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3년. 극심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인류 이주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것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인공수정을 통해 완벽한 우성인자를 지닌 채, 태어난 순간부터 철저하게 특수 시설에 격리되어 오랜 우주여행을 수행할 수 있게 훈련받은 30명의 탐사대원과 이들을 이끄는 리처드는 '휴매니타스호'에 탑승하여 기나긴 여정을 떠납니다. 꽤나 소름 끼치는 가정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과학자들이 또 다른 은하계에서 물과 산소가 존재하는 행성을 찾아냈는데 불행히도 거리가 너무 멀어 그 곳에 도달하기까지만도 86년이 걸린다는 가정... 우주선에 탑승한 30명의 사람들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우주선내에서 죽게 된다는 얘기지요.
다른 말로 하면, 탐사대원들은 단순히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만 하게 된다는 거지요. (기나긴 시간이 소요되는 우주여행 끝에 도착한 새로운 행성에서의 개척은 그들 후손들의 몫일테구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탐사대원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은 거의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우주선 내에서의 (어쩌면 고통스러울 수 있는) 생활을 견뎌내기 위해, 탐사대원들은 블루라고 불리는 약물을 마심으로써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억누르면서 생활하게 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특수시설에 갇혀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금해 왔었던 이유 또한 마찬가지구요.
탐사대원들은 인간의 본성인 '희노애락'이 심하게 억제되어 있는 통제된 생활을 하게 되지요. 물론 이들은 태어날때부터 그런 환경이었기에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긴 하지요. 이는 한정된 자원과 공간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겐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러한 블루의 비밀은 탐사대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요.
우연한 기회에 블루라는 음료가 자신들을 통제하는 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탐사대원 중 일부는 거의 반 강제적으로 마시게 되어 있는 그 음료를 마시지 않고 몰래 버리지요. 그럼으로써 서서히 억눌려왔던 인간의 감정들이 용솟음치게 되어 갖가지 사고를 치게 됩니다.
'블루'라는 음료를 통해 비교적 무난하게 통제되는 듯 보였던 한정된 우주선 공간 안의 탐사대원들은, 일부 이탈자들이 생겨나면서 위태롭던 질서에 균열이 생기게 됩니다.
탐사대원 중 한 명에게는 권력욕이 생겨나고, 다른 이들을 설득하여 분쟁을 일삼게 되지요. 리처드가 죽고, 원래 정해놓았던 규칙에 의해 선출된 리더를 사사건건 반대하면서 말이죠.
결국은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선출된 리더와 권력욕에 휩싸인 탐사대원 서로에 대한 싸움이 처절하게 벌어지고, 악당으로 묘사된 탐사대원이 차가운 우주공간으로 휩쓸려 나가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몇가지 화두를 던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인생이 단순히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여정일 뿐인가 하는 점이 하나고, 인간의 본성이 성선설 혹은 성악설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하는 철학적 물음이죠.
눈 앞에 너무도 분명한 증거가 있음에도 사람들이 악당의 감언이설에 녹아 쉽사리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며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장면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살아남기 위해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감독은 인간의 모습을 그리 호의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격한 물리적인 힘 앞에서 민주적인 방식이 얼마나 쉽게 무너져 버리는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는 듯 하구요. 현대사를 더듬어봐도 그런 예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민주주의 사회라고 불리우는 곳에서도 폭력적인 힘에 의해 얼토당토 않은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영화에서는 탐사대원을 이끌던 리처드를 외계생명체라는 가상의 존재를 등장시켜 살해하는 탐사대원(악당)의 모습을 한 동안 복선처럼 감추어 둡니다.
자신의 더러운 과거를 지우려는 사람들이 늘 이용하는 수법이 물타기 혹은 가식적인 이미지 포장임은 동서고금의 진리인것 같더군요.
깊은 속내를 알 길이 없는 보통사람들은 늘 권력자들의 이런 놀음에 휘둘리면서 거짓을 진실로 믿고, 더러는 나서서 허위사실을 퍼트리기도 하는 우매한 짓들을 반복해왔죠. 영화에서도 똑 같은 장면들이 연출되지요.
영화의 배경을 우주로 설정함으로써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가 일부분 잘 먹혀들어간 것 같기도 하네요.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현실문제가 고스란히 보여지는 듯 해서 퍽퍽한 고구마 먹고 있는 듯 갑갑했거든요.
잘못된 권력욕이 얼마나 불행한 일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장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네요.
그 만한 깜량이 되지 못함에도, 굳이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풍파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아주 세련된 영화는 아니지만, 참 많은 메세지를 억지로 꾸겨 넣은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소화불량에 걸린 듯한 불편함도 있읍니다만...^^
오락영화도 아니고 예술 영화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에서 오락가락하던 영화는 두루뭉수리한 결론으로 얼버무리며 막을 내려 버립니다.
애시당초 답이 없는 너무 거창한 주제에 천착하면서 깊은 통찰없이 수박 겉핧기로 너무 쉽게 선악을 규정짓고 연출을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근래 본 영화 중 그럭저럭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챦았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달음식. 불향맛 오겹살. 김치찌게.1인분 13000원 (1) | 2021.07.18 |
---|---|
[영화 리뷰] 블랙 위도우.2021. (2) | 2021.07.11 |
[영화 리뷰] 노매드랜드. Nomadland (1) | 2021.06.23 |
[영화 리뷰] 새콤달콤 (4) | 2021.06.21 |
[영화리뷰] 와일드 마운틴 타임 (2) | 2021.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