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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1cm 다이빙.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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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에세이 베스트셀러 1위로 판매량 총 20만부 이상을 돌파한 책이더군요. 재산이라곤 대출금밖에 없는 서른살 예비신랑과 2년간 집에만 있던 스물여섯의 프리랜서 두분이 함께 집필하였구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프로젝트 겸 솔직한 나레이션이 돋보이는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딱 1cm 현실에서 벗어나면 행복할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책 내용은 끝까지 어떤것이 행복인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글쓰는 것으로 먹고 살지만 정작 작가라고 하기엔 뭐한 문정 님과 서른셋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철부지같은 태수 님이 여러 주제에 관해 가벼운 농담처럼 주고받는 에피소드들이 참 친근하고 재미있습니다. 한마디로 힘 쫙 빼고 쓴 블로그 포스팅과 거의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애시당초 이 책에는 문학적 향기를 기대할수도 없고, 앞뒤 좌우 잘 짜여진 서사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책은 재미있게 술술 넘어갑니다.

혹자의 시각에서 보면 결혼을 4개월 남겨두고 퇴사를 결정한 태수님의 행동이 참 무책임해 보일수도 있겠습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는다'라는 마인드로 살아가는 분이니, 반대편의 가치관을 가진 분들에겐 참 대책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겠죠.

 

주말만 기다렸는데 스마트폰으로 하루가 끝나...

 

회사 무섭지...근데 퇴사는 더 무서워.

 

지금 하고싶은 거?... 음... 잠?

 

별것 없는 행복을 찾기 위한 두 사람의 궁상맞은 몸부림을 읽다보면 때론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때론 격공하며 고개를 주억이기도 합니다. 23가지의 별스럽지 않은 질문을 던져놓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추억을 되살리며 행복찾기에 돌입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싶고, 어떤 노래를 듣고 싶은지..." 혹은 "나의 과거에 있어서 찌질했던 경험은 무엇이고 좋았던 경험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

 

 

찌질함을 보여준 동네 양아치들에게 호주머니 털리는 에피소드는 내 고딩시절 겪었던 유사사건의 판박이어서 한참을 피식거리며 추억소환을 했더랬죠. 이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한번쯤 내가 겪었던 일들과 오버랩되기도 하고, 우리 주변 그 누군가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마치 마음편한 친구와 한가로이 잡담을 나누듯, 그렇게 한 장 한장 책장을 넘기다보면 왠지 모를 위로가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려놓은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게다가, 책을 읽는 도중 유사한 경험담들이 스멀스멀 되살아나 나도 모르게 추억여행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닫곤 하죠.

경소단박의 시대상에 부합되게, 이런 트렌드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구가하고 대중들에게 파고드는가 봅니다. 정통문학도들에겐 괄시받을지 모르겠으나, 이젠 고전과 같이 딱딱한 서적을 낑낑대며 읽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볍게 읽을수 있는 웹소설이 오히려 훨씬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지요.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을 지닌 이들은 어쩔수 없이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야 하는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와 능력의 소유자라면 그 트렌드를 직접 창조하고 블랙홀처럼 대중들을 빨아들이기도 하겠지만, 보통의

비범하지 못한 글쓰는 이들이야 그런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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