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해는 유래 없이 많은 태풍과 비를 동반한 자연재해와 연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사태로 말 그대로 바람 잘날 없는 나날이었다.
그로인해, 우리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여럿 목도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유명관광지에 관광객들이 줄자 되살아나는 자연환경에 대한 인증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경제활동이 줄자 눈에 띄게 맑아진 하늘색이 얼마나 인간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여실히 증명하는 듯 했다.
혹자는 코로나19를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복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무슨 사고력을 지녔다고 인간에 대해 앙심을 품기라도 하겠는가?
지구의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인간들의 지극히 편협한 ‘아전인수’격의 표현일 뿐이다.
지구의 지배자가 인간이라는 비뚤어진 착각 말이다.
우주의 역사는 138억년이라고 한다.
뭐 과학적인 추론에 의한 시간이겠으나, 일반인으로써는 감히 그 시간의 무게를 상상할 수조차 없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미미함을 빗대어 말할 때, 늘 이 시간의 상대성을 통해 비유하곤 한다. 즉, 138억년의 우주역사를 1년으로 환산해 본다면 우리 인간들이 지구상에 출현하게 된 것은 12월 31일 밤 11시 40여분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사람답게 꼴을 갖추고 살아가기 시작한 것은 자정을 불과 20여초 앞 둔 시점이요 문화혁명을 통해 지금 세상이 된 건 자정1초 전이라는 계산이다.
이 책의 저자는138억년의 우주역사 중에 1초도 안 되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인간들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07년에 출간되었음에도, 이미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나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에 의한 건강피해 등에 관한 논의를 보면 마치 미래상황을 내다보는 선구안이라도 지닌 것 같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셈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인의 한명으로써 늘 환경오염과 미증유의 미생물 전염병에 대해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AI 등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가는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은 우리 삶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변화시켜 놓았고, 기계의 지배를 받고 살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도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게다가, 우리 후손 대에 이르러서는 언젠가는 핵무기의 사용이나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인류 전체의 파국이 올 거라는 암울한 상상도 변치 않았다.
인간이 사라지고 없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상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당장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사는 삶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판국에, <인간 없는 세상>은 대단한 충격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일단,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알게 모르게 주입된 고정관념부터 박살을 내 주었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이루어 놓은 모래성들은 일견 화려 찬란하고 영구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의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21세기 인류에게 계시록으로 남을 책”이라는 뉴스위크지의 서평이나 미국최고의 과학저술상 수상경력 등을 감안해보면 허무맹랑한 음모론적인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환경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모두 우수도서로 선정했으니, 저자의 지적탐험이 한국에서도 인정을 받은 셈이다.
저자의 통찰력은 책상에 앉아서 여러 자료를 검색하고 조합하여 만든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원시림, 터키와 북키프로스 유적지, 체르노빌, 미크로네시아, 아프리카, 아마존, 북극, 과테말라, 멕시코 등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살아있는 현장을 확인하고 다녔다.
여기에 고생물학자, 해양생태학자, 박물관 큐레이터, 지질학자, 광산업자,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여 얻은 지식과 정보로 씨실과 날실 삼아 섬세한 언어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리하여, 인간이 없는 세상이 어떻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가를 보여주기 보다는 인간과 지구가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의 서평처럼 “좋은 책의 전형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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