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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저/이한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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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까치글방. 예스24>

대인의 주요 사망원인중 하나인을 정복하기 위해, 지난 세월 부단하게 연구해 온 발자취를 더듬어 본 책이다. 많은 레퍼런스가 인용되었고, 내용 또한 방대하다. 중간 중간 다양한 메타포의 향연을 버거워 한 듯 꺼칠한 번역 부분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책의 주류내용과는 무관하니 흘려 읽어도 상관없다. 외국의 식자들은 은유적이고 유머러스한 표현을 해야한다는 강박이라도 있는 듯 하다.

병에 걸려 의사를 찾았을때 건강할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병명들에 대해 듣게 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 속이 하얘질 것이다. 또한 그 병에 대한 설명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외국도시에서 어느 장소로 가는 길을 설명하는 거나 진배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줄기를 구성하는 백혈병이란 단어를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접했을 독자들에게 항암제로 '관해 유지'를 한다느니 '완전관해'가 된 후에도 재발이 된다느니 하는 말들은 너무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한 페이지 당 전혀 모르는 내용이 30퍼센트를 넘어가지 않을 때 가독성이 가장 좋다고 한다. 모르는 부분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쉽게 오해에 빠지기도 한다. 인터넷 상에 쓰레기처럼 널려 있는 거짓 정보들의 출처도 상당수는 이런 그럴싸한 추정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좋은 스승에게서 배우는 게 최선이다.

                                                        <출처 : unsplash.com/@adhy>

수술적 요법, 항암제 요법, 방사선 요법의 세 가지로 대부분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면역체계를 이용하기도 하고, 특별한 표지자를 겨냥하여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기도 한다. 항암치료방법 개발은 바야흐로 의료계 내에서는 방대한 투자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암, 정복하는 그 날까지

도대체 암은 무엇일까? 하늘의 심판이라 믿었던 유행 전염병이나 괴질은 대부분 그 원인이 밝혀지고 해당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항생물질이 개발되면서 치료의 길이 열렸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의학 분야에 적용되면서부터 인체 외부로부터의 침입자에 의한 질환은 치료방법의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

그에 반해, 우리 인체 내에서 유전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의 개발은 진행상황이 상당히 더딘 편이다. 몇 년 전 인간의 DNA 서열의 분석이 끝났고,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 분석이 쌓여나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순간 유전정보에 대한 비밀의 빗장이 속 시원히 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몸을 지배하고 있는 유전정보는 우리가 밝혀낼 수 없는 까마득히 먼 과거로부터 차곡차곡 누적되어 온 것이다. 그 비밀을 밝히는 것 자체가 수월치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출처 : unsplash.com/@daanstevens>

암 발생의 내부적인 원인에 대해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암 유발 유전자의 활성화가 그 첫 번째요, 암 억제 유전자의 불활성화가 그 두 번째이다. 거기에 반복되는 손상의 누적과 암세포 제거기전의 장애가 겹치면 비로소 암이 실체를 드러낸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암세포가 떡 하니 나타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쌓이고 쌓여 암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생명윤리위원회 등 각종 감시기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기에 행해졌던 항암치료 시도들에 대한 뒷얘기를 읽다보면, 총성 없는 전쟁의 희생자들에 대한 연민으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리가 현재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것들도 치열한 투쟁과 많은 사람들의 희생하에 얻어진 것들이 많다.

애시당초 그것을 감추고 빼앗은 권력자들의 무력을 두려움에 용인한 댓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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