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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드라마 리뷰] 모범 형사.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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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형사 제8화>가 지난 7월 28일 방영 되었죠.

회를 거듭할수록 웰드라마로써 자기 만의 색깔이 확실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상당수의 형사물이 범죄자를 쫓아 종횡무진하는 슈퍼캅을 그리며 얼토당토 않은 비 현실적인 액션을 펼치거나 보기도 민망한 조폭싸움들로 범벅되곤 하는데 반해, <모범형사>는 꽤나 진지하게 현실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느낌입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가지게 되었든지 현재 시점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진짜 범죄자들은 오히려 무고한 사람을 심판하는 위치에 있고, 무죄를 밝히려는 시도들은 온갖 비열한 술수와 회유에 번번히 무너집니다.

이런 일이 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 중 하나인 자기 삶을 보호하려는 이기심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회차이더군요. 극소수의 사람들이 선량한 이타심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이기심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살아가는 생명체인 것은 부인 못하니까요...

굉장히 자극적이고 비열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힘을 뺀 연기도 드라마의 몰입을 도와주는데요...

비열함의 정점에 있는 남국현 형사는 거대악의 똘마니 역할인데요, 이번 회차에서는 본색을 제대로 드러냅니다.

순직한 형사의 아내와 남국현 형사의 대화 씬

 

7화에서 죽은 형사의 아내가 강도창 형사를 찾아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에 처해질 사형수 이대철의 재심신청을 만류하는 이유도 남국현 형사가 뒤에서 사주한 때문이었죠. 혹시라도 이대철이 무죄로 풀려나게 되고 진범을 못 잡으면 죽은 남편도 순직처리 문제가 애매해지는 상황이라는 거죠.

졸지에 가장을 잃은 미망인으로써 순직처리가 되지 않으면 당장 생활이 위협받기 때문에 남국현 형사의 꼬득임에 커다란 불안이 유발됐겠죠.

죽은 동료 형사의 아내와 딸을 동료애를 가장하여 순수하게 도와주는 척 해왔지만, 남국현 형사는 여차저차하여 본인이 궁지에 몰리게 되자 거대악의 상층부에서 내려온 지시대로 양의 탈을 벗고 바로 비열한 짓을 하죠.

법정에서 증언을 약속했지만, 남국현 형사의 협박과 딸에 대한 가해 가능성 언급만으로 딸을 지키기 위한 죽은 형사의 아내가 선택한 길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읍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을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주인공 형사들의 동료들은 늘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하죠.

오늘도 악덕 경찰서장의 눈치를 보며 주인공 형사인 강도창을 돕고자 애씁니다.

서부 경찰서 서장 문상범은 악의 축에서 비교적 상부에 위치한 인간이죠.

권력 뒤에 숨어 있는 최고악에 비하면, 자신의 악한 면을 드러내 놓고 강도창 형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죠.

미약한 일개 형사들인 주인공 강도창 형사오지혁 형사는 인권변호사와 협력하여 사형수 이대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그들보다 월등하게 힘이 쎈 악의 세력들은 결정적인 요소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의 약점이나 욕망들을 포획하여 재심재판마저 승리를 쟁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지난 날의 잘못을 감추고 승진을 미끼로 한 회유를 덜컥 물어버린 청문담당관 윤상미와 순진하게도 닳고 닳은 검사의 농간에 넘어가버린 이대철의 거짓 증언이었죠.

결정적인 증거인 듯 보이는데도, 그 증거를 감춰버리는 상사의 세치혀에 놀아난 진서경 기자의 우매한(?) 판단도 한 몫 한 것 같구요...

어쩌면 현실과 타협해버리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오지혁 형사와의 술자리에서 "나중에 자기에게 고마워 할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진서경 기자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찔렸던 것도 두려움으로 나서지 못하고 자신을 합리화했던 많은 순간들이 떠올라서...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듯 합니다.

액션 형사물이라기보다는 법정드라마가 더 맞을 것 같은 <모범형사 제8화>는 보는 내내 마음 아픈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특히나, 재심 재판에서는 어쩌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서도 끝까지 거짓말을 못하는 순진한(?) 딸과 그에 못지 않은 사형수 이대철의 모습...

권력자들의 농간에 놀아나면서도 어찌 할 줄을 모르는 무력감에 치를 떠는 강도창 형사와 이를 답답하지만 묵묵히 바라보는 오지혁 형사의 표정이 담담히 카메라에 잡혀 있죠.

첫 회에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 가며 브로맨스 형사물로 틀을 잡나 했더니 드라마는 예상 밖으로 전개되더군요.

하지만, 지금의 전개도 좋아보입니다.

거대악의 막강한 권력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무너져버리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비교적 현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고, 너무 오버스런 액션이 없어서 깔끔합니다.

조연들의 억지웃음 유도나 슬랩스틱 같은 촌스러움을 섞지 않아 극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깨지 않고 유지해주는 센스도 좋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드라마는 이대철이 무죄를 밝히지 못한 채 형장으로 사라지는 쪽으로 선택을 합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덩달아 안쓰러운 마음과 무력감에 같이 마음 아파했을 거예요.

"자신의 무죄를 믿어주는 한 사람만이 필요했다"는 이대철의 가슴 아픈 하소연과 눈물로 자신의 잘못과 무력함을 자책하는 강도창 형사가 두 손을 부여잡고 호형호제하는 장면은 정말 가슴 뭉클하더군요.

몇 몇 정권에서는 이런 권력형 범죄에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는 사례가 실제로도 있었죠. 그들이 느꼈을 그 엄청난 위협과 압박감...

평범한 소시민으로서의 무력감들이 간접 경험되는 순간이기도 했죠.

이제 시청자들의 마음 속은 분노로 부글 부글 끓어 오르고 있을겁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상 시원스럽게 복수하는 일만 남아 있을 것 같네요.

강도창 형사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오지혁 형사와의 케미 넘치는 콤비플레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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