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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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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갤리온. 예스 24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이 7년만에 출간된 신작이에요.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깨달은 그녀만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죠.

두 아이의 엄마, 정신과 의사로써 공사다망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불치병을 얻고 침대에 눕게되면서 인생을 숙제처럼 스스로를 닦달하며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봅니다.

 

파킨슨 병은 치매와 마찬가지로 한 인간을 서서히 몰락시키는 무서운 불치병이라고 합니다.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약으로 버티는 시간이 지나면 몸이 말을 잘 듣지 않게 되고 이런 시간들은 갈수록 늘어간다고 하지요. 그 영향으로 온 몸이 고사목처럼 점점 시들어 말라가고 발병후 15년 이내에 대부분 생을 마감한다고 하네요. 무서운 병이지요...

코로나가 휩쓸고 간 뒤, 2주가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피로감이 남아 있어 조그만한 격한 활동에도 쉬이 지쳐버리는 상태가 되다보니 파킨슨병으로 자신의 근육들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늘 피로감에 찌들어사는 저자의 마음이 쪼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인생사 마음먹기 달렸다고는 하나, 불치병을 안은 채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철인같은 정신력의 사람들을 보면 새삼 존경스런 마음이 듭니다. 자신의 환경이 행복에 겨운지도 모르고 투정만 부리는 어린애들처럼 지내고 있진 않은지 다시금 제 주변도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구요.

공식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은 예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문화예술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기도 하니, 이젠 의젓한 선진국 맞지요. 하지만, 국민들의 정서는 아직도 '빨리 빨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순간 왠지 꺼림칙한 죄책감도 스며들 정도로 개발도상국 마인드 또한 구석구석 남아있지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식의 사회분위기와 전체주의적 교육방식이 버젓이 남아있어,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사회구성원들을 키워내기보다는 기업의 일꾼들을 양성하는 듯한 시스템도 '삶의 목표' 내지는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삶보다는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한 출혈경쟁만이 지상과제로 선정되어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 자동차와 집을 소유하지 못하면 루저처럼 느끼게 되고 그런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혼과 육아마저 포기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려는 경향이 큰 우리 사회의 자화상 일부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이 나의 병에 대해 알고 나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먼저 웃으며 그런다.

"제가요, 옛날에는 가진 거라곤

돈하고 미모밖에 없었거든요.

근데 나이가 드니까 병하고

빚밖에 안 남았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을 풀고 나를 대하는 걸 불편해 하지 않는다.

            - <파킨슨병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중에서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잠시나마 마음을 추스리고 다잡게 되는 강한 자극제역할을 합니다. 아프리카 난민촌에서 굶어 쓰러져가는 아이들을 돌보며 몇일 만이라도 지낸다면, 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꽤 많이 달라지겠죠. 그런 마음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이 책을 선택해서 읽는 독자라면 최소한 사지멀쩡한 상태로 책을 읽을 정도의 기력이 남아 있는 사람일테니, 독서를 통해서 공급받을 삶의 에너지는 자못 적지 않을 겁니다. 비록 뇌피셜이어서 얼마 오래가지 않을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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