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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책 리뷰]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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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리학교. 예스 24

 

김수현 주연의 쿠팡플레이 드라마 <어느날>은 하룻밤을 보낸 여대생이 온 몸에 칼이 찔린 채 숨져 있고 살인용의자가 된 대학생 김현수(이름의 앞뒤가 바뀌었더군요...)와 그를 도와주려던 삼류변호사 신중한(차승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얘기입니다. 평범한 대학생이 살인현장에서 무조건 도망치면서 온갖 불리한 증거들을 남기며 체포되어, 결국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흑화되어버리는 모습들이 설득력있게 진행되지요. 그 와중에 모든 증거들이 자신이 살인범임을 가리키자, 술에 취해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김현수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기도 하지요.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진실과 믿음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꽃님 작가의 <죽이고 싶은 아이>도 결이 아주 비슷한 책이었어요. 진실이란 게 사실 날것 그대로의 것인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말이죠.

 

 

예전에 모두가 '예'라고 말할때 혼자서 '아니오'라고 말할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했던 광고가 있었는데요, 꽤나 심오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CF입니다. '집단이성'이란 단어도 있지만, 모든 이가 옳다고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일 수는 없다는 또 다른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상당수가 자신들이 다 안다고 믿지만 그건 오해일뿐이고 또한 믿고 싶은 대로만 믿고 있다는 확증편향또한 전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하지요.

사람이란게 참 무섭지요. 게다가, 주변환경에 정말 쉽사리 휘둘리기도 하구요.

어제까지 친한 척 했던 사람들이 구설수에 휘말린 사람에게 등돌리고 떠도는 소문을 무작정 믿으며 뒷담화에 몰두하고 진실은 외면한 채 믿고 싶은대로 믿으며 한 인간의 몰락을 바라보는 잔인한 면을 비추는 영화들도 꽤 있지요.

단지, 영화속 가상의 얘기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에는 가슴아픈 얘기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타인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무심한 사람들의 독설...

자신의 맘에 안 찬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성추행범으로 몰고가는 가식적인 모습과 약한 모습을 한 타자에게 휘두르는 유무형의 폭력, 타인에게 무관심하면서도 막상 일이 터지면 과도할 정도로 뒷담화와 루머를 생성하며 몰입하는 뒤틀린 군중심리 등등...

많지 않은 에피소드 속에 녹아든 여러 인간 군상들의 우울하고 비열한 모습들을 읽어나가는 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요.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불쑥 튀어오른 생각지도 못한 반전때문에 한참동안 멍하긴 했지만, 정말 많은 생각꺼리들도 생기더군요.

고전작품들을 읽다보면 참 많은 문장들을 할애해 주변상황이나 경관 등을 묘사하곤 하는데, 어느 정도 은유적인 비유가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많지요. 요즘 작가들의 책들을 읽다보면, 고전의 이런 돌아가는 표현들 거의 없습니다. 시대의 변화지요. 돌직구처럼 바로 이벤트를 묘사하고, 등장인물들의 심정 표현 또한 직접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도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정말 간단명료합니다. 하지만, 드라마 한편을 보는 듯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대단합니다. 게다가, 생각지 못한 반전까지... 술술 읽히는 재미에다가 여러가지 생각꺼리까지...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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