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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여행

메데이아. 그리스 신화. 신화판 부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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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한 몸이 된 두 남녀.

평생을 함께 하자던 변치 않을 것 같은 믿음은 어느 순간 따스한 봄날 녹아 스러지는 구석진 응달의 쌓인 눈덩이처럼 자취를 감춘다.

비극적이게도, 두 남녀의 결말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파국으로 치 닫는다.

 

유사이래,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고 현재 진행형인 남녀간의 사랑과 증오의 애증사 단편이다.

 


 

 

남녀의 사랑과 증오, 파국을 그린 그리스 신화가 있다. <메데이아>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메데이아. 프레데릭 샌디스 (1829~1904). 출처 : 네이버 이미지.이하 사진은 동일출처입니다.

 

콜키스의 왕'아이에테스'의 딸 메데이아는 키르케라는 마법의 능력자 요정을 고모로 두고 있었고, 메데이아 자신도 놀라운 마법을 많이 알았다.

'아이에테스'왕은 귀한 보물이 있었는데, 황금 양모가 그것이었다.

 

아이에테스는 어느날 '이방인의 손에 죽임을 당하리라'는 신탁을 받게 되는데, 그 이방인은 이올코스의 왕이었지만 팰리아스(아이손의 형제)에 의해 쫓겨났던 아이손의 아들 이아손이었다.

 

삼촌이었던 팰리아스가 이아손에게콜키스로 가서 황금 양털을 가져오면 왕위를 내주겠다고 약속하였는데, 팰리아스의 속 마음은 위험한 모험을 하는 도중 이아손이 죽기를 바란 것이었다.

이아손은 순진하게도 팰리아스의 말을 믿고, 황금 양모를 구해 영웅이 되어 적법한 왕위 계승자로써 왕위에 오르려고 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1865). 귀스타브 모로

 

황금 양모를 탐하는 이아손에게 아이에테스 '불을 뿜는 괴물을 상대하는 과제'를 내 준다.

 

궁지에 몰린 이아손은 자신의 수호신인 헤라여신과 아프로디테 그리고 에로스의 도움을 받아 메데이아의 사랑을 얻어내고 그녀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모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메데이아는 아버지와 동생을 잃게 되지만, 결국 황금 양모를 얻은 이아손을 따라 이올코스로 간다. 호동왕자를 위해 자명고를 찢어버린 낙랑공주처럼, 메데이아는 아버지와 조국을 배반하고 버린다.

 

메데이아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이아손(1742). 장 프랑수아 드 트로이

 

 

하지만, 이아손이 황금 양모를 가지고 왔음에도 팰리아스는 약속을 어기고 순순히 왕좌를 내놓지 않는다.

 

이에 신비한 매력의 마법을 부리는 메데이아는 팰리아스와 그의 두 딸들에게 신기한 장면을 보여준다. 커다란 솥에 물과 약초를 넣은 다음 늙은 양을 토막내어 집어넣고 펄펄 끓이니 잠시 후 어리고 튼튼한 양이 살아 나오는 것이었다.

이 마법을 믿은 팰리아스와 두 딸들은 다시 젊어질거라 믿고 팰리아스를 토막내 솥에 넣고 끓인다.

메데이아의 계략에 빠진 팰리아스는 그렇게 죽게 된다.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이올코스보다 훨씬 부강한 코린토스의 왕이 된 이아손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코린토스를 훌륭하게 통치했지만, 이후 메데이아를 배신한다.

 

젊고 아름다운 테바이의 국왕 크레온의 딸인 글라우케를 새 아내로 맞이하려고 한 것이다.

 

이아손의 이혼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척 하며 글라우케에게 멋진 결혼 드레스까지 선물하는 메데이아.

 

글라우케가 입은 드레스는 무서운 불길로 타오르고, 그들의 결혼식은 불바다가 된다. 새 신부 뿐만 아니라,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딸을 부둥켜안은 크레온 또한 같이 죽는다. 이미 복수심에 눈이 멀어버린 메데이아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던 두 아들을 모두 살해하고, 시신을 안은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이아손이 보게 만든다. 끔찍스럽기 그지 없는 최악의 악녀로 보인다.

 

 

자기 자식들을 죽이려는 메데이아 (1862). 외젠 들라크루아

 

 

이아손의 비극적인 결말이 남아있다. 결혼식에서 살아 남아 화려한 젊은 시절을 쓰라린 마음으로 되새기던 중 낡아 부서져내리는 돛대에 맞아 이아손은 죽고 만다.

 

 

드라마'부부의 세계'의 모티브가 된 그리스 신화 <메데이아>에 대한 간략한 요약은 다음과 같다.

강인한 의지로 남자를 도와 그의 오늘이 있게 한 여자. (메데이아)

그러나 남자(이아손)는 여자를 버리고 다른 젊은 여자에게로 떠난다.

여자는 이에 대해 잔인하게 복수한다.


 

그리스 신화 속에 비쳐지는 인간들의 모습은 제법 신랄하게 우리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지만, 막상 자신의 모습을 곧이 곧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너무 많다.

어느 새, 우리 주변에는 이혼한 남녀들이 적지 않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두 사람이 사랑을 맹세할 때와는 천양지간의 감정폭이 생기는 불상사는 유한한 인생살이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게다.

 

젊음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터무니 없는 일을 따라하는 모습...

타인의 감정선을 읽지 못하고, 자신만의 행복감에 겨워 사리분별을 못하는 모습...

자식들을 마치 소유물처럼 여기는 몰상식한 모습...

배신을 너무도 쉽게 하는 인간들의 비열한 모습...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참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는 그리스신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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