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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1센티 인문학. 조이엘 저. 언폴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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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언폴드. 예스24. 2020년 출간

 

부제가 '매일 1cm 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 수업'입니다.

인문학이라하면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영역으로,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과 대립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요.

자연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실험결과를 통해 지식을 추구하는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은 객관적인 수치화가 어렵기 때문에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면들이 많지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를 최악의 적으로 규정하고 싸우던 20세기의 이념전쟁이 자본주의의 압승으로 끝나자, 이윤 추구만을 극단적으로 쟁취하려는 자본주의의 특성상 인문학의 애매한 실용성은 차츰 쇠퇴할 수 밖에 없었죠.

한때 대기업의 사장단과 임원진들이 인문학 클래쓰를 수강하는 등 사회전반에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것처럼 잠시 분위기가 띄워질 때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세가 팍 꺾였지요.

 

@glamboscaro/unsplash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대해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인문학의 특성 상 일반인들에게는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의 학문이란 느낌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 듯 합니다.

더군다나, 먹고 살기 바쁜 환경에서 공자왈 맹자왈하는 얘기들이 피부에 와 닿을리도 없구 말이죠.

 

어찌됐든, 작금의 인문학이란 게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무심히 넘겨버렸던 것들에 대해 입담 좋은 인문학자의 강의를 통해 잠깐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초라하게 쇠퇴해버린 느낌입니다.

 

<1cm 인문학>이란 책은 역사, 철학, 문학, 종교에서부터 각종 사회 이슈들을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까칠하게 분석하고 때로는 까는(?) 글들을 100편 모아놓은 거네요.

 

제주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저자는 인문학 강의도 해 오고 있는 모양인데, 물리학의 아름다움에 빠져 고등학교 내내 이과 공부를 하다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하였더군요.

주 전공은 종교학, 서양철학인데 엄청난 양의 책을 혼자 소장하고 있기 아까워 제주 애월지역에 '상상서가'라는 도서관을 열었다고 해요.

 

유튜브 채널 '백꽈사전'을 운영하며, 여기에서도 인문학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요.

2017년에 개설한 채널의 조회수가 현재까지 13,108회로 유튜브 운영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BhK_U-_HpZqm0hYWTmVnow/videos

 

백꽈사전

1.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의견을 '사실'처럼 주장할 권리는 없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누군가에게 그건 '거짓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가짜 뉴스는

www.youtube.com

유튜브 채널. "백꽈사전"

 

100편의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 때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도 합니다.

 

상당수의 글들이 익숙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낯선 각도로 쳐다보면서 새롭게 해석하는 힘을 키워내려고 하지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능력, 그래서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능력

심지어 기존 진리 주장까지도 회의할수 있는 능력

결국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

이게 바로 '교양' 혹은 '인문교양'의 힘이다.

 

고서를 통해 '아빠 찬스', '할아버지 찬스'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음을 찾아내기도 했고, '인 서울'의 열망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를 찾아내기도 했지요.

 

@tbelabuseridze/unsplash

 

말년을 거의 유배생활로 보냈던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썼다는 편지에는 오늘날 말로 '아들아, 무조건 서울에 살아라'는 구절이 있다는데요...

과연 정약용의 두 아들은 '인 서울'에 성공했을까요? ^^

 

100편의 글들이 어찌보면 몰라도 그만인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인문학 지식이란 것이 그런 면이 좀 있긴 하지요.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반복되는 꼬아보기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뿐 아니라 비교검토와 현재화하기 등의 습관화가 어느 정도 몸에 익히는 듯 하기도 합니다.

짧게 짧게 호흡을 가진 문장들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책의 페이지가 쑥쑥 넘겨지는 것도 그 만큼 쉽게 쓰여져 있다는 얘기지요.

 

처음엔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때론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꽤나 정확한 자연과학 지식들이 소상하게 쓰여져 있기도 하더군요.

 

다독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많이 찍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익한 내용들도 적지 않는데, 술자리에서 재미난 썰을 풀어내는 유쾌한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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