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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당신이 혹하는 사이.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제작팀 저. 책들의 정원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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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책들의 정원. 예스 24

 

출판사와 인플루언서를 이어준다는 펍스테이션으로부터 서평가이드 없이 자유로운 서평글 포스팅을 부탁한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왜 저한테 이런 메일을 보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서평을 부탁한 <당신이 혹하는 사이>란 책의 내용들이 한번 쯤은 관심을 가져봤었던 소재들을 다루고 있어서 확 끌림에 흔쾌히 승락했습니다.

동명의 시즌 1 SBS 방송은 윤종신, 봉태규, 송은이, 변영주 등의 출연진들과 함께 8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의 취지는 1%의 진실과 99%의 거짓으로 만들어지는 음모론을 파헤져보는 것이었죠.

 

이 책은 방송에서 다룬 소재 외에도 미처 방송하지 못한 음모론을 포함해 총 13개의 음모론에 대한 취재 결과물이었지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13개의 소재가 모두 같은 정도로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취재의 어려움이나 어떤 결론을 내리기 힘든 점들이 충분히 공감되었고 해당 소재들에 대해서 세세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잘 쓰여져 있었습니다. 또한 방송인이라는 혹은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반인들로써는 결코 해낼수 없는 일들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지요.

 

출처 ; SBS. 이하 출처는 동일합니다.

 

솔직히 책을 읽어나가면서,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 묵직하게 불편한 눌림이 있었고 세상을 살아나간다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현타가 느껴지기도 했죠. 그러면서도 코로나시국임에도 아직 평범한 하루하루에 커다란 파문없이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몇 번 겪은 후, 요즘은 그닥 운전대를 잡고 장거리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차를 몰고 도로 위로 나서는 순간부터는 내 인생이 어떤 곳을 향해 갈지 장담할 수 없으며, 도로 위에서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지요.

몇날 몇일을 제대로 잠 못자고 일을 하다가 운전대를 잡고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절대 해서는 안되겠지만 면허취소수준의 음주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테고, 여러가지 이유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터지기 직전의 폭탄같은 운전자도 있을겁니다. 게다가, 운전자가 아닌 차량의 결함이나 부적절한 탑재등으로 타 운전자를 위험에 빠드릴 위험한 차량들이나 도로상황들도 배제 못합니다.

이런 저런 걱정과 우려를 하다보면, 거의 노이로제 수준의 근심으로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될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우려하는 일이 벌어질 확률은 그리 높지는 않을겁니다.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과는 달리 말이죠.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부정된다>는 부제가 말해주듯, 몇 몇 에피소드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전개되어 굉장히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김정남 암살사건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암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들은 단순히 북한 공작원들의 술수에 놀아난 불쌍한 희생자일뿐이라는 내용이 밝혀졌지만, 단순히 그녀들의 주장만으로 진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김정남의 암살과 암살자 체포 뉴스만을 보고 잊어버렸던 일이었지만, 이후 그녀들이 2년뒤에 석방되었다는 후속담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요. 관심사항이 아니었으니까요.

SBS취재진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는 게 느껴졌어요. 운전 중 도로위에서 누군가의 행동에 의해 내 삶의 방향이 심하게 바뀔수도 있다는 점이, 다른 누군가의 삶 속에서 현실화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현타의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지금 이순간까지 나에게는 그런 불행이 덮쳐오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편협한 이기심 또한 느껴졌구요.

https://programs.sbs.co.kr/culture/table/clips/68015

 

당신이 혹하는 사이

방송종료 매주 수요일 밤 9시

programs.sbs.co.kr

 

 

최근 들어 읽었던 일련의 책들 속에 쓰여진 내용들은 해당분야의 실무자들 아니면 알수 없는 디테일한 딜레마 상황들이 꽤 있었는데, <아는게 병이다.>란 말이 허투루 나온 속담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지요. 저 또한 제 분야에서 차마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카더라'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세상은 결코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지는 않다.'는 고약스런 느낌을 주는 것들이죠.

 

SBS 제작진들이 매 주제별로 취재를 하면서 느꼈을 시대의 아픔이나 개인의 고통들의 무게를 감히 가늠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던 이유도 온갖 음모설로 뒤덮힌 안개같은 세상살이가 힘겹게 느껴져서일테죠.

사실, 일반인들이 어떤 뉴스꺼리를 알게되는 통로는 뻔하디 뻔합니다. 그리고 그 뉴스들의 진위여부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마저도 편견에 의해 왜곡되기 십상인데, 어떤 의도를 지니고 있는지 알수 없는... 근거도 불확실한 뉴스들이 온갖 형태로 마구잡이로 퍼지는 세상인데 더 말해 뭣하겠습니까?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지요. 저를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다른 생각없이 마치 진실인 양 떠벌리는 잡담소재들도 이러한 음모설이 퍼져나가는데 일조하는 건 분명하구요...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대로만 믿는다고 합니다. 뭐 저도 마찬가지구요.

아무리 진실을 외치고 주장한다고해도, 세상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욕한다면 그 진실이 진실로써 빛을 보는 건 요원한 일이 되고 말겁니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증거에 입각한 주장으로 진실에 다가가려 애쓴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제작팀들의 노고가 빛나는 이유겠지요.

벌써 시즌2까지 방영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준비중인것 같던데 시간 나는데로 정주행해봐야 겠네요. 이 책은 시즌1의 에피소드 뿐 아니라 미방영되었던 음모론들까지 포함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알고나면 모르고 있을 때가 속 편한, 섬뜩한 이야기들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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