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차갑게 불던 겨울날,
갑작스레 예전부터 가보려고 했었던 산책로를 찾아 나섰습니다.
진입로까지는 제법 좁은 포장도로가 이어졌지만,
한 두대의 차량들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을 뿐 차량통행은 그리 많지 않았지요.
그만큼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장소라는 얘기겠지요.
차를 댈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주차를 해 놓고, 산책길에 들어섰지요.
산책로 옆으로는 작은 건물 하나가
말라비틀어진 수풀들이 우거진 사이로 보입니다.
건물을 둘러싼 대나무들의 고고한 움직임과 폐허같은 건물의 부조화가
을씨년 스런 겨울풍경과 함께 고적함을 배가시키는 듯 합니다.
의외로 산책로는 넓찍하게 잘 다져져 있습니다.
지난 가을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에 채였을 밤껍질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닙니다.
따스한 겨울 햇살이 내리쬐고 있지만,
씽씽부는 겨울바람은 여간 매섭지가 않네요.
마치 위장막 같은 모습입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다른 나무에 기생해 번식하는 종류의 식물이 겨우나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따뜻한 봄날이 지나고나면 다시 한번 와서 확인해 봐야 겠네요...
녹색하나 보이지 않는 산 속 풍경...
스산한 겨울풍경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나뭇잎이 없으니,
이토록 세차게 부는 바람도 피부로만 느껴질 뿐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올라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 멀리 하얀 색의 궁전과 골프 연습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 때 잘 나갔던 개인사업자가 원대한 사업구상으로 지어올린 궁전은...
이제 퇴물이 되어 경매에 내어놓아도 유찰만 거듭하고 있고 아무도 사들이려 하지 않지요.
시내에서 잘 나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하시던 분이었는데,
이 곳에 근사하게 웨딩홀과 세미나시설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했었지요.
개업 직후에 이 곳 레스토랑에 가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꽤나 고급스럽고 만족할 만한 식사였었지요.
대리석으로 반짝반짝 인테리어도 고급지게 해 놓았었구요..
웅방산 정상(?)에서...^^
정말 동네 뒷산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구요.
정상이라고는 해도, 시원스러운 탁 트인 광경을 보여주지 못하는...
둘레 산책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봤는데, 약간 땀이 날 정도이구요...
경사도가 제법 있는 편이라서 질리지 않게 돌아볼 수 있는 코스더군요.
날 풀리면 자주 와 볼 것 같은 예감...제 체력에는 딱 좋은 거리에요...^^
내려가는 길에 폐가에 다가가 봤습니다...
너무 수풀이 심하게 우거지고, 가시나무들이 많아서 접근하는데 애를 먹긴 했는데...
낮은 단층집이 무슨 용도로 지어졌을지 가늠이 안되더군요...
건물 내부를 들여다 보아도,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사람이 살고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 않더군요...
괜시리 여기저기 자연만 훼손해 놓은 듯 해서 좀 그렇더군요..
무심한 듯 대나무들만 울창하게 커 나가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마치 흉물스런 인간의 자취를 덮어버리려는 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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