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크고작은 '별의 별' 일들을 다 겪게 되는 게 우리네 인생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억장이 무너질만큼 억울하고 참담한 일은 겪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 일만 없이 살수만 있다면 그나마 조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요즘은 드라마 대사 한줄이나 예쁜 글 한 문장에도 가슴이 벌렁이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 예민해져도 너무 예민해져 있는거 아닌가 싶네요.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어쩌다 윤석열 같은 사람이 나타나 수십년의 민주화 발걸음을 무위로 만들고 한국을 독재시대의 과거로 회귀시키고 나락으로 떨어뜨릴뻔 한 일이 버젓이 벌어지게 되었을까요... 양극단에 속해 있지 않은 중도보수라고 자칭하는 소시민의 입장에서 너무도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판결문을 들으면서 "이렇게 당연한 일을 얻어내는데 이렇게 힘겨운 게 맞는 일일까?" 싶으면서 참 많은 생각들이 명멸하더군요...
그 동안 탄핵찬반을 주장하는 양 극단에서는 늦어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온갖 추측성 루머로 도배질을 하며 설왕설래 극심한 혼란을 초래해왔죠. 그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음속에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받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아예 눈감고 귀닫고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됐든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보고 듣는 것들 모두는 기억에 남기 때문이죠. 대중의 오해로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게 그 증거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무지한 한사람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건 아마도 현실에서 종종 그런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명박과 정동영의 대결구도였던 대통령선거때, 노인비하 발언으로 정동영이 뭇매를 맞고 역대 최고의 득표율차이로 이명박이 당선되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생업에 바쁜 사람들이 대표를 선발하여 그들에게 정치행위를 대신 하게 하는 대의민주주의 방식의 한계가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과연 미래의 한국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도 듭니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아직도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특히나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드는 요즘, 갈등과 증오가 가득한,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두려움도 점점 커져가는 거 같아요. 서로가 남탓만 남탓만 하는 사이, 우리들은 상처받고 고통속에 몸부림치면서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걱정속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거 같구요.
대한민국은 세계 여러나라 중에서도 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독특한 나라임에는 틀림없읍니다. 정치인들이 서로 패싸움하는 거야 만국공통의 사실이긴 하지만, 한국만큼 과거사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나라도 없긴 합니다. 만약 일제시대가 끝나고 부역자들이 처절하리만치 청산되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군사쿠테다로 정권을 잡았던 군부세력들이 내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엄정한 법의 심판대로 그대로 사형되었다면...? 권력자들의 비리가 드러났을때 과감하고 확실하게 그에 상응하는 심판이 가해져 부패한 정치인들이 그때그때 잘 솎아져왔다면...?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지만, 돌이켜보면 한국사에 아쉬운 지점들은 너무 많습니다. 역사 속에서 시민들이 지켜낸 민주주의는 불과 몇 안되는 빌런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손상받고 훼손되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이 정말 가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왜 우리는 이런 고통을 계속해서 감내해야 하는 걸까요...

윤석열 정부가 재임기간 펼쳤던 여러 정책들을 보면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게 한 둘이 아니죠. 대통령직은 고작 몇 년이요 정부관료들은 어공 늘공하면서 낮춰말하긴 하지만 오랜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인데 어찌해서 기다란 호흡으로 정책들을 끌어가지 못하는 지 답답합니다. 권력바라기처럼 그저 납작 엎드려 권력자의 눈치만 보며 아양을 떨지 않는 한 발생하지 않을 여러문제들이 수시로 일어나니... 다음 정권에서는 그런일이 없을거라는 보장도 없지요.
나라야 절단이 나건 말건 자신의 정권욕을 위해 온갖 파렴치한 말도 서슴치 않는 정치인들의 혐오스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투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민자본주의라는 초기의 코로나바이러스같은 맹독성의 제도는 IMF 때의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안고 사는 이 시대 한국인들에게 오직 '돈 돈 돈' 만 외치게 만들었고 초등학생마저 꿈이 '건물주'인 나라를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안정적이고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유아기때부터 '의사고시'를 준비하게 만드는 웃픈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실감나게 합니다. 독자생존이라는 절대절명의 명제를 삶의 교훈으로 체득한 바, 공동체보다는 내 자식만 생각하는 문화가 빚어낸 병폐인 셈이죠. 돈을 벌려면 공과대학이나 상경대학을 가야지,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돈 벌기위해 가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나요...
전국의 의대를 다 채우고 나서 서울대 공대가 채워진다는 얘기가 나온지도 십수년이 다 되어가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죠. 그저 표를 얻어 자기자리보존하려는 정치낭인들만 득시글 거렸고, 그 와중에서 온갖 비리와 부패를 만들어내는 파렴치범들이 득세하며 부를 챙겼을거라는 징후들이 여기저기 드러납니다. 건강을 해치는 온갖 먹거리들을 일상으로 먹게 만드는 온갖 SNS 버러지들과 조회수를 노리고 돈에 환장해 거짓정보를 서슴없이 살포하는 사이비크리에이터들과 이들에 편승해 자극적인 기사로 어그로를 끄는 기성언론들까지 우리의 눈과 귀가 접하는 모든 곳이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오늘 탄핵 인용 판결문을 들으며 한가닥 희망은 보입니다. 온갖 루머와 추측으로 세치 혀를 놀리며 인터넷상에서 분탕질을 일삼던 수 많은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관들은 전원합의로 탄핵을 인용하였고 판결문 문구 하나하나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생각되어 아직 이 나라는 선의에 기대볼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처가 많은 만큼,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나라가 될거라는 희망도 들구 말이죠. 그 동안 망가졌던 여러 시스템을 가다듬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거 같습니다.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구요. 정치보복이 아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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