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추위에 떨던 벚나무가지에
어느 틈엔가 작은 꽃 몽오리들이 올라오는 게 보이더니
봄은 몇 번의 꽃샘추위를 지나서
성큼 눈 앞으로 다가오네요.
진행 속도로 봐서는 주말경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던
올해 벚꽃 향연의 절정이
한치의 예상과 다름 없이 맞아 떨어졌네요...
근데, 이 절정의 순간에 원치 않는 봄비라니요...
마치 소풍날 비 소식처럼 짜증이 확~~ 밀려옵니다...
하루 하루 기지개를 펴는 벚꽃들을 보며,
만개한 날 멋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놓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 기대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게
세상사인가 봅니다.
아침마다 경사진 길을 올라가며 하루 하루 두툼해지는 순백의 화장이 아름답게 느껴져
숨가쁜 줄도 몰랐었는데...
참 시간의 흐름은 더딘듯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봄의 기운을 듬뿍 담고 있는 꽃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위안을 주는 것인지요...
어려움을 뚫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네 삶을 응원이라도 해주는 듯 합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오후 내내 줄기차게 비가 내립니다.
우려했던 대로,
그 봄비에 시달려 많은 벚꽃들이 져버렸더군요...
길 바닥에 하얗게 내려앉은 벚꽃잎들이 어지러이 빗물에 흘러다닙니다.
절반 정도 빠져버린 안쓰런 대머리처럼,
벚 나무에도 불그스레한 꽃잎 떨어진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절정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올해 벚꽃의 향연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마네요.
코로나로 망가진 일상처럼 말이죠...
작년에도 딱 요맘때쯤 근처에 벚꽃핀 것을 주제로 포스팅을 했더군요...
벌써 시간이 후다닥 이렇게 지났다니...
마치 일기장을 들추듯,
포스팅을 뒤지는 재미도 색다르네요...^^
https://blog.naver.com/windownine/221879130855
비 개인 휴일 오후,
호수 공원에 나가봤더니 춘상객들로 발디딜(?) 틈은 있을 정도로 북적대더군요.
겨우내 움추렸던 젊은 남녀들도 모조리 봄 기운 쐬러 나온 것 같구요...
스산했던 겨울에 비하면,
역시
봄은 생동하는 계절이죠.
지는 벚꽃이 못내 아쉬어
저녁 식사후에도 한번 더 바람 쐬러 나왔답니다.
한순간 화려하게 불싸지르는 벚꽃은
어쩌면 무모하기도 하고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대단히 정열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순백이 아닌 붉은색이었다면,
어쩌면 불타오르는 것 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죠...
휴일은 특히나 시간이 날개 돋힌 듯 지나갑니다...
또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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