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내 앙상한 가지에 음울한 잿빛만 감돌고,
옷깃을 동여매게 하는 찬 바람이 씽씽 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하~ 세월참 빠르게도 흐릅니다.
4 계절이 뚜렷해서 좋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요 사이엔 너무도 짧은 봄 가을에
찌는 듯 더운 여름철과
을씨년스러운 겨울만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듭니다.
게다가 봄마다 찾아오던 황사와 송화가루 폭탄은
화사하고 푸근해야 할 봄의 색깔을 너무도 많이 퇴색시켜버렸구요...
일년 내내 지속되는 미세먼지의 테러는
맑은 공기 맘껏 들여마셔보고 픈 바램만 키우지요...
하지만,
그 모든 악 조건하에서도
비 내린 다음날의 봄날 정취만큼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하늘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봄 바람에
어느샌가 부쩍 몸집을 불린 나뭇잎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리듬을 탑니다.
그 어떤 멋진 댄스보다도 춤사위가 멋지네요.
늘상 지나다니며 눈길을 줘 왔던 붓꽃들도
오늘만큼은 새삼 관심을 더 끌고 싶은 가 봅니다.
청초하고 고급스러운 보랏빛 색감을
여지없이 뽐내고 있더라구요.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신기한 모양새입니다.
꽃잎에 새겨진 무늬가 마치 호피라도 되는 양,
그 기세 또한 활발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바로 붓꽃이야~~!!"
그 당당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이밀게 되네요...
그 옆에 피어나고 있던 분홍꽃들(영산홍이 아닐까 싶은데...)과
투샷을 잡아 보겠다고 요리조리 궁리하는 내 모습을
지나가던 사람이 보지 않을까 슬쩍 곁 눈질해 봅니다.
'저 인간, 뭐 하는 것이야?'
어쩌면 별 것도 아닌 것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는 제 모습이
조금은 겸연쩍게 생각된 모양입니다.
다 블로그 포스팅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거...
부인하지 못하겠네요...^^
하여간,
일년에 단 몇일 뿐인
봄가을의 짧은 순간들을 너무도 좋아합니다.
비록 눈 부신 햇살에 찡그리지 않고서는 화려한 대기를 바라보기 힘들고,
스치는 바람이 약간의 으스스함으로 추위를 느끼게 하더라도
이 멋진 시절의 흥취만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잡아보려해도 잡히는 것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들 행복한 봄... 즐기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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