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나 근대의 철학자라고 하면 왠지 심각하고 진지한 모습들이 떠오르 곤 하지요.
철학자들은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 동 떨어진 삶을 살 수 있었던 부류였지만, 그렇다해도 깊이 있는 성찰과 사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뛰어난 운동감각으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스포츠맨처럼, 철학적 사유 또한 뛰어난 지적능력을 타고 나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누구나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시대는 바뀌어, 현대의 철학자들은 예전의 진중하고 무거웠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 대중 속으로 뛰어듭니다. 각종 매스미디어에 얼굴을 내 비치며, 화려한 언변으로 자신의 철학적 사고의 결과물들을 듣기 좋게 포장해 대중에게 선물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철학이란 그리 친근한 존재는 아닙니다...
당장 눈 앞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철학적 사유라는 게 어쩌면 확실한 답을 얻을수도 없는 부질없는 해답찾기 놀이처럼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구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영위해오면서 저 마다의 철학관 혹은 세계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로써, 의도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지요.
저마다 만들어진 세계관은 아주 쉽게 충돌하며, 때로는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지요...
서로가 자신의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때문이지요.
자신의 가치체계에서 보자면 분명히 상대방이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 까지는 그렇다쳐도, 그 반대의 상황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모순입니다.
어찌됐든, 개인이건 사회건 국가이건 하나의 지배적인 철학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 옳고 그름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철학적 관념들은 마치 살아 숨쉬는 생명체인 것 처럼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해 왔지요.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철학적 개념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변합니다...
마치,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자연환경들도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것처럼 말이죠.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잖아요..
<한 컷의 인문학>도 우리 시대의 철학이 과거의 것과는 많이 변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책의 컨텐츠부터가 기존의 철학책과는 결을 달리하지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건 책을 설렁설렁 공간을 채워넣기 위해서건 함축적인 그림으로 확실히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건간에, 이 책은 거의 절반 가량이 그림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랑, 돈, 계급, 자유
이렇게 4개의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저자는 현대적인 방식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펼쳐내지요.
<사랑>편이 특히나 많은 관심이 쏠렸답니다.
제가 학창시절 가지고 있던 사랑과 결혼, 남녀 관계 등의 고정관념들이 모두 해체되어 있는 현 시대의 모습을 목도하고 있었지만, 막상 활자화 되어 있는 글을 읽고 있자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지요.
자식을 낳고 기르는 그 본능과도 같은 일들이, 이젠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다면...
많은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진화의 결과는 아닐터인데 혼란스럽기 까지 하더군요...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기는 하나, 이처럼 쉽게 환경에 휘둘린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기성세대로써는 이해가 잘 안될겁니다... 전쟁, 기아, 정치적 혼란 등 온갖 역경 속에서 삶을 지탱해오던 세대들에게 현대 젊은이들의 사랑관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건 젊은 세대들에게도 마찬가지일건 뻔합니다.
돈, 계급, 자유 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철학관념은 시대상황에 따라 숨쉬며 변화하고 있는 듯 합니다.
코로나19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아마도 포스트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벌써부터 회자되는 만큼,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또 한 차례 격변할 겁니다.
IMF 나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적 충격이 가해진 코로나 시국이후, 이전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빈부의 양극화는 첨예하게 진행되어 버렸고 많은 사회 활동들이 굳이 컨택트가 필요 없이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말았죠... 말 그대로 요식행위이자 불필요한 행위였다는 얘기...
자본주의의 속성 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쩌면 불가피할지도 모릅니다.
인정하든 안 하든, 현대인들은 자본주의의 주축세력인 대기업들에게 빨대를 꼽고 살지 않을 수 없지요. 국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무리 포퓰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정부라고 해도, 대기업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지요.
경제 위기 운운해도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오히려 대기업들은 승승장구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중소 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고사직전까지 내몰렸구요...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 상, 코로나시국이 지나가면 사회의 재편이 불가피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가 IMF 라는 엄청난 시련을 통과하며 변했듯이, 코로나시국이 지나간 뒤에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자못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진중하고 무거운 철학책은 가라~~!!
그림으로 설명을 요약하거나 해설해주는 이런 책은 읽기도 참 편합니다... 그러면서도,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잠깐의 시간을 투자하여 이런 저런 사색을 가져볼 수 있는 엣지 있는 인문학 서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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