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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전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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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린책들. 예스 24>. 2007년

                                                     

 

<개미>를 시작으로 떠난 베르나르 작품 릴레이 독서가 계속되고 있었다. 오래전 아내가 사놓은 <뇌>와 <나무>가 집에 있는지도 모르고, 도서관에 가면 무조건 베르나르 작품들을 닥치는 대로 대출받아 와서 읽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베르나르는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작가라고 한다. 그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작품속에 한국과 관련된 인물이나 내용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 작가인 만큼, 상술에도 눈을 떴다. 

한국인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우리정서에 비교적 부합하는 문장서술과 기발한 상상력의 끝없는 향연때문일 듯하다. 베르나르 전문 번역가라 할 만한 전미연씨의 애쓴 흔적도 한 몫 할 듯 하다.

파피용하면 내 또래의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파피용>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예전엔 들리는 대로 썼었는지, 빠삐용이라 발음하고 쓰고는 했었다. 프랑스어로 '나비'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munich0307/unsplash

 

1973년도 미국영화였던 <빠삐용>은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 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출현하는데, 당시로서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고 그 비용을 얻기 위해 감독이었던 프랭클린 샤프너는 자신의 감독자리를 걸고 제작사 간부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하여 제작비의 3배가 넘는 액수를 벌어들였다. 한국에서 최근 2016년에 재 개봉하기도 했다. 영화의 메인 테마곡도 크게 히트하여, 추억의 영화음악을 선정하는 곳이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영화 줄거리는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빠삐용(스티브 맥퀸)이 반복되는 탈옥 실패로, 다음번에 탈옥을 하다 잡히면 사형인데도 끝까지 탈옥을 시도하여 결국 성공한다는 얘기다. 파도의 방향과 여러가지를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하여 야자나무 열매 껍질을 모아 작은 배를 만들어 바다로 탈출한다. 자유를 향한 끈질긴 그의 노력을 보상하듯, 영화의 엔딩에 "빠삐용은 여생을 자유인으로 살았다."는 나레이션이 흐른다.

하지만, 애견인들에게 파피용하면 매력적인 강아지를 먼저 떠올릴것이다. 나비처럼 활짝 펴지는 귀 덕분에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 작고 앙증맞은 체구에 예쁜 미모로 많은 사랑을 받는 견종이라고 한다. 파피용은 귀가 바짝 선 견종과 처진 견종이 있는데, 한국에서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처진 견종은 팔렌(phalene)이라고 달리 부른다는데 이는 '나방'이란 뜻이라고...

 

 

 

   전통적으로 궁정에서 반려견으로 키워왔던 견종이라 길들이기 쉬운 편이라 한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쾌활하고 용감한 성격에다 어리광도 잘 부리고 응석받이 기질도 있어 주인의 만족도가 높다고... 처음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도 무난하게 키울 수 있는데 체구가 적어 운동량이 많이 필요치 않아 도심 아파트에서 충분히 키울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베르나르 소설 <파피용> 을 얘기하려다 삼천포로 한참을 빠졌다...ㅎㅎ

하여간, 파피용하면 가지고 있던 stereotype 때문이었는지 책의 첫장을 펴기 전까지 책상위에 읽혀지기를 기다리는 내내 책 <파피용>은 감옥과 탈출만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진짜 책 내용은 충격이라 표현해야 될 것 같다. 베르나르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스케일을 전 우주적으로 넓혀 버렸으니 말이다. 소설의 전개방법을 여러가지로 시도하는 것도 재미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꾸역꾸역 그럴 듯 하게 상상해 가는 추진력도 괜챦았다.

 

@8moments/unsplash

 

거기에 있음직한 권력자들의 반응과 그에 따른 후폭풍들, 이어지는 끊임없는 사건 사고들이 모두 나의 소심한 상상력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과학적 타당성은 과학자가 아니라서 잘 알수는 없지만, 별로 없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거대 우주선들을 별 꺼리낌 없이 보듯이 파피용에 등장하는 우주선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따지지 말고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는게 작품의 몰입을 돕는 길이다.

내게 <죽음>,<인간>,<뇌>는 시작은 산뜻했으나 마무리는 대단히 시원챦은 작품들이었는데, <나무>에서 기사회생하여 <파피용>은 앞의 세 작품의 부진을 딛고 계속 베르나르의 작품을 연독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되었다.

베르나르의 상상력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픈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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