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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비 오는 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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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jahsad/unsplash

 

자동세차를 방불케 하는 소낙비가 쏟아지는 아침입니다.

새벽내내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던 작은 북 치는 듯 낮은 음으로 불규칙하게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아마도 빗물이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였나 봅니다.

무거운 저기압이 깔린 비 오는 날 아침은 깨어나기 힙겹기만 합니다.

휴일날 푹 쉰 보람도 없이 몸이 무겁기 그지 없네요.

평소같으면 해가 중천에 떴을 시간인데도 우중충한 어두움에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난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가물가물한데, 마른 장마였었죠.

올해는 제대로 장마철의 위력을 보여주려는지 이번주 내내 온통 비소식이네요.

중간 중간 조금이라도 개인 날씨가 있어서인지, 예전 장마철의 끕끕함은 아직까진 없지만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이 몇 일만 지속되어도 온통 물난리가 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주간 일기예보를 들여다보니, 일주일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오는 걸로 나옵니다. 햇님이 보이질 않아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던 것들이 단 하루만 없어도 얼마나 애타게 찾게 되는지...

문득 어린 시절 장마철의 모습이 스쳐 지납니다.

지금처럼 아파트가 많지 않았던 시절.

개발도상국으로써 한창 개발붐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건설경기와 수출호조에 힘입어 부쩍 부쩍 국력이 커져가던 시절... 그때는 은행이자만도 거의 10%에 육박했죠.

하수 시설이 지금처럼 정비가 되지 않아서, 비가 조금 많이 쏟아졌다하면 난리법석이 났더랬죠.

집 앞 개수천에 흐르던 물줄기가 넘실거리던 모습도 아른거리네요.

우리 사는 세상의 겉모습은 정말 많이 변했네요.

사람들도 많이 변했죠...

@gonsiko/unsplash

 

요즘은 비 왕창 내린 뒤의 청아하고 맑은 하늘이 너무 고와서, 은근히 비 한번 크게 쏟아지기를 기대하곤 합니다. 옛날에는 너무도 당연한 모습이었지만, 세상이 편리해진 만큼 자연환경은 더럽혀져 더 이상 인간의 힘만으로는 깨끗한 하늘을 보기 어렵게 되었지요.

마치 물청소라도 하듯이, 한바탕 비가 씻어내려주면...

어린 시절 보았던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푸르른 빛의 하늘색이 비 구름사이로 빼꼼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너무도 좋습니다. 파랑과 초록의 빛깔은 원초적으로 우리 DNA 에 평화로움으로 각인되어 있나봅니다.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해도, 인간의 몸이란게 100년 이상을 쓰기는 힘든 일인 듯 합니다.

예외적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개 8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만성병 몇개는 앓고 계신 듯 합니다. 인간의 나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도 나이를 먹고 있겠지요.

우리들 몸이 온갖 인공화학물질들로 오염되어 가듯, 우리 사는 지구 또한 온갖 화합물들로 인해 망가져 가는 듯 합니다. 검은 매연을 내뿜는 화학공장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자연 속에서 생산되는 것들로만 살아가기엔 너무 힘든 걸까요? 우리는 편리함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aaronburden/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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