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갠적으로 조진웅 님의 연기는 역시 몰입도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거 같아요. 유사한 패턴의 표정연기인데도 불구하고, 매번 상황에 맞는 디테일이 색다르구요 딕테이션 자체가 워낙 좋으시니까...
반면 예쁘장한(?) 외모에다 요즘 최고로 핫한 배우 최우식 님의 연기도 좋은 편이긴 한데, 약간 더듬는 듯한 발음과 나레이션은 가끔씩 극의 몰입을 깨곤 해서 정우성 님의 계보를 잇는거 아닌가 싶어요. 박희순 님의 연기는 간만에 쬐금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네요. 너무 힘이 들어간 연기는 부담스러웠거든요. 빌런 차동철 역의 박명훈 님은 영화<기생충>에서의 찌질남의 충격이 워낙 강해서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너무 신선하고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구요...
이렇게 개성 넘치고 연기력 만렙인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서인지 영화의 흐름은 정말 매끄럽게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조연들 중에서도 극의 흐름을 깨는 분들이 없어서, 꽤나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결론부분에서 너무 성급하게 그리고 나이브하게 매듭을 지어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싶구요...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던 스토리가 어느 한쪽으로 갑작스레 재단을 해버리면서 해피엔딩으로 치닫는 과정은 조금 안타까웠네요.
차라리, 열린 결말로 관객들에게 판단을 유보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합니다.




영화가 던지는 쟁점은 서로가 합의하에 만들어놓은 공동체의 규범을 깨뜨리는 초법적인 집단이 있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 집단에 대한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면 과연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두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의 격렬한 토론을 통해 주어집니다.
이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끊임없이 마주하는 아프고도 추악한 문제들이죠. 우리들은 끊임없이 권력자들의 비리와 범죄사실들을 마주하고 있으며 그들이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 않고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곤 합니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은 일들도 적지 않을거라는 음모설 또한 강하게 신뢰할 수 밖에 없구요.

옳고 그름은 당사자들의 주장만을 들어서는 전혀 판별할 수 없는 게, 이미 우리 사회는 뻔뻔한 철면피의 가면을 쓴지 오래된 사람들로 넘쳐나기 때문이지요. 우리사회는 이미 불신사회입니다.
우리는 괜시리 꼬리를 내리고 잘못을 인정했다가는 용서는 커녕 호되게 묵사발이 될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잘못된 루머로 알려진, 링컨이 아버지에게 잘못을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받는다는 우화정도는 코웃음칠 꺼리밖에 되지 않은다는걸 말이죠.
그래서 교통사고가 나면 서로가 뒷목부터 부여잡고 나와, 마치 죽일듯한 기세로 상대방을 힐난하던 때가 불과 얼마전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사기사건이 가장 많은 나라중 하나라는 사실도 부인못할 일이구요.
자신의 생명을 내 걸고 사회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애쓰는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에 대한 처우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후진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너무 급작스런 사회발전과 민주화과정에서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을망정, 나머지 시스템들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영화 전반을 통해 여배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데, 그것도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이겠네요.
당연 19금 장면 하나없구요, 담백하게 감독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직접적으로 묘사해낸다고 봐야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위 상위 0.1% 들만이 드나든다는 장소들의 화려함이나 생소함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2008년 사사키 조라는 일본작가의 동명소설이라고 하네요. 3대에 걸친 경찰관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대하소설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손자의 이야기만 다룬 셈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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