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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서 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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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개봉했던 <백투더퓨처>는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흥미롭고 유쾌한 영화이다.

흥행에도 성공하여 1편에 연결되는 스토리로 3편까지 나왔는데, 지금 보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웰메이드 영화들이다.

 

백투더 퓨처 한장면.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미래에 갔다가 기를 쓰고 들고 온 단 한 권의 잡지책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증권정보지였다.

영화를 볼 당시 주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그 잡지책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단박에 이해되었다.

미래를 미리 안다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일갈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는 상상이 아닐까? 벌써 30여년이 지난 영화들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다루었던 작품이다.

 

아래 사진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진다...

30년이 지난 후 두 배우의 모습. 백투더 퓨처. 출처 : 상동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일본의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Higashino Keigo. ひがしのけいご | 東野圭吾 : 1958 ~)의 작품 중 가장 인간적이고 따스한 감동이 있는 작품이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한 등장인물들이 촘촘히 배열되어 꽉 짜인 틀 속에서 이야기들을 펼쳐 나간다. 나미야 잡화점은 타임머신으로 설정되어 있다.

히가시노의 작품들은 추리소설이 많은 편인데, 짜임새 있고 매력적인 스토리라인 덕인지 상당수가 영화화되어 있다.

 

Higashino Keigo 의 작품들

녹나무의 파수꾼

기린의 날개

공허한 십자가

인어가 잠든 집

악의

환야

교통경찰의 밤

기도의 막이 내릴때

유성의 인연

분신

동급생

살인 현장은 구름 위

라플라스의 마녀

가면산장 살인사건

기묘한 신혼여행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등 등

 

 

히가시노 게이고. 출처 : 상동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한 동명으로 2018년에 영화화되었지만, 책을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런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은 단연주고받는 서신의 내용에 있을 터인데, 활자화된 책을 통해 구구절절 전해지는 편지의 내용을 영화 속에서 긴 나레이션으로 읽기도 애매하긴 했다.

그렇다고 편지 내용을 건너뛰어서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었을 것이니, 영화화하기 힘든 작품이긴 하다. 편지의 내용을 음미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던 독자들이, 2시간이 안되는 영화 속에서 그런 감흥을 찾으려다 보니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편지가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요즘 시대에도 편지를 애용하는 사람이 드물게 있긴 하지만, 연애편지를 주고받던 낭만적인 시대를 거쳐 온 세대들에게 손으로 쓴 필체가 아닌 기계가 찍어내는 깔끔하지만 푸석한 글씨에서는 더 이상 감흥을 찾아 볼 수 없다.

 

@John_jennings/unsplash

 

나미야 잡화점이 끌어온 것은 바로 이 낭만이다.

실시간 위치 추적기인 스마트폰을 자발적으로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건 수 초내에 끝난다. 편지가 갖는 느림의 미학이나 기다림의 서정은 이미 퇴락한 열성유전자인지도 모른다.

 

경소단박(輕小短薄)의 시대라고 했던가.

진지함, 신중함이 ‘핵노잼’으로 치부되는 시대, 우린 삶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어른세대의 지혜보다는 인터넷 정보에 더 방점을 둔다.

 

하긴 지나치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이미 철 지난 경험만으로 해결하기엔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인간에 대한 서로의 애증만은 감히 기계로 대처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인간의 온화한 심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아마 독자들 모두에게따스한 인간애를 느끼는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영화 포스터. 출처 : 상동

 

무엇보다 우리 삶과 유사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타임머신이라는 장치를 잡화점이라는 공간에 치환시켜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재치도 신선하지만,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구성으로 추리소설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유쾌하다.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가장 밝고 유쾌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중 <이태원 클라쓰>란 작품이 있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약간의 만화적인 요소가 흠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거대악’을 처치할 계획이 다 있었던멋진 청년의 활약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통쾌해 했을 법 하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 출처 : 상동

 

꽤나 재미있게 보던 중, 막판에 납치와 폭력 등 극한적인 상황으로 마무리를 짓는데서 많이 아쉬움을 갖고 봤었다.

우리는 원한, 복수, 살인 같은 자극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는 건 아닌지...

 

출처 : 카카오페이지. 포토뉴스

 

새로운 것 하나를 찾아내기가 힘들만큼 이미 지구상에는 너무도 많은 소설과 영화들이 나와 있다. 스토리텔러들의 인기가 치 솟는 이유이다.

이젠 같거나 비슷한 얘기를 얼마나 잘 풀어내는가 하는 스토리텔링이 관건인 만큼,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이다.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려는 건어쩌면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아직 노출이 적은 아이들이 끔찍해 하며 보는 많은 장면들을 타자화하여 무덤덤하게 보고 있는 내 모습에서 문득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자극적인 영화의 한 장면. 출처 : 상동

 

이런 와중에 자극을 모두 덜어낸 편안한 상담소를 구현 <나미야 잡화점>은 등장인물들을 모두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내는 구성도 좋았지만, 그 보다 더 매력적인 점은 고심 끝에 내어 놓는 편지 속의 애정 어린 문구들이었다.

꽤나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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