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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기억하는 몸. 이토 아사/김경원.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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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현암사. 예스24.. 2020년

 

이토 아사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말 더듬는 몸> 등의 전작을 통해 신체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느끼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본 적이 있는 도쿄대학 문학대학원 출신의 작가이다.

 

인문학 전공자의 시각을 통해 본 인간의 몸과 기억,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들이 나랑 다른 몸을 가진 타인을 이해하는 놀라운 순간들을 제공하곤 한다.

 

<기억하는 몸>은 저자가 시각장애, 팔다리 절단, 마비, 말더듬, 치매 등 의학적 혹은 사회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하여 구성한 11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에피소드들이 장애가 있는 이들의 기억을 주로 다루고 있다.

목            차

프롤로그 | 몸의 고유성

에피소드 1 | 메모하는 맹인 여성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다/ 진공 팩에 보존된 능력/ 되돌아가 밑줄을 칠 수 있다/ 신체와 두뇌의 상호작용

이미지에 의한 피드백/ 종이뿐 아니라 책상까지 본다/ 그림 속에서 헤매다/ 매일 관광버스 단체 여행 중

여기저기 흩어진 나를 되찾다

에피소드 2 | 봉인된 색깔

0=짙은 분홍, 1=어두운 하양/ 점자를 만지면 머릿속이 번쩍거린다/ 머릿속 이미지/ 원하지도 않았는데 다가온다

색깔을 할당하다/ 머릿속이 번쩍거리는 현상의 원인 /추상화의 중단/ 봉인된 색깔/ 색을 섞을 수 없다

비밀의 화원

에피소드 3 | 요령이 기능을 보완한다

제어라면 자신 있다/ 자동 제어에서 매뉴얼 제어로/ 하반신 과잉보호의 시기/ 다리의 재발견

기억과 현실의 어긋남/ 남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운동의 기억/ 환지 발가락과 발바닥

절단 이후에 생긴 요령/ 잘 쓰는 쪽 다리의 변화

에피소드 4 | 아프지 않지만 아픈 다리

선천적 장애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 다리의 기능이 팔에도 있다/ 계단에 착 붙는 움직임/ 어디까지나 자동 제어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다리/ 다리에 의식을 기울이다/ 오른쪽 다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아픈 것 같은 느낌

고무손 착각 현상/ 감각을 예측하는 뇌

에피소드 5 | 문화적으로 설치된 감각

집단적 기억/ ‘자리가 다섯’인 레스토랑/ 경험의 패턴/ 서로 다른 묘사

분위기인가 추체험인가/ 등 뒤에서 느끼는 기척/ 추리소설과 보청기/ 후천적인 귀

갓난아기 같은 소리/ 들리지 않기 때문에 들린다

에피소드 6 | 장애와 테크놀로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손/ 몸속에 들어온 환지/ 시시각각 변하는 헛통증/ 팔의 마지막 기억

거실이 연구실로 변하다/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장애와 테크놀로지/ 팔의 기억이 향하는 곳

에피소드 7 | 왼손의 기억이 없는 오른손

기억의 부재/ 의수와의 거리감/ 사회적인 기능/ 양손의 감각을 모른다

오른손이 왼손을 원하지 않는다/ 이름 같은 것/ 변화를 앞두고

에피소드 8 | 가상현실을 통한 훈련

전통 의상을 입은 구도자/ 목소리를 내어 내 몸을 깨우다/ 속세를 떠나서/ 헛통증 완화 VR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양손의 감각을 떠올리다/ 텔레비전 화면 한가운데 하얀 손/ 가상의 손 이미지를 교체했다

아무도 걸어본 적 없는 길

에피소드 9 | 저마다의 고통과 체념의 힘

‘재일조선인 3세’ב난치병’의 이중 소수자/ 저린 발, 가는 손/ 샌드위치가 날아가버리다

의식하지 않는 기술/ 여름에는 장작불, 겨울에는 바늘/ 이것은 내가 아니다/ 몸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미 아픔은 나누어 가지고 있다/ ‘헌신’도 아니고 ‘밀쳐내기’도 아닌/ 안심하고 절망하기

에피소드 10 | 말더듬의 플래시백

듣기 좋은 말투/ 보는 것조차 두렵다/ 일인칭 대명사를 통일하다/ 안정적으로 흔들리는 법

꽃이 말해주다/ 플래시백의 공포/ 끌려 들어가는 현상/ 말하는 시스템의 취약함/ 기억은 자신을 초월한다

에피소드 11 | 기억할 수 없는 몸

언어화할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 도무지 알 수 없다/ 감을 잃어버리다/ 몸에 맡길 수 없는 어려움

자기 자신을 되찾는 탐정/ 객관과 실감의 격차를 메우는 법

에필로그 | 신체의 고고학

출처 :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864819?OzSrank=1

 

 

저자의 관심은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가 아니라, 개별적인 신체의 고유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에 방점이 찍혀 있다.

 

@brucemars/unsplash

 

한 사람의 정체성을 논할 때,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거론하곤 한다.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흔할 진데, 때로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상대방을 규정짓고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의 몸 또한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몸이야말로 그 사람의 특질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축적된 데이터에 다름 아니며, 그 사람이 살아낸 삶의 여정들이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 국민이 알만한 스포츠 셀럽들의 몸에는 어김없이 영광의 상처들이 새겨져 있다.

그들을 칭송하는 이유 또한 정직하게 몸으로 애써 노력함을 인정하는 것이겠다.

 

이처럼 우리 몸에 새겨진 기억들은 고스란히 남아있어 장애를 입고 난 뒤에도 예전의 활동을 고스란히 할 수 있는 저자가 ‘하이브리드 신체’라 명명한 독특한 현상들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면, 성인이 되면서 후천적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장애인이 메모하는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잃어버린 시력에도 불구하고 손의 운동기억 뿐 아니라 마치 손이 종이를 ‘보고’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메모를 하더라는 것이다.

 

@jmdsalgado/unsplash

 

 

관련 전문분야에서도 ‘몸의 기억’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학을 전공한 일반인 시각으로 바라본 인체의 신비함에 대한 궁금증 혹은 호기심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탐구심을 자연스레 유발시키는 것 같다.

 

인터뷰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해서 진행되었지만, 우리들 각자가 지닌 인체의 고유한 특질을 발견해 낼 기회를 갖게 해주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점이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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