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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킹 리차드. 스포츠 스타의 성공신화에 열광하는 우리는 무얼 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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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질환을 앓으며 탈모로 고생 끝에 삭발을 해 버린 자신의 아내(제이다)를 소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개그를 하던 진행자(크리스 록)를 윌 스미스는 씩씩거리며 전 세계로 생방송 되던 무대로 올라가 뺨을 고개가 돌아가도록 때려버립니다.

잠깐 동안 아내가 상처받았음에 흥분한 멋진 남편이란 동정여론이 살짝 있더니, <킹 리차드>의 실제 인물이었던 리차드 윌리엄스마저 폭력은 잘못된 일이라고 한데다 이날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본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에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하더군요.

 


생애 첫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는 자리였는데, 호사다마[ 好多魔 ]가 되버린 윌 스미스... 연기를 어떻게 했길래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지요? ^^... 게다가, 뺨을 맞은 크리스 록의 스탠딩코미디 관람티켓은 그 가격이 10배가 넘게 뛰어오른 해프닝까지 있다는 군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하 사진출처는 동일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꽤나 독특하고 비범한 캐릭터의 리처드 윌리엄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고향인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와 낯선 미국땅에서 갖은 착취를 당하는 흑인들의 절절한 애환은 결국 미국 내 인종차별과 갖은 사회문제와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지요. 몇년마다 한 번씩 터지는 흑인 폭동을 보면 그 갈등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알수 있지요.

이 영화의 밑바탕 또한 흑인들의 비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깔고 있습니다. 영화속 화면들은 그리 심난한 모습들은 담지 않고 있지만, 흑인들의 성공담을 담아낸 영화에서 많이 봐 왔던 슬램가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도 한국하면 일부 나라에서는 한국전쟁후 지지리도 못사는 나라를 연상하고 있다고 하던데, 우리 또한 영화 속에 비쳐진 모습으로 미국 하층민 사회를 너무 편협되게 잘못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킹 리차드>에서 그려지는 리차드 윌리엄스의 모습은 딸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끝까지 믿고 훌륭하게 키워낸 대단한 아빠입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을 믿고 다독이며 때론 독선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념대로 밀어부치기도 하는 리차드의 양육방식을 따라하기는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재능에 투자한 코치도 대단해 보였고, 결국은 수 백억의 광고수입으로 대 성공을 하는 엔딩장면까지의 비범한 스토리도 흥미롭습니다. 해피엔딩의 영화와는 달리, 수도 없이 많은 실패담과 비극적인 결말이 있겠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런쪽은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건 자신 또한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인해,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 까닭이 더 큰 이유겠지요?

 

 

영화 속에서 '리차드'라는 캐릭터는 참 배울 게 많은 사람이었죠.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 닿았던 점은, 자신이 이룬 것들은 꼭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어릴때부터 아이들에게 계속 강조해 왔다는 점이었어요. 리차드 윌리엄스를 감히 '킹'이라고 칭할 만 한 점이라 생각되네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한 수 배웠으면 좋겠네요.

비슷한 성공스토리이지만, 유독 스포츠를 통해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과정을 다루는 영화에서는 다른 부류의 영화보다 더 짜릿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살면서 한 두번쯤 경험했던 여러 스포츠 활동에서의 짜릿한 역전의 순간들이 있기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선의의 경쟁이라는 스포츠(일부 경기에서는 꼭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활동속에서 열심히 싸워준 상대를 운이던 실력이던 힘겹게 이겼을때의 쾌감은 정말 어느 기쁨보다도 강렬하기에, 그렇게 중독적으로 스포츠에 빠져드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살아오면서 우리는 때론 승자가 된 적도 있고, 더 많은 경우로 패자가 된 적이 있을겁니다. 사실 우리사회는 열심히 싸웠지만 패자가 된 사람에게 그리 너그럽지 않습니다. 코미디 소재로 쓰이곤 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곧 한국이죠.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따고도 행복한 미소로 세상 다 가진듯 흐뭇해 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낯설어 보이는 것도 꽤 우울한 한국인의 자화상입니다.

<기생충>으로 탈 미국을 선언한 듯 보였던 아카데미영화제가 결국은 도로 지극히 미국적인 그래서 조금은 이질적인 문화를 느끼게 하는 영화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준 것 같더군요. 자기들의 잔치이니까 뭐 자기들 뜻대로 하는 거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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