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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앤 해링턴 저/조윤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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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살림출판사. 예스24

 

이 책의 부제목은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이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를 중세라 일컫는다면, 현재는 과학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라 할 만하다.

신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였고 인간은 신이 창조한 자연의 일부였던 시절에서 천체의 운행과 물체의 운동을 정교한 물리법칙으로 설명하게 되면서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가 된 과학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신의 피조물이었던 인간은 교회의 가르침을 위협하며 자연의 법칙을 발견해내었고 그 원리를 인간의 몸에도 적용해 보았다.

하지만, 물질로만 구성된 몸만으로는 그 몸을 움직이는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고 여전히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과학이 창조설의 비과학성을 들먹이며 바짝 숨통을 조이던 종교를 위한 공간이 자연스레 생긴 것이었다.

종교와 과학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호령하는 군주들답게 다들 강한 카리스마와 범접하기 힘든 우월성을 지닌 채, 일반 군중들에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였고 발휘하고 있다.

@amseaman/unsplash

 

오랜 세월동안 종교와 과학이 부딪쳐 오며 상호양보하여 절충점을 찾고 있지만,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척점에 서있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은 정신 분석에서 시작해서 플라시보 효과와 명상으로 이어지는 심신치유법에 대한 역사적인 접근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을 시도한다.

목차

서론 이야기와 과학 그리고 문화

제1장 암시의 힘

제2장 말하는 몸

제3장 긍정적인 사고의 힘

제4장 현대의 삶에 망가지다

제5장 병을 치유하는 인간과의 끈

제6장 동쪽으로의 여행

결론 심신 의학 이해하기

출처 : http://www.yes24.com/Product/Goods/3294002?scode=032&OzSrank=1

 

번역가 조윤경씨는 한림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지만, 심신치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제 관련 책들의 번역에 주력하고 있다.

저자인 앤 해링턴(Ann Harrington) 은 하버드 대학 과학사 교수로 정신의학, 신경과학, 행동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마음, 뇌, 행동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심신상호작용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오늘날의 의료 수준은 불과 몇 십년 전에 비하면 괄목할 만큼 발전해 있다.

효과 좋은 약물도 많이 개발되어 예전엔 불치의 병으로 생각되던 질환을 완치시키거나 최소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엄청난 해상도의 진단장비와 임상검사 장비들로 빠르고 정확하게 물리적/해부학적 이상을 발견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수술 기법 또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진보된 마취기술과 더불어 좀 더 적은 절개로 예전 커다란 상처를 내며 개복하여 하던 수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괄목성장한 의료기술에 비해, 유독 발전이 더딘 분야가 있으니 바로 심리와 정신관련 부분이 그것이다.

게다가, 의료가 상업적인 경향으로 흐르면서 병원들은 마치 기업처럼 운영되고 환자와 의사들의 만남은 고작 10분이내로 끝나고 만다.

해부학적 이상을 발견하고 제거하거나,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급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는 해결할 수 있다해도 환자의 복잡한 여러상황들이 얽혀 있는 심신질환들에 대한 치료에는 어림도 없는 시간이다.

대개 이런 심신질환들은 여러가지 고비용의 검사를 통해서는 이상소견을 잡아낼 수 없다. 하지만, 환자는 무척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고 현대의학에서는 더 이상의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등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simonmiga/unsplash

 

역사적 기록속에는 심신의학의 생생한 증거자료들이 꽤나 많다.

종교적 권위자의 무의식적 암시를 통해 사람의 몸에 뚜렷한 변화가 생기는 사례도 있고, 끔찍하게 고문을 당하면서 죽어가는 남편이나 아들을 지켜보던 캄보디아 여인 200여명이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현대의학에서는 정신적 외상으로 눈이 먼다는 건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긴다.

인간은 살로만 이루어진 생명체가 아님은 분명하다.

지인의 병문안을 가는 경우, 가장 흔히 쓰는 말중에 "맘 편히 먹고, 몸 잘 추스리세요."라는 게 있다.

마음이 불편해서는 건강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걸 이미 경험을 통해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물같은 마음은 아쉽게도 쉽게 다스릴 수 없다.

내 주변에 큰 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병을 앓기 직전에 커다란 스트레스에 직면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그 관계에서 시작된 금전문제가 연루된 것들이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산이 1억인 사람이 선한 마음으로 천만원을 누군가를 돕기 위해 기부했다. 반면, 친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천만원을 빌려줬는데 친구도 빌려준 돈도 다 잃게 되었다.

후자의 경우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고 그냥 누군가에게 기부한 셈 치고 잊어버리라고 충고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중에 9천만이 남아 있는 것은 같지만, 전자는 뿌듯한 마음으로 맘 편히 사는 반면 후자는 분노와 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살 확률이 높다.

우리의 마음이란 건 이렇게 맘대로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khouser01/unsplash

 

몸과 마음을 이어 줄 첫 번째 가능성은 무의식에서 찾았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의 영역은 이드, 자아, 초자아로 구성된 유체역학적 구조를 갖게되었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비과학적이긴 하지만 현대의 삶 구석구석에까지 스며들어 있는 꽤 혁명적이고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20세기 말, 진단장비들의 혁신적인 발달에 힘입어 뇌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분석이 가능해지자 마음의 기능과 뇌의 기능을 연결시켜 이해가 가능해졌고 무의식에 대해서도 과학적 설명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에 따르면 무의식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심리적 속성이 신경계에 구조화된 결과라고 하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물이 있는 풍경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우리 조상들이 물이 귀한 사바나에 적응하며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마음은 자연과 문화 속에서 살아온 몸이 그것에 적응하면서 내재화한 몸의 역사라고 한다.

몸과 마음의 관계에 관한 관심이 조금씩 커져가는 시대가 되었다.

심신의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되돌아 보며 몸으로 말하는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도 의미가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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