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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엄마 인문학. 김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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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 핑크빛 일러스트와 균형 잡힌 크기의 제목. 책이 참 예뻤다.

하지만, 이 책은 위기의 한국사회를 구하기 위한 엄마들의 혁명을 부추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명이란 단어가 풍기는 피비린내의 뉘앙스를 지우고, 그 대신 작가는 엄마들에게 무혈혁명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가독성 뛰어난 글 솜씨로 역사, 예술, 철학, 정치, 경제 그리고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선보이며 엄마들이 변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 나간다.

이 세상 모든 이에게 가슴 찡한 존재 '엄마'.

그런 엄마들에게 무엇을 위한 혁명을 요구하는 걸까? 혁명이 아니면 해결될 수 없는 한국의 실태는 과연 어떠하다는 것일까?

한국은 일제치하에서 주구 노릇을 하며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했던 친일파 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현대사로 접어들었다.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은 해방이후에도 고생스런 삶을 살아가는 반면(부모가 일제 경찰들에게 쫓기며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을터이니...), 오히려 친일파의 후손들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떳떳하지 못한 부 권력으로 사회 상류층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다.

정치, 경제, 언론, 교육계 등 우리사회 곳곳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친일파의 후손들과 반 공동체적인 기득권 세력들은 군사독재 와 경제독재 시대를 거치며 유전자와 생활 속에서 물려받은 처세술로 세력을 살찌우며 잘도 지내왔다. 그들만의 강고한 카르텔 을 형성하여 서로를 비호하고 대대손손 영달을 누리기 위한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독소를 사회에 뿌려오고 있다.

                                     <출처 : Unsplash.com/R_O76DHewdw>. Erik Mclean.

대중매체를 장악한 그들은 3S (screen.sex.sports )의 우민화정책을 폈던 군사독재시대부터 힐링을 빙자한 온갖 저급한 예능프로그램으로 무뇌아 정책을 펴는 경제독재시대를 아우르며 우리네 삶을 기괴한 형태로 망가뜨려 왔다. 한 줌도 안 되는 오직 그들만의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사회는 국민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교묘한 술수들은 직, 간접적으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 속에는 '공동체 파괴'라는 맹독의 씨앗들이 자리 잡게 했고, 용납하기 힘든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는 과정에서 이 씨앗들은 무럭무럭 커 나가고 있는 중이다.

공동체의 회복, 자본가의 탐욕에 휘둘리지 않기

 

시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몰아냈던 4.19 혁명의 민주화열망은 또 다른 독재자에 의해 짓밟혔고, 피 흘리며 투쟁하여 어렵게 쌓아가던 민주사회로의 발걸음도 불량한 지도자들을 뽑은 탓에 심하게 역행해 버렸다.

사회로부터 온갖 단물을 공급받아 튼튼해진 뿌리와 무성해진 줄기와 나뭇잎으로 사회에 그늘을 제공할 법도 한 재벌기업들은, 이익은 극소수가 차지하고 책임은 전체에 전가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온갖 추잡한 방법으로 골목상권까지 죽이면서 이윤창출에만 목을 매면서 온갖 갑질을 해댄다. 단가 후려치기 등 등 좋은 머리로 기가막히게 하도급 업체들을 목조른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내 자식만큼은 서러운 을의 위치에 세우고 싶지 않은 게 모든 부모들의 인지상정일터, 조금이라도 좋은 위치를 선점해 보겠다는 조기 과잉교육경쟁 은 독소로 망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강요당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십수년을 공부에 미쳐 살아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전선에서 튕겨져 나가기 일쑤이다.

                            <출처 : Unsplash.com/ATdSdo72wR8>. Mammoth Lakes, California. Peter Thomas

김경집 교수는 IMF이후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기회주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기주의,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경제논리로 우리사회는 사람의 가치를 잃어버렸고, 부실한 사회안전망은 벼랑 끝에 매달린 절박함으로 끊임없이 돈만을 욕망케 한다고 말한다.

김경집 교수는 엄마들에게 무혈혁명을 위한 변화를 요구한다.

오늘도 끊임없이 성장만을 강요하며 이윤추구를 위해 사람을 지우려는 기득권세력에 맞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사회를 다 함께 살아갈 공동체로 바꿔나갈 엄마들의 깨어남을 기대하며, 내 자식을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낼 의식의 소유자로 키워내야 한다고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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