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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행방. 강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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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파람북. 예스 24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인가?>라는 부제의 책이다.

 

'살림의 경제학자'라는 강수돌 교수는 1961년 경남 마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1994년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노사관계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생동적 민주주의'이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무늬만 민주주의일 뿐, 수 많은 적폐와 비리가 쌓여 있는 괘도를 벗어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근원적인 뿌리로 지적하는 게 바로천민 자본주의이다.

 

잘 아는 바대로, 자본주의의 특성은 과잉생산 무한 이윤추구이다.

게다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물건을 팔아야 할 이 지구 위에 숨쉬고 있는 생명체들은 유한하고 자본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도 물론 유한하다. 가용한 자원들의 재 순환주기를 깨고 남용하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게 뻔하다.

매일 황금알을 낳는 특별한 닭을 가진 욕심쟁이가 한꺼번에 많은 금을 얻으려고 그 닭을 잡고 보니 아무것도 없더라는 옛날 이야기처럼, 자본주의는 이윤창출을 위해 매일 매일 지구라는 닭을 잡아먹고 있는 지도 모른다.

 

@phammi/unsplash

 

강수돌 교수의 주장은 다소 답답증을 유발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기존의 삶의 방식과 패러다임을 모조리 깨 부수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여야 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동체 구성원들 대부분이 함께 변해야 하기에 '이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당장 눈 앞의 편리함, 편안함 등을 많이 포기해야 만 한다.

 

하지만, 지구상 어디엔가는 이런 패러다임이 성공한 선진국들이 있기에 분명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 터이다. 문제는 얼마만큼 어렵게 그것을 성취해 내느냐와 과연 우리가 성취해 낼 수 있느냐이다.

 

애버트 상에 빛나는 촛불 시민들로부터 그 가능성을 보았기에, 강수돌 교수는 또 이런 책을 펴 낸 것이리라.

민초들로부터의 즉, 아래로부터 민주주의, 다른 말로'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가능성을 촛불집회 과정을 거치면서 엿 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마인드로 철저히 세뇌되고 무장되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촛불 정국 이후에 그래도 그나마 깨끗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문재인 정부 쪽 사람들도 이래 저래 심판대에 올려보니 흔히 남들 다 하는 위장전입, 땅 투기, 아파트 차익매매 등 손가락질 받는 '내로남불'의 행동을 안 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하니 뭐 더 따지고 들어서 뭐 하겠는가?

물론 소도둑과 바늘 도둑을 똑같다고 평가절하 할수는 없지만, 도찐개찐인건 사실이다.

 

책 전반에 걸쳐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공성의 확립 그 가치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삼성장학금'을 받은 법조인들 같은 단적인 예에서도 알수 있듯이, 정상적인 사회체계를 왜곡시키는 거대자본주의 세력들의 비뚤어진 힘은 강수돌 교수가 보기에는 가장 큰 사회악 인듯 하다.

자본주의 세력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는 이윤추구를 위한 무한 경쟁만이 생존 방식이요 적응하지 못한 잉여인간들은 말 그대로 불필요한 잉여물일 뿐이다.

 

즉 인간성이 사라지고, 오직 이윤추구만이 남게 된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 그 결과가 헬조선인데도?...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

 

개개인의 능력치에 따라 혹은 운에 따라 어떤 이는 그래도 먹고 살 만은 한 반면 어떤 이는 생활고로 비관하여 일찌감치 생을 스스로 접는 불행한 경우도 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을 이겨내고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하겠는가?

 

최소한 국민들 개개인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보조금이 나온다면, 이런 최악의 선택은 급감시킬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라는 유래없는 사태를 겪으면서 간이 시험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김종인의 기본소득 논의가 우리사회에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 네이버블로그. 어쩌고저쩌고 세상 스토리

 

그의 책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행운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그들의 저항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책상에 붙 박혀 있으며 어렵게 통과한 시험을 거쳐 정직원이 됐는데 간단한 면접만을 본 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어느날 갑작스레 정규직이 된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거의 로또 맞은 사람들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강수돌 교수가 제시하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방법은 바로 속물주의로부터의 해방이다.

방법론에 대한 고찰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풀뿌리 민주주의로써 끊임없이 토론하고 공부하며 깨어나는 것이 한 방법이라 암시하고 있지만, 현재의 사회 시스템으로는 참으로 요원한 이야기이다.

 

과연 우리는 속물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속물주의는 마음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자본이 만든 제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속물주의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기보다 당당함을 느끼는 것도 이미 자본(돈벌이 논리)를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성인 내면의 본성, 즉 영혼의 자유를 회복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 세상을 열려면 이 속물주의와 부단히 투쟁해야 한다.

알콩달콩 소중한 우리네 삶을 도둑맞지 않기 위헤서다.

 

- P 224

 

강수돌 교수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지역토호와 부패한 공직자, 지역 정치인들이 결탁하여 저지른 이권 사업에 의도치 않게 끼어든 경험을 토대로,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결과의 합법성만을 판단하는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입주민들 대표로 활동중인 자가 꽤나 구설수에 올라 있다.

입주민 대표가 되기 전에는 사사건건 민원을 넣으며 기존 입주민대표를 괴롭히다가 본인이 그 자리를 꽤 찬 후에는 온갖 추문을 양산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구더기가 무서워서 피하느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핑계로 대다수 입주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을 악용해 이런 저런 이권행위에 발을 걸치고 있다는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입주민 회의석상에서도 안하무인 식으로 거칠게 행동을 해 타 입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곤 했다고 한다.

 

@markusspiske/unsplash

 

'돈이 최고' 혹은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속물주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물신주의를 극복하고 공존공생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깨끗한 거리에는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깨끗한 연못을 흙탕물로 휘저어 놓을 수도 있다.

 

미꾸라지가 휘젓고 다닐 수 없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때로는 과감히 미꾸라지를 쳐 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맑고 깨끗한 연못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참으로 지난하고 요원한 일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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