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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 유행이후 첫 천만관객 돌파 영화로 등극한 <범죄도시 2>를 드뎌 봤네요. 사실 감독도 별 기대는 안 했다는 <범죄도시>가 의외의 대박을 친 뒤, 자연스레 후속편이 만들어진 건데요...
전편에서 잘 다져놓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로 인해 후속편에서의 스토리진행이 어느 정도 쉬운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반면 거의 유사한 패턴안에 갇힌 엇비슷한 스토리는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더군요.
마동석 배우가 구축해가는 괴물형사 캐릭터가 <범죄도시2>까지는 잘 먹혀든 거 같은데, 후속편에서까지도 같은 유형의 패턴(터미네이터, 미션임파서블과 같은...)을 유지하며 흥행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확실히 전편에 비해서는 마동석 배우의 액션씬들에서 보여주는 형사의 능력치가 과도하게 파워업되어버려서, 3편에서는 슈퍼히어로급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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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2> 개봉 전부터 전편의 빌런이었던 쟝쳰(윤계상 분)이라는 잔인한 악인캐릭터와 비교되는 새로운 빌런을 손석구라는 배우가 어떻게 감당해낼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긴 했었죠. 빌런의 캐릭을 단순비교로 평가하자면 갠적으론 손석구가 훨씬 약하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수 많은 영화소개 동영상으로 이미 <범죄도시2>의 하이라이트는 여러번 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정신없이 재밌게 봤습니다. 생각 싹 비우고, 단순무식하게 나쁜 놈들 때려잡는 무적의 형사가 펼치는 액션 카타르시스를 즐기게 됩니다. 솔직히 이런 아무 생각없이 보는 액션 오락영화가 천만을 훌쩍 뛰어넘는다는게 조금 속상하기는 합니다만, 저 또한 그 천만 중의 한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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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는 존재할 거 같지 않은 괴물형사가 잔인하기 그지없는 범죄자들을 향해 겁도 없이 주먹을 날리는 장면들에 관객들이 그 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그만큼 현실사회에서는 정반대의 일들이 계속 벌어지며 사람들의 뇌리에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취약한 공정성의 허물들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문득, 눈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범죄자에게 공포탄 2발을 위협사격한 뒤 실탄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금도 지켜져야하는지 궁금하네요. 아파트에서 흉기를 들고 설치는 윗층남자앞에 아래층 사람을 노출시켜 놓은채 줄행랑을 쳐버린 경찰관들의 모습도 떠오르구요...
왜 한국인들이 이런 범죄자들 때려잡는 영화에 유독 열광하는가 하는 점은 한 번쯤 고민해 봐야할 문제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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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은 영리하게 카메라 앵글을 요령껏 잘 잡아 관객들이 직접 나쁜놈들을 징벌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범죄자들이 두들겨맞는 장면들을 타격감 넘치게 화면에 잘 담아냅니다.
별다른 죄의식도 느끼지 않으면서 무고한 시민과 경찰들에게 사시미칼을 휘둘러 치명상을 입히는 악인들을 온몸이 문어처럼 흐물거리게 쥐어패는 장면 속에서 관객들이 얼마나 큰 대리만족을 얻을지 예리하게 잘 아는 거죠. 다른 어떤 범죄영화보다도 관객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큰 이유지요.
그래서, 현실감은 과감히 포기하고 그럴싸한 서사마저 포기한 채 마치 중국무협영화 속의 고수처럼 무지막지한 능력을 과시하는 괴물형사를 창조해 냈고, 관객들의 니즈(절대악이 사라진 시대, 정치권의 천박함으로 양극단으로 갈라져 서로 내로남불을 주장하며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는 사회 속에서 부유하며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허상이나마 절대악을 만들어 징벌함으로써 잠시나마 숨통을 틔게 해주는 것...)를 충분히 만족시켜줬다는 것을 동원관객수로 보여주고 있죠.
이런 영화를 통해서라도 현실의 부박함을 잊으려해야 한다니, 한편으론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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