요? 마치 플라토닉한 사랑을 하는 듯한 동석의 모습이 선아가 우울증을 조금씩 이겨내는 과정에 오버랩되어 색다른 러브스토리처럼 느껴지긴 합니다만, 상처입은 동석의 영혼은 치유가 요원해 보입니다. 아마 후반부에 나오는 <옥동과 동석>편에서 이런 문제들이 다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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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과정에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작가가 제시하는 답안지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마도 마지막 20화 <옥동과 동석>편도 눈물 꽤나 흘릴거 같은 예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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