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자전적 소설쯤으로 읽혀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입니다.
음울하고 살벌한 추리소설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저의 편협한 시각이었더군요.
전번에 읽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의외의 훈훈함을 보여주더니, 책의 중반을 넘어가도록 어디서 본 듯한 작가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결국 검색을 통해 깨닫게 되었네요...
요즘은 심하게 기억력의 퇴화가 실감됩니다...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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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코로나 19가 평온했던 일상의 모습을 바꾸어 버린 지금, 가끔은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보내기도 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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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가면서도 살짝 놀라웠던 점은, 학창 시절의 모습이 너무도 한국과 일본이 유사하다는 점이었죠.
사방팔방이 바다여서 어찌되었든 갇힌 공간 '섬'이라는 지형적 특수성 때문인지 일본이란 나라의 국민성은 같은 섬나라인 영국의 국민성과 유사합니다.
속마음이야 어찌되었건, 겉으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나라는 부강한데, 국민들은 검소하고 혹은 가난하게 살고 말이죠.
"수험생도 중간중간 숨을 돌려야 하잖아요. 하지만 대체 언제 숨을 돌리면 좋을지 알 수 없단 말이죠. 내가 숨을 돌리는 동안 친구들은 쉬지 않고 공부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학교에 가면 자신도 라이벌들도 똑같이 낮은 수준의 수업으로 시간을 허비하니까 결과적으로 그 시간이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인거죠..."
- P 183
일본도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에겐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시험문제와 이로 인한 학원의 성행, 공교육의 붕괴 등이 정해진 순서처럼 진행이 되었던 모양이네요.
저 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다보니, 문득 어제 아이가 풀던 수학문제가 떠 오릅니다.
몇 번의 창의적인 발상과 3~4번은 족히 꼬여 있는 문제를 풀었다며, 풀이를 신이 나서 설명해주는데 듣는 것 만으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이런 문제를 하루 종일 앉아서 풀게 하는 건 일종의 고문이나 다름없겠다는 생각도 스쳐지나더군요.
조금이라도 빨리 태어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것 같네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렇게 힘든 일들이 많을테니 잘 견뎌보라는 정도의 교훈이나 얻을까... 도데체 이렇게 복잡한 계산과정을 전 고등학생들이 배워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참... 줄세우기를 위한 교육과정이 답답하더군요.
일본은 부동산의 거품이 빠지면서 10년째 침체에 빠져있다고 하던데, 지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도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것인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주식도 활황인때는 끝모르고 오를것 같아 막차인지도 모르고 덜컥 샀다가, 하락하는 급행열차에 한강을 가네마네 난리부르스를 추는 일이 다반사이잖아요.
한국의 부동산도 끝모르고 계속 오를것 같긴 한데, 몇 년 뒤의 일을 어찌 귀신처럼 예단할 수 있을런지요...
하지만, 현실을 사는 우리로써는 지금 당장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지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두 종목을 자랑스럽게 떠 벌리며 지금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서부터 사들여 수익을 내고 있음을 자랑하던 지인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면 진즉 이 바닥을 떠났겠지만, 자신이 손실난 부분은 쏙 감추고 수익난 부분만 강조하며 과장되게 으스대고 있을 게 뻔한데 그리 배 아파 할 일은 아니라고 자조해 봅니다...^^...
이 분 가오로 사시는 분인데, 입에다가 '그것도 몰랐어?'를 달고 사시는 분이죠...
지금 한국에는 갑자기 치 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지요. 그 이면에는 적기에 집을 사지 못해 벼락거지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한숨도 만만치 않구요...
화합하고 상부상조하며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들 고민에 골몰하기보다, 나를 뺀 모두를 경쟁자로 만들어놓고 피 튀기는 살벌한 전쟁터가 되어버린 입시지옥과 취업전선...
벼락부자를 꿈꾸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게 만들어 버린 투기 광풍...
제 눈의 박힌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티끌을 손가락질 하며 꼴 사납게 싸워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
운전대를 잡으면, 그 조금 빨리 가기위해 자연스러운 차량의 흐름을 뒤엉키게 만들며 요리조리 난리부르스를 하는 운전자를 흔히 보게 되지요.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이런 인간들은 확실히 많아지는 것 같더군요.
20여년이 지나 바로 이 시간들을 되 돌아보면, 우리들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그 시절 우리는 바보였습니다.>...책 제목처럼 똑 같은 말을 되 뇌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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