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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삶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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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길든 짧든 언젠가는 수명을 다하여 죽는다.

하지만, 죽는 방식은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니... 천수를 누리다가 쇠퇴하여 죽기도 하고 상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병사하기도 하며 사고사 하기도 한다.

 

코끼리는 죽을때 스스로 무리를 이탈하여 코끼리 무덤을 찾아가 죽는다는 신비한 이야기가 한 때 떠돌았었는데,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사실인 양 포장되어 유포되는 건 아마도죽음이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혹은 경외감 때문일 거 같다.

 

특이하게, 인간이란 종족은 삶의 과정에서 중도포기하고 자살하기도 하는데, 살고자 몸부림치는 생명체의 본능에 역주행하며 자살을 택하는 인간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ravi_roshan_inc/unsplash

불과 수 십년 사이에 의료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엄청나게 늘어난생존기간은 인류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 줬다.

 

그것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들은 인생의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현자로써의 지위를 누리며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지위를 인터넷에게 빼앗긴 채 "꼰대"라는 비아냥거리는 단어가 말해주듯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유병기간이 유래없이 길어진 현 시대에는... 간병문제도 복잡하고 심각하지만 극 노인층의 삶의 질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통계에 의하면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훨씬 더 많건만, 현실적으로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타살의 가능성 때문에 경찰수사가 필요하다고 하여 대부분의 자녀들은 임종 직전의 어르신들을 구급차에 실어 응급실로 내달린다.

 

내 집에서 임종을 맞는것이 경찰수사의 대상이 되다니, 어처구니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고로, 현 시대의 죽음은 대부분 병원에서 맞이하는 추세이다.

@jmason/unsplash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게된 요즘은 그나마 더 나아진 상황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존가능성이 없는 말기질환자들까지도심폐소생술을 억지로 해야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병원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소생확률이 극히 적은 임종직전의 어르신들마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늑골이 다 부러져서 시신의 모양새가 처참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여간,팔팔하게 살다가 몇일 골골 앓다가 잠자듯 저 세상으로 가는 게 최고의 죽음이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로 현재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 평탄치 못하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죽기까지 더 많은 시간을 선사했지만, 그만큼 임종시에 더 큰 고통도 따라왔다.

급증하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문제도 보통일이 아니며, 연명치료로 말년을 고통스럽게 떼우는 노인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노인요양병원에 부모를 모셔 둔 사람들은인생말년의 추레한 모습들을 어느정도 알 것이다. 비교적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곳 마저도 대소변에서 묻어나는 악취가 요양병원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대소변을 처리해 줘야하는 건 비슷해도, 신생아와 달리 다루기에도 버거운 노인 환자를 깨끗하게 유지시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일이다.

 

거동이 안 되는 어르신들은 거의 대부분 침상에 누워 시간을 보내며, 그 분들 상당수가 욕창이라는 고통스러운 병에 걸려 있다. 하루 종일 별다른 움직임 없이 누워있다보면 엉덩이나 등쪽에 눌리는 부분의 혈액공급이 차단되어 살이 썩어버리는 질환이다.

@brankotsu/unsplash

박정희 군사독제 시절, 독일에서 우리나라 간호사를 받아들여 시킨 일도 대부분 이런 노인관리였다. 그만큼 궂은 일이고 힘겨운 일이다.

내 부모 치닥거리도 힘들텐데, 타인을 정성껏 돌본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치매, 비만, 만성질환이 겹쳐진 환자라면 더더욱 힘겨운 일일터이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요양보호사들의 대우는 매우 척박하여 정성어린 손길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요양원의 실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치 금기어처럼 쉬쉬하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길 꺼려한다.

 

공공기관에서 도맡아야 할 일을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업자에게 맡겨버렸으니노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이 더욱 더 힘겹고 고통스럽게 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3 D 업종 중 하나인 노인 간병은 이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돈 벌로 온 사람들 몫이 되어가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현대인들이 생업을 포기하면서 부모 간병에 매달릴수도 없는 입장이고 보면, 수 십 년전 선진국들이 했던 것을 우리가 우리보다 더 못사는 나라사람들에게 시키는 그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 하다.

@eberhardgross/unsplash

 

​인간으로써의 자존심을 지키며 생을 마감하는 건 어찌보면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숙고 끝에 자신의 끝을 자신의 의지대로 마무리 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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