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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사랑. 그 추상의 명제에 관한 처연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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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작가정신. 예스 24
 

 

최근 읽었던 이승우 작가 <욕조가 놓인 방>은 2006년 초판이 나온 뒤, 올해 4월에 개정판이 나온 책입니다. 현대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모두 수상한 이승우작가는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하며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만들어가는 분입니다.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프랑스 최고의 페미나 문학상 외국문학부문 최종후보로 올랐던 이승우 작가를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로 지명하기도 했었죠. 그의 작품을 읽어보니, 그가 펼쳐낸 사유의 들판을 거닐면서 과연 그의 가치가 바로 느껴지더군요.

개정판이라고는 하나 작가의 말대로 초판에 비해 고침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십 수년이 지난 책임에도 내용에 있어서는 세월의 두께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학은 불과 몇년만 지나도 그 촌스러움이 팍팍 느껴지는 패션과는 정말 다른 쟝르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마도 십 수년 뒤에도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철학적 향기는 별반 다른 느낌이 아니지 않을까 싶군요.

 

 

특이하게도 책의 뒷 부분에 두 사람의 평론가에 의한 작품해석이 꽤 두툼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지요.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지만, 이 두사람의 작품 해설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이 자신의 견해에 따라 작가의 의중을 가늠해 봅니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해 꽤나 냉소적인 듯 하면서도 합리적인 추론으로 천착해 들어갑니다. 구사되는 언어의 섬세함이나 유려함으로 인해 추상적인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적절하게 이미지화하는 면이 강하지만(때론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와서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대단한 필력이지요...), 그런 반면 작가의 생각이 너무 일방적으로 강하게 주입되는 면도 적지 않다 하겠습니다. 아마도, 작가의 사랑에 관한 이러한 방식의 고찰을 시니컬하게 비판하는 낭만주의 독자들도 꽤 있을 듯 합니다.

 

 

사랑에 관해 그 정의를 묻는다면 모르긴 몰라도 다들 자기 나름의 정의를 한 마디씩 내리실 겁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을 해 봤다고 여기고 또 할 예정이기에, 나름대로 생각하고 형상화한 '사랑'이란 것의 이미지가 있을테니까요.

남녀간의 사랑은 이 세상을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제도로 정착되어 있는 '1부1처제'는... 남녀간의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한 결합이후의 공식, 비공식적인 사랑은 배우자 한사람에게만 허용하도록 되어 있지요. 하지만, 현실에선 적지않은 비율로 혼외정사가 일어나고... 권태에 빠져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서 일탈을 꿈꾸기도 합니다.

 

 

한국도, 언제부터인가 숨겨야하거나 부끄러운 일로 치부되던 '이혼'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이 많다지만, 상당수가 배우자의 일탈행위로 인한 배신감에 기인한 경우라고 하지요.

서구에서는 코비디보스(Covidivorce, covid 코로나 + divorce,이혼)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 코로나로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부사이의 다툼과 이혼이 늘어나면서 생긴 단어라고 합니다. 하지만, 통계상으로만 보자면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한국에서의 이혼율은 오히려 감소되었다고 하는데 직장회식이나 친족만남이 줄어들면서 이혼의 사유가 되는 요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이런데서도 동서양의 문화와 감성차이가 현저히 드러나네요.

 

 

그렇다해도, 뭐 하나를 하더라고 화끈하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종특상 자살율 OECD 국가 1위에 이어 이혼율마저 OECD 국가중 최고로 높은 국가중 하나(미국, 호주, 영국에 이어 4위)라고 하네요.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어떤 포스팅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이혼율은 47.4%에 이르렀다.'고 하는 글이 있더군요. 이는 결혼 부부 두쌍 중 한 커플은 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믿기 힘든 내용이어서 근거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근거자료는 찾기 힘들었어요.

2021년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천명당 이혼건수)을 따져보니, 전 세계 평균 1.7을 훌쩍 윗도는 2.0을 기록하여 OECD회원국 38개 나라중 9번째였다고 해요. 같은 한자문화권인 중국(조이혼율 3.0)도 공혼족(恐婚族)이라 해서 '결혼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라고 하며, 한국에서도 '비혼족'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정도로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고 합니다.

 

 

사랑없는 결혼을 선택하는 일부의 커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때는 서로 사랑한다는 믿음으로 평생을 함께 하자 약속하고 결혼이라는 제도속으로 합의하에 들어왔을텐데, 왜 그리도 많은 부부들이 다시 갈라서는 선택을 하는 걸까요?

잇님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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