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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뷰] 완벽한 가족. Blackbir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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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aver.com/v/17403347

 

'완벽한 가족' 메인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tv.naver.com

 

따스한 가족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기대하고 본 건 순전히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망상에 가까운 뇌피셜때문이었습니다.

 

<완벽한 가족> 영화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하 사진의 출처는 동일합니다.

 

영화를 다 본 뒤에 네이버영화에서 소개한 줄거리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지를 알게 되었고, 헛 웃음만 나오더군요.

 

소 개

 

두 딸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릴리’

어느 날, 오직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특별한 인생 플랜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일 년 중 가장 반짝거리는 하루,  크리스마스를 앞둔 저녁에 가족들 앞에서 폭탄 선언을 하게 되는데…!

올 겨울을 따스하게 채워줄 완벽한 가족의 이야기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어떻게 저렇게 잘못된 정보를 버젓이 올려 놓았는지... 게다가, 영화평 또한 온갖 악평으로 도배되어 있구요...

추운 겨울, 연말 연시에 따듯한 감동드라마를 기대하고 본 관람객들에겐 뒤통수를 치는 이와 같은 영화소개글은 이런 반응이 나오기에 충분합니다. 이렇게 올려 놓으신 분은 반성 좀 하시죠~~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 이 영화는 "Silent Heart"에 기초해서 만들어졌다는 스크립트가 나옵니다.

<Silent Heart> 라는 제목의 책이 있기는 하지만, 하드커버의 책 표지만 봐서는 영화의 내용과 일치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의외로 검색되는 내용들이 적어서 알 수도 없구요.

하지만, 네이버 영화에는 2015년 11월에 개봉한 덴마크 영화로 <사일런트 하트>가 검색되어 나옵니다.

그러니까, <완벽한 가족>은 <사이런트 하트>의 리메이크 영화인 셈이죠.

 

영화의 내용도 크리스마스를 앞둔 저녁이 아니구요,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특별한 인생플랜이라는 것도 예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한 참 멀겁니다. 완벽한 가족은 더더구나 아니구요...

오히려, 여느 가정과 비슷하게 크고 작은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보통의 가정이지요.

 

 

참 영화제목 한번 더럽게 못 지었다는 생각이...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 또한 굉장히 무겁습니다. 안락사...

<미 비포 유>라는 영화에서도 다룬 주제이기도 하죠.

 

 

사실, 현실의 공동체라면 어디서나 공론화하고 토론해야 할 뜨거운 감자와 같은 주제이지요. 물론 결코 결론이 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사회적인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할 이슈인 것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요.

 

영화 <노팅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의 작품인데, 그가 비추는 영화 속 화면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노팅 힐>을 보신 분들이라면 화면의 질감을 어느 정도 아시겠지요...

<미 비포 유> 또한 마찬가지였지요...

영화가 다루는 주제에 비해, 너무 밝게만 그려내는 <완벽한 가족> 영화 속 상황배경이 관람자로 하여금 가족들이 마치 자살방조자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안락사 혹은 존엄사...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아직 부모님들이 젊으셔서 혹은 건강하셔서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은 문제인 사람들도 있겠구요...

하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는 뒤에 우리 모두에게 닥쳐 올 문제 중 하나이지요.

 

온갖 기계 장치가 대롱 대롱 매달린 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각종 생명유지장치에 의해 단순히 연명상태로 누운채 생명이 꺼져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온 몸은 말라 비틀어지고, 장기간의 와상으로 이 곳 저곳의 피부는 뭉개져 변색되어 있고 촛점 없는 시선은 공허하게 흔들리며 가까운 사람들마저 알아채지 못하는...

인생의 마지막 장을 그야말로 연명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수 많은 극노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안락사 문제를 살인방조 쯤으로 치부해 버릴 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무리 극한적인 상황이라도 생명을 스스로 버려서는 안된다는 굳은 신념으로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아무리 치매가 심하게 진행되어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리 육체가 노쇠하게 되어 제대로 기능하는 장기가 거의 없어 매일 매 순간을 징글징글한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생명은 소중한 것이기에 절대 버릴수 없는 것이라구요...

하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건 불 보듯 자명한 사실이고 그 순간을 단순히 몇일 몇달을 고통 속에 더 질질 끌어간다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걸까요? 남겨진 자식들의 자책감을 덜기 위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신념과 생각은 정말 다양하고, 또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토론과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 힘든 문제들에 대한 접점을 구해내야 하구요.

최근 한국에서도 연명치료거부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져 이를 신청하는 노인들도 참 많아졌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스스로 인생의 끝을 결정하겠다는 의지의 소산이지요.

 

로저 미첼 감독이 영화 제목을 blackbird 로 정한 이유는 확실치 않습니다. 찌르레기라는 이 검은 새가 의미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출현진들은 제게는 익숙한 배우들이 많습니다.

톰 크루즈의 첫 배우자였던 수잔 서랜든과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뿐 아니라 <쥬라기공원>으로 익히 얼굴이 잘 알려진 샘 닐까지...

한결 후덕해진 케이트 윈슬렛이야 워낙 검증된 명연기자이고, 수잔 서랜든의 연기도 샘 닐의 연기도 완성도 높게 훌륭했지요.

 

영화의 내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초반 화목한 가족 모임처럼 보이던 것이, 느닷없이 안락사를 앞두고 마지막 가족들과의 만남이었다는 전개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럭저럭 무난해 보였던 가족들의 내막이 들춰지면서 이런 저런 가슴 아픈 사연들이 수면위로 하나 둘씩 떠오르죠... 어느 스릴러 못지 않게 가슴 졸이며 보게 되더군요.

 

 

불과 얼마 전 지긋지긋한 고통 끝에 영면에 드신 분을 되 새기며 영화에 몰입하다보니, 어찌나 가슴 아픈지 몇 번이나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흘렀는지 모릅니다.

그나마, 비교적 깔끔하고 보기 좋은 세트로 화면을 구성하였기 망정이지 최악의 상태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장면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마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국 내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되는 주가 있고, 불법인 주가 있다고 해요.

하지만, 허용하는 주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대부분 자신이 살아왔던 집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것은 우리나라 설문조사에서도 엇비슷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사망은 대부분 병원에서 이루어지지요.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경찰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지경이니까요.

 

갑작스런 불상사가 아닌 한, 평생동안 사랑했던 사람들에 둘러싸여 생을 마감하는 것 만큼 행복한 마감이 있을 수 있을까요...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이라면 말이죠.

 

 

영화를 보는 내내도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었었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그 생각들에서 빠져 나올수가 없었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 보았더니, 정말 양극단의 단편적인 평가가 있더군요.  물론 그리 많은 양도 아니었구요...

어찌됐든 죽음만은 아니 그에 관련된 그 무엇이라도 피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살인방조라고 너무 쉽게 치부해버리는 리뷰글을 읽으면서는 충격도 좀 받았구요...

하긴 내 살에 박힌 작은 가시하나가 암환자의 극심한 고통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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