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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외 2인 공저 /한상복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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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즈덤 하우스. 예스24

 

얼마 전 후배 2명과 운동을 가는 길이었다.

평생 월급 받는 생활만 해온 나로써는 과감히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짤리거나 그만 두지 않으면, 딱 정해진 액수가 또박 또박 나오는 월급장이 생활은 다른 모든 것들이 대개 그러하듯 장단점이 있다.

욕심을 버리면 비교적 맘 편히 살 수 있다는 점은 그 중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짤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눈치를 봐야 하는 건 단점이다. 그래서, 조직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자기계발 이니 상사 비위 맞추기니 온갖 처세술을 배우고 익히느라 그렇게 쉽지 만은 않은 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에 비하면 역시나 더 속이 편한 건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다.

조직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조그만 사업체 혹은 자영업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하고, 시시때때로 불어닥치는 위기들에 현명하게 대처하여 살아남아야 한다. 어지간한 맷집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주워들은 바가 이러하니, 대충 개인사업하는 후배들의 애환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후배들은 어찌됐든 나름 성공한 편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오히려 내 걱정을 해주었다. 후배들의 말을 요약하면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필요한 사람인가>...  한 해 한 해 나이들어가는 선배가 조직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지게 되면 퇴출당하지나 않을까 마음써 주는 것이 고맙기도 한 반면, 자기 사업하나 건사못해 남의 밑에서 #샐러리맨 생활하느냐는 은밀한 비아냥 같아서 괜시리 씁쓸하기도 했다.

"아직 쓸 만하니까 안 짜르고 놔 두겠지?"

혼잣말 처럼 어물어물 대답했지만,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JOHN_VICENTE26/UNSPLASH

 

#학창시절 에는 나중에 이런 대화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텐데... 세월 지나, 어느 덧 세상물정 조금 알게 된 지금 띄엄띄엄 이어지는 대화내용은 학창시절의 순수함과는 저 만치 멀어져 있었다.

학창 시절 독실했던 크리스천이자 열렬한 학생운동가였던 후배는 졸업도 과 수석을 차지한데다 자기사업분야에서도 꽤나 유명세를 갖고 있고 여전히 종교활동도 왕성히 하고 있다. 남자들의 속성이 끊임없는 상대와의 사회적인 평가 비교임을 감안해 보면, 나보다 한참은 잘 나 보이는 후배에겐 열등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다른 후배는 이후에 남 좋은 일만 시키고 다른 사업주에게 이용만 당한 뒤 개인 사업을 접고 봉급쟁이 생활을 다시 하고 있다. 겉모습만 봐서는 조폭 뺨치는 외모에 거친 말투까지 한 세상 험하게 살아온 것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사회생활에는 약한 면이 있었는지 그런 허당스런 일을 당했다. 운동하러 가는 길에 들었던 얘기로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보였고 왠지 앵벌이 당하는 것 같아서 잘 모르는 처지에 충고를 한 답시고 무슨 말인가 해주었던 것 같다. 의외로 사업경험이 있는 후배는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사업도 해 보지 않은 내가 어설픈 충고라고 한 말들이 귀에 들어갈리가 만무했다.

고생 고생해서 돈 벌어 남의 호주머니 채워주고 있었던 가 보다. 얘기 들어보니 대출 받을 때 담보를 서 준 사람이었던 모양인데, 손 안대고 코 푸는 일을 계속 해 오던 인간인 것으로 들렸다.

비교적 굴곡이 심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내겐, 비정한 세상의 참혹하게 매운 맛을 본 적은 별로 없었다. 돈이 없어 굶어 본 적도 없고, 사람취급 못 받으며 학대받은 적도 없다. 그런 일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보았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행운이 따라주어서 이 자리까지 유지하며 오게 되었지만, 외줄 동아줄을 타며 아슬아슬하게 나아가는 인생길에서 자칫 삐딱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늘 지니고 살아간다.

 

@kevinoetiker/unsplash

 

아무리 작은 불운도 무시하지 마라. 불운은 혼자 오는 법이 없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듯한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이고도 끝이 없는 나락을 빠지게 한다.

- 그라시안

P 68

 

나이가 들어가니 육체적인 건강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작스런 중병의 발견은 지금까지의 삶과는 결별을 의미함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의 시초라 불리는 17세기 유럽의 사상가들인 #발타자르 그라시안, 라 로슈푸코, 라 브뤼예르가 전해주는 삶의 통찰을 한상복씨가 엮어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암흑의 시대에 인간의 위선과 허영, 이기심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이 3명의 철학자들의 잠언 경구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참 된 삶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현대 심리학과 자기 계발해법 등의 상당 부분이 이들의 잠언과 겹친다. #쇼펜하우어, 니체, 스탕달, 키에르케고르, 토마스 하디, 비트겐슈타인, 앙드레 지드 등이 이들의 추종자임을 자처했다고 한다.

비정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법이란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 속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살이 인간관계에 관한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가득 차 있다.

 

목차

 

프롤로그_ 좋은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

 

01_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

얼마만큼 빛날 것인가

미덕의 사생활

부족해서 끌리는 매력

‘인간성’을 재는 저울

어떻게 나의 지지자를 만들 것인가

먹물을 내뿜는 오징어처럼

괜찮은 친구와 아닌 친구

한 번에 조금씩, 자주, 무심하게

‘정치적’이라는 것의 의미

허드렛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행운을 오래 지켜내려면

감출 때와 드러낼 때

사랑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빛나지 않으면서 반짝이는 지혜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할 때

 

02_ 어떻게 세상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

그의 마음에서 천사를 끌어내는 법

오늘 운세에 ‘참견을 삼가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까닭

나의 분노에 걸려 넘어지다

나는 ‘이만한 사람’이 맞습니다

현명함은 색맹이다

무심한 곁눈질

‘메티스’에 이르는 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숯과 다이아몬드

사랑과 존경의 갈림길

물귀신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참을 수 없는 우정의 무거움

친구와 적 사이에서 외줄 타기

진실은 작은 소리로 말해도 크게 울린다

열정과 행운 사이의 냉정

 

03_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내 일’만 보는 사람에겐 내일이 불안하다

질투의 후폭풍과 자랑의 유료화

어떻게 때를 기다릴 것인가

나의 빛과 그림자

닐 아드미라리

저울질과 분별력

생존을 위한 플랜B

하이에나를 부르는 습성

패배자를 만들지 않는 승자

안정이라는 신기루

신뢰의 마중물

어떻게 서로를 길들일 것인가

물은 아래로 흐르고, 만족은 겸허한 마음에 고인다

이성적 판단력이 인생을 지켜준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출처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386477

 

자기가 사는 곳 주변 외에는 잘 모르고 살던 과거와는 달리, SNS 가 발달해 있는 현대인들은 자기 삶과 타인의 삶을 늘 비교하며 산다. '이렇게 사는 삶이 좋은 삶인지'...

꾸며진 것이든 실제이든 타인들의 화려한 삶의 모습은 늘 우리를 흔들리게 한다. 자신의 삶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들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갈구하게 된다. 그것이 비록 #영혼없는 가식적인 말들일지라도.

@Anything but Ordinary/unsplash

 

어느 조직이든지 다양한 생각과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방법론과 한정된 자원 사용문제로 늘 경쟁이 끊이질 않고 분쟁 또한 계속 일어난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일은 서로 하려고 하는 반면, 뒤치닥거리에 해당하는 일은 서로 안하려 기피한다. 꼬인 관계를 풀고 손해볼까봐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은 설득하고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망하지 않은 조직에는 반드시 이런 정치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모든 것에는 명암이 반드시 있듯이, 아무리 좋은 정치력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권모술수나 험담 등 타인을 밟고 올라가려는 복심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러한 정치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줄 서기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들도 팽배하여, 패거리문화도 쉽사리 형성된다.

시즌8 까지 나왔었던 <왕좌의 게임>에는 권력을 중심에 두고 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하는 수 많은 등장인물들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권력을 두고 벌이는 정치가들의 피 튀기는 전쟁은 #데칼코마니 처럼 유사하다.

사자의 사냥거리 안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눈치없는 영양가젤처럼 순진한 인간들은 정치인들에겐 별 것 아닌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드라마 속 아무나 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죽고 불타고 물에 빠진다. 단 한번도 권력다운 권력을 잡아보지 못한 아무나였던 내 눈에 드라마 속 아무나들이 유독 거슬리게 보인 것은 자신의 순진함을 덮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detpho/unsplash

 

스스로 사자보다는 가젤에 가깝다고 여기는 나 같은 사람들은 권력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늘 안전을 도모하는 초식동물형 사람은 늘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하긴 하지만,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처럼 한 순간 정점에서 호령하다 다음 순간 나락으로 추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

급하게 달려와 얻은 행운은 미끄러져 산산조각 날 위험도 크다. 작은 행운은 길게 지속되는 반면 엄청난 행운은 금방 사라진다. 행운은 무거운 사람을 오랫동안 업고 가는 데 금세 지치기 때문이다. 행운은 헤어질때에도 대문 밖까지 배웅해주지 않는다. 행운은 맞이 알 때에는 따뜻하지만, 떠나보내는 사람에게는 한 없이 무정하고 무례하다.

 

- 그라시안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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