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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침묵의 카르텔. 이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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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계절. 예스24>. 2019년 12월 출간

 

시민의 눈을 가리는 검은 손, 침묵의 카르텔

카르텔[독일어. Kartell]

흔히 카르텔하면 떠올리는 멕시코 마약범죄조직이 아니라, 원래의 카르텔은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이나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따위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을 지칭하는 말. 나쁘게 얘기하면,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독과점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말한다.

서로 다른 조직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연합을 하는 경우에도 차용하여 카르텔이라 부른다.

요즘엔 이런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는 듯 하다.

<침묵의 카르텔>의 저자 이은용은 1995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2014년 전자신문에서 부당해고되었는데 박근혜 정부 1호 해직기자였다. 이후 복직되었지만, 달라진 주변상황에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회사를 나온 듯 하다.

이후 시민들의 투자로 만들어진 99%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99% 시민을 위한 비영리, 비당파, 독립 언론기관입니다.

                     

그가 기자로써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부딪힌 여러 카르텔의 모습들을 책에 담았다.

흔히 관행이라 치부하던 비리들을 들 쑤시고 다녔으니 관계자들에게 오직이나 '앓던 이'였겠는지...

정관계 고위직들은 그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경제계, 종교계, 문화계 등 다양한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급인사들과 서로 교류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것이다. 비꼬아 얘기하자면, 끼리끼리 노는 것이다.

이들이 모여서 사회에 건설적이고 보람있는 일을 벌인다면,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영향력 있는 일들을 해 낼것이다. 하지만, 카르텔을 형성하여 그들만의 사익을 도모한다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악영향으로 사회에 토해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 것 같은가?

<출처 : Unsplash.com/@jordanwhite306>

                                                

신자유주의는 모든 사람을 돈의 노예를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시스템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돈의 논리는 있는자들에게는 파라다이스이지만, 없는 자들에겐 그야말로 지옥이다.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은 양극화라는 또 다른 질 나쁜 서자를 낳는다.

극단을 치닫을 수 밖에 없는 이러한 현상은 마치 브레이크 고장난 차 처럼 제동을 걸 방법이 없고, 탐욕스런 인간들의 정서에 딱 부합되는 듯 하다.

이미 충분한 재력과 권력을 거머쥔 상위 극소수의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느낌은 단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내 주변의 선배들 중 "세상은 옳은 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가진 자들의 논리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비 합리적이고 때론 불법적인 일들로 만사를 치러낸다."는 심오한 철학을 취중진담으로 설파하신 분이 있었다.

'한 평생 큰 하자없이 큰 탈 없이 무사히 보내길 기원하고 살라'고 일장연설의 끝을 맺었더랬다.

  <출처 : unsplash.com/@peter_oslanec>

                                             

"기사가 그렇게 나가면..." 권력 입김이 언론사 인사에 닿아 당신이 자리 보존을 하기 힘들수도 있다는 암시성 협박... 실제로 고위 정치인들이나 권력자들은 언론이들에게 공식, 비공식적으로 압박을 행사했던 사실이 얼마나 많았던가? 기사화되어 나온 것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데, 그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묻혀 있을런지...

정부의 지원을 받는 KBS와 연합뉴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사실 사유재산이자 수익을 창출해 내야 하는 일종의 회사와 같다. 언론은 공정한 보도와 권력체제에 대한 올바른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는 공익적인 면은 사실 사문화된 포장문구나 다름없다...

공공성을 띈 교육과 의료체계 등에도 우리나라는 상당부분 민간자본에 의존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공공의 선 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결과로 여러가지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 정권들에 의한 끊임없는 언론 보도 장악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바야흐로 언론들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지난 시절의 아픔을 교훈삼아 똑바른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면 좋으련만, 신자유주의가 창궐한 이 시기에 사유재산으로 만들어진 언론들이 사익을 추구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보도을 일삼는 병적현상은 이미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한 상위 극소수 특권층들만의 리그는 막강한 자본과 권력을 기반으로 수 많은 언론기관을 홍위병으로 휘두르며 많은 국민들의 귀와 눈을 막아버렸다. 눈 밝은 이들은 충분히 깨쳐나갈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이들이 훨씬 더 많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의민주주의는 모든 사람들에게 1인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깨어있는 사람들이 적을 수록, 상위그룹의 카르텔에게는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알아서 정치혐오증을 유발시켜주는 국회의원과 정당들은 카르텔을 형성하는 무리들에겐 더 없이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또한, 개인적인 탐욕으로 사회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인간들도 사용해 먹기 딱 좋은 일회성 불쏘시개들일 것이다.

한국을 좌지우지하는 악성 카르텔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아마도 지난 정권말의 촛불혁명과 같은 대규모 시민들의 깨어남과 그 연합의 힘일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만이 공고하게 다져진 현 한국사회의 비정상적인 카르텔을 부수고 모든 국민들이 함께 잘 살기위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초석을 만들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출처 : unsplash.com/@nickkarvounis>

                                                 

현 한국의 언론 지형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알다시피, 기자들은 기레기라 비하받고 있고, 수도 없이 많은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있어 이름있는 몇몇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들어서는 '저게 뭐야?' 싶은 것들도 부지기수이다.

이들 사유재산으로 만들어진 언론사들은 모두 사익을 위해 공정보도는 형식에 불구한 공허한 외침인 경우가 대부분일터이다.

게다가, 시민의 알 권리를 좀 먹고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흐름이 지속되는 건 언론사 안에 기자라기보다는 월급쟁이 대서인에 가까운 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이은용의 말은 마치 내부자고발처럼 들린다.

그는 높고 힘센 자리에 앉아 있는 언론인일수록 권력자나 자본가의 겁박에 쉬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들은 전화 한 두통만으로도 공정보도체계와 공적책임을 내 팽개치고 권력과 자본에게 굽실대며 반항하는 기자를 눈엣가시로 여겨 결국은 따 돌린다고 고백한다. 참으로 비극적인 사회현상이다.

"주제넘게도 이 책이 침묵의 벽을 깨뜨릴 망치가 되기를 희망한다."

- 이은용

 

<침묵의 카르텔>을 읽어내려면 상당한 인내심을 요한다.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쉽게 열 받아 건강을 해치기 쉬운분들은 접근금지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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