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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교통사고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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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 자동차 운전은 거의 필수처럼 여겨진다. 언제 쓰일 지 모르기 때문에, 비록 자기 차량이 없는 사람도 미리 미리 운전면허증을 따 놓기도 한다.

 

30여년 전, 운전면허증을 따는 시험은 면허시험장 내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었다. 주행이라고 해 봐야 면허장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시간내에 갖가지 조작을 마치고 통과하면 되는 것으로, 그 당시엔 한번 떨어지면 한 달뒤에 다시 시험을 봐야 할 정도로 밀려 있었다.

무슨 시험자가 그리 많은 것인지, 아님 시험을 치르는 곳이 너무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이 밀려 있었다. 그러다보니, 실기 시험보는 그 짧은 순간이 꽤나 떨렸었다. 아마도 시험을 치르는 곳이 적어서였을 가능성이 더 많았다.

 

그런 지경이다보니,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어도 말 그대로 장롱면허일 뿐 실제로 도로 주행을 할 능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하여 사비를 들여 도로연수라는 것을 다시 했는데 개인의 성취도에 따라 도로연수를 몇 차례 받기도 했다.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luca3011/unsplash

 

운전면허만 따 놓고서, 장롱면허로 잠자던 어느날 갑작스레 운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넉넉치 않던 때라, 부랴부랴 폐차 직전의 중고차 한대를 구입하고 개인연수를 알음을 통해 하게 되었다. 운전연습장에는 대기가 많았고, 운전은 당장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6일을 연수하기로 하고, 어떤 날은 주차를 어떤 날은 시내연수를 한 뒤 직장이었던 시골지역으로 내 차를 몰고 가는 것으로 연수를 마쳤다.

고속도로를 연수선생과 같이 내려가는 날, 연수선생은 좌석 옆의 손잡이를 꽉 붙들고 놓지 않았고 불안감에 떨었다.

삐적 마른 체격의 연수선생은 자기가 이래서 살이 찔수가 없다고 넋두리를 해 댔었다.

 

그렇게 일 주일만에 끌고 내려왔던 내 똥차는 각종 말썽을 부렸다.

엔진오일은 찔금거리고 새서 일주일에 한번은 보충해 주어야 했고, 동네 주유소 겸 경정비 서비스를 하던 맘씨 좋은 사장님으로부터 채우고 남았던 엔진오일을 기름 주유하면서 공짜로 보충해 주시는 도움을 받았었다.

당시 차량은 수동변속차량이었는데, 기어변속이 안 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아마도 요즘 같으면 정기 차량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alschim/unsplash

 

돌이켜 지금 생각해 보면, 뻑하면 시동을 꺼트리고 버벅대면서 운전하는 내 차를 따라오던 뒷 차량들은 어지간히 답답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차를 몰고 다니면서 매일 왕복 1시간 20분여을 운전하다보니, 몇 달 뒤에는 내 스스로가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 같지는 않을 정도까지 운전이 늘었다.


이후 30여 년 운전을 하는 동안, 크고 작은 접촉 사고를 포함해도 10여건이 채 안되는 교통사고 만이 발생했으니 비교적 안전운전을 한 셈이긴 하다.

그나마 교통사고로 볼 만한 건 2건 뿐이고, 대부분은 혼자 혹은 타인에 의한 가벼운 접촉사고였으니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는 다행히도 없었다.

하지만, 운전을 하다보면 정말 아찔했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감하겠지만, 간발의 차이로 위험한 순간을 넘긴 일들은 부지기수이다.

급한 일로 혹은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꼬리물기를 시도한다거나 양보하지 않는 차량을 무시하고 끼어들거나 혹은 전후측방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못해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뻔한 적은 정말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그래도, 신호를 준수하며 안전운전하는 것이 신상에 좋은 일임은 명약관화이다.

문제는, 수 많은 다양한 운전자가 다양한 감정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도로 위에는 내가 안전운전을 하고 있음에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온갖 상황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은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내 운명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상태가 된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수많은 터널내 사고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들이나 중앙선을 침범하고 들어오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들의 죽음은 정말 허무하고 억울한 죽음아닌가...

 

문명의 이기로 인한 편리함 뒤에는 그에 못지 않은 비극 또한 매달려 있다.

 

@kenwyatt44/unsplash

 


그 날도 일주일에 2~3번 왕복하던 고속도로를 시속 100km로 달리던 중이었다.

대략 8대 가량의 차량이 행렬을 이루며 가고 있었는데, 나는 뒤에서 두번째 정도 였었다.

그 뒤로는 약간의 간격이 벌어져 있었지만, 또 다른 행렬의 차량들이 뒤 따르고 있었다.

 

별 일없이 주행 중이던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내 차량의 오른쪽이 털썩 주저 앉으며 끼릭거리는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지르며 밀려나갔다.

차량이 주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행속도에 밀려 고속도로 바닥을 긁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운전대는 전혀 콘트롤이 되지 않았고, 브레이크도 말을 듣지 않았다.

몇 초인지 시간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느려졌다.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면서 머리 속에 '죽음'이란 단어가 스쳐지났다.

 

그 이후 몇 초동안이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뇌리에 저장되면서, 짧은 순간이지만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몇 몇 중요이벤트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 순간 내 뇌는 차량의 옆면을 중앙분리대에 부딪혀 긁으면서 세워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michaeljinphoto/unsplash

 

꺼먼 스키드마크와 쇠로 긁는 자국을 고속도로에 남기며 진행하던 내 차량은 중앙분리대가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브레이크도 말을 듣고 핸들도 컨트롤 되기 시작했다.

웃기게도 순간적으로 내 판단은 다시 갓길로 차를 세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고, 다시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었고 좀 전 보다는 조금 더 쉽게 차량을 조정할 수 있었다.

차량의 속도도 많이 줄어 든 덕이었다.

 

갓길에 무사히 차량을 댄 후 나와보니, 벌써 4대의 차량이 고속도로 위 이곳저곳에 널부러져 있었고 뒤따라오던 5번째 차량이 펑 소리를 내며 넓은 회전 반경의 스키드마크를 그리며 멈춰섰다.

그 뒤를 따르던 이미 속도를 현저히 줄이고 오던 6번째 차량의 바퀴부위에서 도로 위의 무언가가 튕겨져 나가는 게 보였고, 그 이후 펑크사태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이 도로 위 펑크사태의 범인 인것으로 보였다.

 

다가가서 확인 해보니, 차량 바퀴가 지나 가는 지점의 도로가 움뿍 패여 있었고 그 파편이 저만치 튕겨져 나가 있었다.

깨진 도로파편이 그렇게 날카로울수도 있고 타이어를 아작 낼 수도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 많은 차량의 반복되는 충격에 도로에 균열이 오고 결국은 깨진 것이 하필 날카롭게 모양이 되었고, 내 앞의 차량이 지나는 순간 90도로 세워진 것이 또 깨진 공간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위를 지나는 모든 타이어들을 날카롭게 찢어버린 것이었다.

 

참으로 수많은 우연한 일들이 겹치고 겹쳐 발생한 교통사고였다.

 

6대의 차량이 고속도로 여기 저기 주저 앉아 있었는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수 많은 견인트럭들이 몰려왔다.

참으로 놀라운 기동성이었다.

@mchesin/usnplash

 

내 차량은 우측 타이어는 어디로 찢겨 나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휠의 일부분도 깨져 있었다. 견인트럭 기사님 얘기로는 깨진 휠의 부분에 의해 뒷바퀴도 같이 터져서 차량이 전복되지 않았을 거라 한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액션영화의 차량액션씬 같은 장면이 참으로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다.

 

시속 100km 의 속도로 주행하던 차량이 타이어 한쪽이 순간적으로 날라가버리면 전복되는 게 일반적인데, 뒷쪽이 같이 주저앉아 주면서 차량 우측 전체가 바닥에 닿으면서 다행히도 전복사태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바탕의 소란이 지나간 뒤, 지나간 시간을 복기해 보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치 폭탄돌리기 게임을 하다가 내 차례에 폭탄이 터져버린 느낌이다.

 

내가 드론이 되어 고속도로 상방에 떠서 바라본다면, 수 없이 많은 차량들이 지나간 결과 아슬아슬하게 깨져 있던 도로파편이 재수없이 내 앞 차량에 의해 세워진 것이고 그 뒤로 6대의 차량에 타이어를 아작냈으며 그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사고를 당한 내 차량은 차량바퀴 휠까지 아작난 상황이었다.

7번째 차량은 작은 간격을 두고 비껴나면서 깨진 도로파편을 쳐 내는 수훈을 세웠고 그 덕으로 그 뒤의 차량들 몇 대는 아수라장인 사고 현장을 요리조리 빠져나갔고 이후의 차량들은 비상깜박이를 켜고 섰기 때문에 그 뒤에는 꼬리가 길게 늘어선 차량정체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번개같이 등장한 견인트럭에 의해 빠르게 현장은 정리되었고, 차량들은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자기들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블랙스완처럼 도저히 상상하지 못한 일이 내게 닥쳤던 건데, 이후 한 동안 내가 도로 위에 그려 놓았던 스키드 마크를 보며 가슴 졸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몸이 다치지 않은 것을 감사해 하기도 했다.

@olianayda/unsplash

 

정말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내 운명은 내 손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운전을 하다보면, 예전보다 너무 기본적인 운전수칙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게 느껴진다.

깜빡이 켜는 일이 무슨 그리 힘든 일이라고 안 켜고 운전하는 사람들도 많고, 위협적으로 끼어드는 차량에 지나치다 싶은 꼬리물기 차량에다가 위협운전하는 대형차량들까지...

운전하기가 즐겁기보다는 짜증나고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안전운전을 하는 건 타인을 위한 일일뿐만 아니라 곧 내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깨어나는 시민의식처럼 운전의식도 조금씩 선진화 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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