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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강지희 외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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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시선의 글들을 모아놓은 글의 뷔페같은 책입니다. 같은 밥상머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 주고받으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어 '식구'라고 하지요. 식구란 말은 말 그대로 식사와 관련이 있으며,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식구란 단어가 풍기는 그 엄청난 유대감과 결속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출처 : 한겨레출판. 예스24

 

 

하루 세끼 중 유독 점심 식사만큼은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속에서의 부대낌이 뒤섞여 있는 한마디 말로 정의하기 힘든 이벤트입니다.

10명의 작가별로 또 몇개의 산문들이 실려서, 꽤나 많은 수의 단편들이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매력들이 산재해있어서 대부분의 독자들이 자기 취향에 쏙 어울리는 산문 너덧개는 쉽게 만나보실수 있을거 같습니다.

 

 

제 경우는 첫 산문이 그러했지요.

워낙 문장의 식감이 쫄깃하고 맛깔스러워 '뭐 이런 글재주가 다 있지?' 싶었는데, 아쉽게도 다음 산문은 결이 확 틀리더군요. 다양한 색깔의 산문들이 뒤섞여 있다는 걸 알기까지는 여러 편의 산문을 더 읽어내면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앞에서는 직업이 경찰관이었는데, 두어편 뒤에서는 느닷없이 회사원이 되어 있어서 '같은 작가의 모둠으로 이뤄진 책인데 왜 이러지? 상상의 글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점심식사에 얽혀 있는 수없이 많은 삶의편린들은 때로는 격한 공감을, 때로는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한 아픔을, 때론 알수없는 미묘한 감정선을 건드리곤 했지요. 마치 삶의 한 순간을 절절하게 담아 보낸 사연들을 소개하는 라듸오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듣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구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동양권, 특히 한국에서의 혼밥은 불과 십수 년전에는 굉장히 하기 힘든 미션과도 같은 일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차라리 배고픔을 참고 말지, 왕따/찐따 내지는 루저처럼 비춰지는 혼밥만은 하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가 분명 있었던 시절이지요.

하긴 그 당시엔 남존여비, 고부갈등 같은 유교문화 잔재의 그늘이 선명히 드리워져 있기도 했었지요. 밝은 햇살이 비춰지면 끝날거 같지 않던 어둠이 스멀스멀 스러지듯, 구태의연했던 관습과 지랄맞던 헤게모니들도 어느 순간 그 생명이 다해져 있네요.

 

 

재혼, 혼밥 같은 사회적으로 꺼려지던 일들이 언제부터인가 흔하디 흔한 일상으로 인식되어지고, 느린듯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통념과 군중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도 점점 양극단화되고 적응하기 어려워지는 듯 합니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이란 책이 나올 정도로 혼밥이 선명한 사회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은 시대... 점심식사를 주제로 한 글인만큼 거대담론과는 거리가 한참 먼 일상다반사의 소소한 에피소드일거라는 추측이 백퍼센트 맞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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