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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어쩌다 정신과 의사. 김지용 저. 출판사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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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심심. 예스24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심리학자가 환자와 상담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처음엔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줄 알았었는데, 심리상담사인 경우가 많았다.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 걸까?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 의료보험이 되는 나라에서는 보험급여가 되느냐의 여부?

물론 농담이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는 정신과 전문의 김지용은 이렇게 정의한다.

'과학과 마법'이라고...

심리학자들이 이에 대해 동의할지는 의문이지만...

과학에 해당되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라면, 마법은 심리상담사일터이다. 마법이라니, 심리상담사가 더 그럴싸해 보인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유명세 있는 심리상담사는 상담료가 만만치 않아보인다.

하긴, 미국드라마나 영화속에서도 심리상담료에 대한 투정은 단골메뉴처럼 등장한다.

 

 

사실 정신의 세계는 아직도 전인미답의 미스테리 영역임은 아무도 부인 못한다.

심지어, 인간을 제외한 다른 여타 동물들에게서 정신이 존재하는 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게다가, 정신이니 영혼이니 무의식이니 이런 저런 애매모호한 정의의 용어들이 두루뭉수리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니 서로가 언급하고 있는 실체가 다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타 동물들은 논외로 하고서라도 인간에게는 정신세계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 있음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한때,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여 관련 서적을 뒤적이기도 했지만 그 난해함과 퍽퍽한 고구마 먹는 듯한 답답함 때문에 이론적인 탐구는 저 멀리 밀쳐 내 버린 적이 있다.

 

하지만, 각종 사례를 담은 심리학 책이나 필력 좋은 정신과의사들이 펴낸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는 요즘은 이런 책들을 읽으며 한때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고 있다.

 

 

 

 

우리는 육체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때 정신에 영혼이 포함되어 있는가의 여부는 뭐라고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실체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영혼이라는 것을 심심찮게 들먹인다.

별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사회 속에서 통용되는 그 어떤 이미지를 담고 있는 단어로써 말이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이해하는영혼이라는 이 추상적인 단어에는 참 애매한 정의들이 뒤섞여 있는데도, 듣는 이들도 그때그때 잘 알아서 해석하고 이해한다.

신기한 일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 육체의 건강은 관리할 수 있다.

적절한 운동부하 몸에 좋은 식습관, 적당한 스트레스로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면 최적의 육체상태를 유지하기 훨씬 유리할 것이다.

 

반면, 정신은 관리가 그리 수월하지 않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으나, 태어나서 겪는 수 년간 경험들의 누적으로 그 사람의 평생에 걸친 정신활동에 지우기 힘든 각인이 새겨지는것은 아닐까 싶다.

 

 

불행한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들때문에 평생을 고통속에서 헤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탤런트 김혜자씨의 책 제목에 정말 공감하곤 한다.

 

너무도 연약한 존재여서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절, 이 시절의 의존성 강한 인간에게 외부환경이 얼마나 우호적이었는가가 그 사람의 평생의 사고방식을 좌우한다고 본다.

물론 타고난 성정 또한 어쩔수 없는 면이 있다.

유전 반 환경 반으로 인간이 형성된다는 것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 결과상 가장 타당한 주장인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타고났다 해도 주변환경이 지랄맞다면 훌륭한 정신세계가 올바로 정립되기가 쉽지는 않을터이다. 물론 예외는 늘 있게 마련이지만...

 

사실 십 수년 전만 해도 정신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고 차가웠다.

정신분열증이라는 단어 자체가 풍기는 무시무시한 뉘앙스도 그렇지만, 사회 속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만들어져 있었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외국 영화에서는 마치 벌레 취급하듯 정신질환자들을 다루곤 했고, 한국영화에서는 늘 동네에서 애들에게 놀림받고 어른들에게 희롱당하는 존재로 묘사하곤 했으니까...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히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고 본다.

 

 

삶이 고달파서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늘 따라다니는 우울증이란 병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린다.

 

고통이라는 주관적 감각에는 경중의 구분이 쉽지 않다.

어떤 이는 객관적으로 봐도 엄청난 고통일것 같은 것을 태연하게 참아내고, 엄살쟁이들은 조그만 상처에도 호들갑을 떤다.

 

고통의 크기는 그 만큼 사람에 따라 체감되는 정도가 전혀 달라진다.

여기에 외부인의 시각으로 평가가 주어져서는 별 의미가 없다.

 

스스로 극단 선택을 한 사람을 두고, "그 독한 마음으로 자살할 용기가 있었으면 이를 악물고 살것이지...ㅉㅉㅉ" 이라 지탄하는 사람도 너무 일방적이고 편협한 평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을 아꼈으면 싶다.

김지용 전문의가 표현한 대로, 고통배틀'의 문제가 아니기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힘든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냈는데,

너는 고작 그깟일로 그렇게 힘들어하는거냐?

출처 입력

고통배틀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기가 겪은 고통에 비해 타인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일 뿐객관적인 증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사람 자체가 되어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이 겪고 느끼는 고통의 무게를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체가 없는 정신이 만들어내는 고통의 무게 또한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다.

환지통이 만들어낸 환상처럼, 정신이 만들어 낸 고통 또한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

 

필력 좋은 정신과 전문의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기억들이 스쳐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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