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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책리뷰] 작별인사. 김영하.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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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밀리의 서재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책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기획하고 펴낸 e-book 전용이기 때문이죠. 일부 <밀리의 서재> 구독자들에게는 종이책으로 보내주기도 한 모양입니다만...

<살인자의 기억법>을 마지막으로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궁금하던 차에, 최근 결재를 하고 시작한 밀리의 서재에서 무심코 검색해보니 김영하 작가의 신작이 뜨네요.

 

<작별인사>는 밀리의 서재와 단독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아직까지는 종이책으로 출간이 되지 않았지만 <밀리의 서재>와의 계약이 끝나고 나면 기존의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영하 작가의 찐팬이라면 이 책을 읽기 위해 진즉에 <밀리의 서재>까지 결재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만... 김영하 작가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전 진성 팬은 아니었던가 봐요. 어떤 식으로든 신간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7년간의 공백을 깨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작별인사>란 전자책은 김영하 작가로써는 최초의 SF소설인데요...

인간과 인공지능, 그리고 휴머노이드라는 기계가 공존하는 가상의 미래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만의 필체로 담아냈습니다. 언제나처럼, 자질구레한 주변묘사는 과감히 생략하고 이벤트 위주의 직접적인 묘사와 대화를 통해 작품을 이끌어가는 작가의 스타일은 그대로이지만, 첫 SF인만큼 조금은 디테일한 면에서는 억지스런 면도 눈에 띱니다.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파격적인만큼 작은 흠결들은 그닥 신경쓰일 정도는 아닌데다 내용전개 속도가 빨라 휘리릭 읽혀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두께를 가늠할 수 없는 전자책이지만, 173쪽이란 엔딩 페이지 수만 봐도 비교적 얇은 중단편 소설에 가까울 듯 싶네요.

통일이 된 한국의 미래 어느 시점. 인공지능들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관이 짙게 배여있는 <작별인사>는 미래의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본성에 각인되어 있는 폭력성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지구상에서 공멸하고, 기계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될꺼라는 상상은 꽤 많은 이들의 작품속에서 살아 숨쉬는 현재형이지요.

 

 

자세한 전후 맥락과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오랜 역사속에서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을 러시아가 침공하여 국제적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집단패거리를 형성하면서 끊임없이 싸워왔던 비극적인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집단패거리 안에서도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쉼 없이 이어졌지요. 어느 한 순간이나마 평화로운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인간들은 서로에 대한 싸움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 지구상에서는 대단히 독보적으로 공격적인 동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움이란 건 어떤 걸까요?

감정과 이성을 지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시니컬한 조명을 들여다보면서, 과연 인간다움에 대해 우린 아직도 아름다운 환상을 가질수 있을까요? 미래사회를 상상하며, 여러가지 상황들을 묘사해 놓은 부분을 읽을때는 지금까지 봐 왔던 온갖 SF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재미가 쏠쏠하기는 하지만 김영하 작가의 작품톤이 그렇듯 약간은 무겁고 음울하게 짓누르는 페이소스는 책 제목에서부터 지레 새드엔딩임을 직감하게 하더군요.

빠른 시일내에 종이책이 발간되면 좋겠네요.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보니, 책 한권 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한달 내내 여러 흥미로운 책을 볼 수 있어서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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