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시간 넘는 런닝타임이 부담스럽긴 했는데, 주말을 맞이해 드뎌 보게되었네요. 맷 데이먼 영화들이 녹녹치 않은 내용들인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영화<스포트라이트>로 아카데미 2관왕을 차지했던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새 작품 <스틸워터>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이탈리아 여대생 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아만다 녹스'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요. 믿고 보는 연기파배우 맷 데이먼의 고퀄연기는 이 작품에서도 다시 한번 빛을 발하지요.
영화 말미에 고향으로 돌아온 딸과 나누는 대화중 맷 데이먼이 토로하듯 툭 던지는 한 마디...
"Life is brutal... 인생은 잔인하지..."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지만 가난한 육체노동자 아버지 빌(맷 데이먼 역)과 자살로 생을 저버린 엄마... 늙고 지쳐서 할머니가 더 이상 손녀를 돌보아 줄수 없게 되자, 딸 알리슨은 프랑스에서 공부하겠다고 떠난 뒤 살인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되어 버립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뒤 상황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딸 알리슨은 면회 온 아빠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이 의심하는 살인자에 관한 제보와 함께 판사에게 재심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하고, 이를 계기로 빌은 고군분투 주변의 호의를 가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인자로 의심되는 이를 추적하게 됩니다. 물론 공식 채널들은 이미 한번 결론지어진 사건을 다시 되살려 살펴보려하지 않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주인공 빌의 행동거지는 지극히 평범하고 해프닝들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벌어지고 있을법한 일들입니다. 빌이건 알리슨이건 또다른 출연자이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삶이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삶은 잔인한 것'이라는 마지막 대사가 큰 울림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정말 안단테, 안단테로 흐릅니다. 프랑스어를 거의 모르는 빌이 딸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위해 범죄소굴로 찾아들어가 불량배들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거나 살인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납치, 감금한 뒤 경찰에게 들킬뻔한 장면들이 제일 아슬아슬했죠. 실화이니 더 마음을 쫄이며 보게 되더군요. 어찌됐든 사적으로 여러가지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지만, 여기에 대한 적절한 처벌은 받지 않았죠. 안 걸리면 땡~!!인가 싶네요.

주인공 빌의 입장이 되어 감정이입하면서 보게 된다면 영화 말미에 더더욱 마음이 뭉클해질 것 같네요. 머물던 호텔에서 빌이 꼬마숙녀에게 베푼 자그마한 선의가 커다란 호의로 되돌아오는 것도 인상적인 장면이었구요...
마지막 즈음에 드러나는 약한 반전은 되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요. 삶이란 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란 법은 없으며, 때론 누군가에겐 정말 기구한 운명을 덮어 씌우기도 한다는 생각때문에 말이죠.



영화 속에서는 각종 언론들이 자극적인 가십성 기사만을 쏟아내며 한 사람의 인생을 파국으로 몰고가는 흔하면서도 기괴한 속성이 있음을 언뜻 보여주는데, 기레기라 욕하는 언론의 행태들이 단순히 한국언론만의 얘기는 아니었던가 봅니다.
게다가, 중년 남자들 대여섯명이 모여앉아 카드놀이를 하면서 술먹고 떠드는 와중에 오가는 대화들도 언론들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지도 못했으면서 확신하며 지껄여대는 타인에 대한 판단들이 참 섬뜩하게 보여졌어요. 지금 이 순간 지구상 곳곳에서 똑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죠. 그들에겐 단지 잘 모르는 타인의 인생이고, 그 가십거리야말로 순간의 유희를 위한 대화용 안주거리일테니까요...그런식으로 하는 쓰레기말들도 대화라고 인정할수 있다면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별 의식하지 않고 내뱉는 일상의 대화 중 상당부분이 이들의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각에 뜨끔하게 됩니다. 인터넷을 둘러보면 기사에 달려있는 댓글들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죠.

스릴러 영화이지만, 내용 전반에 사랑에 관한 묵직한 소호ㅣ들이 진하게 깔립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방황하는 딸의 안타까운 모습이나 작은 관심과 배려로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말도 통하지 않는 꼬마숙녀와 이방인의 우정, 자신의 과오를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최선을 다해 꼬마 아가씨를 보살피려는 빌의 모습들은 잔인한 삶을 버텨내는 힘이 오직 사랑뿐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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