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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장면들.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The S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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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창비. 예스 24

 

JTBC 뉴스룸의 간판앵커이자 JTBC 사장을 역임했던 손석희 님의 에세이집이네요. 현재는 JTBC 사장급인 해외순회특파원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이군요.

후배 아나운서와의 스캔들과 기자폭행논란 등으로 개인적으로는 느끼는 이미지에 타격이 있긴 했지만, 청렴하고 깨끗한 언론인으로써의 대표상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손석희였습니다. 그래서 그가 펴낸 에세이집에 냉큼 손이 가더군요.

개인적인 면을 자세히 아는 건 거의 없고, JTBC 뉴스룸 앵커시절과 100분 토론 같은 간판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아 온 모습들이 전부여서 어찌보면 포장된 이미지만을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손석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나무위키를 열어보면 상당히 많은 양의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올라옵니다. 그 양에 놀라고, 에피소드 내용들이 흥미로워 쭈욱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손석희란 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엿 볼수 있고 의외의 모습들에 인간적인 흥미로움도 느끼게 되네요.

<장면들> 저널리즘 에세이로써 자신의 지난 시절을 장면장면으로 편절하여 객관적인 사실들을 꽤나 주관적인 시각에서 묘사해 놓았더군요. 하지만, 언론인답게 너무 감성적이거나 편향적인 시각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글을 썼고, 그렇다고 무미건조해서 고구마처럼 읽기 뻑뻑하지 않도록 에피소드 위주로 적어놓았더라구요.

박근혜정권의 몰락을 초래한 테블릿PC 사건 세월호 침몰사건에서 "아젠다 키핑"을 하기위해 애썼던 지난했던 과정들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구요, 본인이 JTBC 로 이적하게 된 뒷담을 진솔하게 적어 놓은 부분도 있지요.

 

2014년2월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사진출처 : JTBC

 

'기레기'란 용어에서 느끼는 언론인으로써의 소회를 적어 놓은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기자를 험담하는 자연스레 쓰는 욕이 되어버린 단어 '기레기'...

문득, 한 인간을 쓰레기로 취급한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봅니다.

파리가 들끓고 온갖 악취가 새어나오는 쓰레기... 과연 쓰레기같은 인간이란게...

20년 넘는 기자생활로 왠만한 댓글에는 내성이 생긴 그였지만, '기레기'라는 세 글자앞에서는 무릎이 꺾이고 만다는데...

 

"억울하지만, 억울해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안다. 언론은 무고하지 않다.

때로 펜을 흉기처럼 휘둘렀고 감시해야 할 권력자의 힘을 제 힘이라 착각했다.

공익과 사익을 이따금 겹쳐 보았으며, 하위 20%의 사람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상위 1%와 눈 맞추려 에썼다.

교만한 게으름의 죄가 가장 크다.

정보는 '우리'만 알고, 세상은 '우리'만 읽을수 있으며,

여론은 영원히 '우리'의 뜻대로 움직일 거라는 오판으로 변화를 거부한 죄....

 

쇄신하지 않는 권력은 유죄다. "

 

- <장면들>...P274

그의 명석한 통찰력이 빛나는 명 문장이 아닐수 없네요.

 

스스로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전횡을 일삼는 이들이 위와 같은 것을 스스로 깨달을수만 있다면, 현실은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 있을겁니다.

모 연예인이 자신이 연예인병에 빠지지 않도록 주위사람들에게 늘 환기를 시켜달라(연예인병이 도진것 같으면 자기 뺨을 때려달라고 했다네요...그래서, 지금 뺨 때리면 되니? 하고 늘 묻곤한다는...)고 한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반드시 한 번쯤은 걸리게 된다는 연예인병...

 

출처 : JTBC <뉴스룸>

 

어떤 종류의 권력 혹은 금력이든 간에 누군가에게 행사할수 있는 막강한 힘이 생기게 되면, 인간들은 그 힘에 지배되어 사악한 짓을 일삼게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처럼 말이죠.

손석희 님은 <장면들>에서 기레기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길은 기레기'라는 참혹한 단어로 비아냥대고 손가락질 하는 게 아니라 차가운 이성의 힘으로 날카롭게 비판하여 일깨우는 것이라 제안합니다. 쓰레기 소굴에서는 깨끗한 모든 것들이 시들어버리고 쓰레기만 살아남듯이, '나쁜 기자'들은 어떤 모욕에도 꿈쩍하지 않을거고 기레기란 말에 결국 기레기만 득세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구요.

현직 언론인의 입장에서 '기자'로써의 열정을 지니고 매일을 전쟁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으며, 권력과 공짜 잿밥에 목을 매는 한줌도 안되는 기자들이 내지르는 소음에 그들의 낮고 느린 목소리가 묻히는 점을 안타까워합니다.

 

누군가에게 침을 뱉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수 없다는 현직기자의 하소연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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