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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동네 한 바퀴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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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봄이면 으레 있으려니 싶은 송화가루 뿌려진 희뿌연 대기 매케한 내음을 못마땅한 사람 백안시하듯 잘 마인드 컨트롤할수만 있다면, 지금 시절은 단연코 계절의 여왕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은 시간입니다.

 

 

겨우내 스산한 나무가지들로 앙상했던 거리가 초록빛 단장을 하고 있네요.

일 년중 불과 손가락 열개로 다 꼽지 못할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너무도 아름답고 편안한 기후의 나날들이죠. 그렇게 짧아서 더 아쉽고 좋은 시간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인지, 배달시켜도 될 쇼핑목록을 애써 적어 달래서 가방하나 들쳐매고 마트로 걸어갑니다. 그래봐야 10분거리도 안되지만, 지나는 길에 바라보는 만개한 철쭉꽃들과 이제 막 싱싱하게 피어오르는 초록빛의 여린 잎새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움이 밖으로 밖으로 유혹하기 때문이겠죠.

 

 

아니나 다를까 걸으면서 가만 바라보니 '참 예쁘다, 참으로 생명력이 느껴져 신비롭고 좋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스쳐지납니다. 괜시리 '시인들의 시상도 이렇게 피어나는가보다' 싶기도 한 얼치기 추정도 드네요.

다행히 없을까 우려했던 물건들까지 모두 구입한 뒤, 초과로 맛나 보이는 바나나까지 한 뭉치 더 구입해서 배낭에 차곡차곡 쟁여 마트를 나섭니다.

 

 

혼자 요리조리 재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에 이젠 스스로도 많이 익숙해 진 듯 합니다. 포스팅 욕심때문에 늘상 하는 찍사질도 이젠 이골이 난 거겠지요. ^^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괜히 덩달아 스마트폰을 열어 같이 한 두장 찍는 경우도 왕왕 있구요.

따라쟁이들 같으니라구...

 

 

제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개인 정원처럼 상상하는 아파트 공간입니다. 물론 사진빨도 약간은 부인 못하겠지만, 봄이면 아름답게 펼쳐진 철쭉꽃들의 화사함으로 정말 예쁜 공용 정원이지요...가끔 이사갈까 하다가도, 이런 뷰를 생각하면 그런 맘을 접게 되곤 합니다.

오랜 가뭄으로 정원호수엔 녹조가 가득 끼여, 그 많던 금붕어들이 자취를 감춰 버리긴 했지만 대신 이름모를 물풀들이 대세를 이루어 잔뜩 퍼져 있네요.

 

 

같은 공간이지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꽤나 다른 면모들이 두드러집니다. 다른 곳에서는 이미 만개한 철쭉꽃들이 절정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는 판국에 이곳의 철쭉은 이제 막 꽃단장을 준비중입니다. 대기만성형 철쭉들인가 봅니다.

묵직한 배낭의 무게도 느끼지 못한 채 아름다운 꽃들에 정신이 팔린 채 재미난 한 때를 보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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